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새벽 과거시험장’은 단원 김홍도(1745~1806?)의 풍속화인데, 그림 속 모습이 문자 그대로 난장판이다. 일산(혹은 우산)이 마당을 뒤덮었고, 일산마다 5명에서 6~7명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뭔가를 작당하고 있다. 그 사이 어떤 이는 행담(行擔·책가방)에 기대어 쪽잠을 자고 있다. 그러나 그림 윗부분의 표암 강세황(1713~1791) 글이 흥미롭다.
“봄날 새벽 과거시험장(貢院春曉), 많은 사람들이 과거 치르는 열기가 무르익어(萬蟻戰감)….”
표암의 글 때문에 단원의 그림에는 ‘공원춘효도’라는 제목이 붙었다. ‘공원(貢院)’은 과거시험장이고, ‘춘효(春曉)’는 ‘봄날 새벽’이다. 그러니까 ‘봄날 새벽의 과거시험장(공원)’을 그린 그림이라는 소리인데, ‘만마리의 개미가 싸움을 벌인다’(萬蟻戰감)고 풍자했다. 이 무슨 말인가. 만마리의 개미가 싸움을 벌이는 이 ‘난장판’ 같은 단원의 그림이 ‘과거시험장’이었단 말인가. 그런데 둘다 맞는 얘기다. 조선 후기 과거시험장을 바로 ‘난장판’이라 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