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팟캐스트 주제는 ‘불통의 여왕이여! 제발 망해라!’입니다.
지금부터 1200년 전 신라 서울 서라벌에 진성여왕을 비난하는 대자보가 붙었습니다. 〈삼국유사〉는 길에 비방문을 던졌다고 했으니, 전단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대자보는 암호문처럼 알 수 없는 주문으로 일관됐는데 한마디로 “진성여왕이여! 위홍(여왕의 숙부 혹은 정부)과 같은 간신 때문에 망하리라!”는 저주문이었습니다.
신라는 대자보가 붙은 지 47년 만에 망하고 맙니다. 조선 시대 명종 때도 양재역에 대자보가 붙었습니다. 명종의 어머니 문정왕후를 ‘여주(女主)’라 칭하면서 ‘그 여주와 여주를 따르는 간신들 때문에 나라가 망하게 생겼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대자보가 붙은 지 12년 만에 임꺽정이라는 도적이 출현, 3년간이나 황해도 일대를 휩쓸었습니다.
이복형을 독살했다는 혐의를 받은 영조 임금 때도 대자보가 15차례나 붙었습니다. 특히 1728년에 남원과 전주, 서울에 대자보가 동시다발적으로 붙은 지 25일 만에 무신란이 일어납니다. 이 난에는 무려 20만 명이 가담하는 등 세상 인심에 영조 편이 아니었음을 알려줍니다. 대자보는 왜 붙을까요. 하소연할 길이 없는 백성들이 붙이는 마지막 호소는 아닐까요. 우리는 그것을 불통이라고 합니다. 이번 주 팟캐스트의 주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