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일본의 금성 탐사선이 금성 궤도에 진입했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그 보도를 계기로 천의 얼굴을 가진 금성 이야기에 흠뻑 빠져보겠습니다.
금성을 부르는 이름이 엄청 많지만 그 중에는 샛별과 개밥바라기별이 가장 운치 있습니다. 새벽에 가장 빛나는 별이라 해서 샛별이라 했고, 하루 일을 끝낸 뒤 컹컹대는 강아지에게 밥을 주며 바라보는 별이라 해서 개밥바라기별이라 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금성은 그렇게 낭만적인 별이 아닙니다. <사기> ‘천관서’를 보면 “금성이 낮에 나타나면 변란이 일어나 백성들이 유랑한다”고 했습니다. 무슨 말일까요. 금성은 지구 안쪽에서 도는 내행성입니다. 그러니 낮이나 밤중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태양빛이 희미할 경우 낮에도 보일 수 있는데, 이게 바로 흉조라는 겁니다. 즉 태양을 상징하는 군주와 밝기를 다투니까 곧 변란이나 전쟁의 조짐이라는 것이다. 문헌을 살피면 그런 사례는 꽤 있습니다.
‘이기환 기자의 흔적의 역사’ 블로그 http://leekihwan.kha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