교보문고 라이크역사

3. 태종, ‘주자소’에서 나라의 사상을 통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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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이 실시한 정책 중에 가장 무서운 것은 바로 ‘주자소’ 설치입니다. 조선은 고려와 달리 불교 대신 성리학을 국가의 가르침으로 택했고, 그것을 널리 퍼뜨려야 했습니다. 이를 위한 수단으로 태종은 ‘책’을 선택합니다. 먼저 주자소에서 만든 책을 각 지방으로 보내 그곳의 지식인들이 읽도록 하고, 그 책을 바탕으로 과거 제도를 실시하는 거죠.
소위 말해, 조선에서 공부 좀 한다는 사람들은 유명한 학자들. 조광조라든지 율곡이이와 같은 이들의 성리학 이념을 담은 커리큘럼을 거쳐 과거 제도를 보는 겁니다. 그렇게 조선의 지식인들은 성리학의 이념 아래 다 모이게 됐습니다. 조선 지식인들의 사상의 폭을 한정 짓거나 규정짓는 방식으로 말이죠. 그 집중력은 다른 어떤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것이었어요. 그래선지 외부의 학문들이 조선에 오면 힘을 잃었습니다. 서양에서 온 학문은 물론이고 양명학, 고증학과 같은 학문들도 말이죠. 500여 년 불교의 나라를 대신해 들어선 조선이 급속도로 ‘성리학’의 나라가 되어가는데에는 이같은 주자소의 역할이 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주자소에서 책을 통해 정리된 성리학 이념은 퍼져나갔고, 조선 왕조 500년 기틀을 잡은 성리학은 본격적인 궤도에 올라서게 됩니다. 태종 이후 그 가치를 높이 평가한 조선의 역대 왕들은 책 제작을 소홀히 하지 않았고 그 덕분에 조선은 한 번도 성리학의 기치를 내린 적 없는 특별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나라를 세우는 것은 말 위에서 할 수 있지만 말을 타고는 나라를 다스릴 수 없다는 말이 있는데요. 태종은 말에서 내려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명확하게 알고 있던 인물이었습니다. 책을 통해서 조선을 만들고 또 유지하도록 한 것이다. 세종 때 인쇄기술이 급격한 발전을 이룬 것도 그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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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 라이크역사By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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