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필(走筆) 이당백(李唐白)’은 당나라 천재시인 이태백에 빗댄 고려 문인 이규보(1168~1241)의 별명입니다. 고려를 대표하는 천재문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규보를 상징하는 이미지도 많습니다. 천재, 결벽, 대쪽, 주당, 풍류, 방랑, 광기, 운둔, 거사…. 대서사시인 동명왕편을 짓는 등 평생 8000수의 시를 지은 인물이니 뭐 어떤 수식어라도 부족하지 않습니다. 이규보는 당대 최고명문사학인 최충의 문헌공도를 다녔던 영재였습니다. 학창시절엔 문헌공도가 실시한 일종의 과거모의고사에서 거푸 1등을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랬던 이규보도 생원·진사를 뽑는 과거시험(국자감시)에서 3번이나 거푸 떨어진 끝에 4번째 기회에 겨우 합격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뭅니다. 3전4기 끝에 국자감시에 장원급제로 합격했지만 대과(예부시)에서는 밑바닥 성적으로 겨우 턱걸이했습니다. 천신만고 끝에 과거의 관문을 통과한 이규보는 출세를 위해 무인독재정권에 끊임없이 아부했던 속물로도 평가되기도 합니다. ‘최충헌-최우’ 등에 대를 이어 충성했으니 그런 평가를 받습니다. 대시인 이규보와, 아부꾼 이규보…. 이규보는 과연 어떤 인물이었기에 이런 극단의 이미지가 중첩되는 걸까요. ‘이기환의 흔적의 역사’ 팟캐스트 76회는 ‘과거 4수생 이규보의 궁색한 변명’을 들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