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이기환의 흔적의 역사

54회 어느 사관의 절규, “사관 위에는 하늘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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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관 위엔 하늘이 있다’고 한 선배들의 자랑스러운 직필 전통을 계승하고….”
최근 28개 역사 관련 학회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성명’에서 자랑스런 사관선배들의 직필 전통을 계승하기 위해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성명을 냈다고 했습니다. 궁금합니다. 과연 지금 위기에 빠진 역사학을 공부하는 학자들이 존경하는 바로 그 ‘사관 선배들’은 누구일까요. 바로 조선조 태종시대의 사관 민인생과 홍여강이었습니다. 이 분들의 계급은 7~9품에 불과한 전임사관이었습니다. 두 사람의 이름은 포털사이트 인물 검색에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두 분을 비롯한 태종 시대의 사관들은 ‘제발 내 곁으로 오지 말라’고 노골적으로 싫어한 태종 임금의 곁을 절대 떠나지 않으려 했습니다. 태종이 누굽니까. 어린 이복동생들을 무참하게 살해하고 동복의 형마저 쫓아낸 뒤 옥좌에 오른 무시무시한 임금 아닙니까. 그런 태종이 “편전에는 들지 말라”는 엄명을 내리자 사관 민인생은 하늘을 가리키며 응수했답니다. ‘사관 위에는 하늘이 있습니다.’ 임금이 편전 출입을 끝내 막자 민인생은 문틈으로 임금을 엿보다가 유배형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홍여강은 어떻습니까. 그 분은 공신들에게 두들겨 맞으면서도 직필을 위해 몸을 던졌고, 편전 앞 섬돌에서 내관들의 부축을 받고 쫓겨나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과연 왜 이렇게 임금의 곁을 떠나려 하지 않았을까요. 왜 임금과 신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하려 했을까요. 지금의 역사가들은 왜 이 분들을 새삼스레 기억하고자 할까요. 이번 주 팟캐스트 ‘이기환의 흔적의 역사’ 주제는 바로 〈어느 사관의 절규, 사관 위에는 하늘이 있습니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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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이기환의 흔적의 역사By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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