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은 ‘만고의 성군’이자 ‘해동의 요순’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더불어 세종을 수식할 수 있는 단어들이 있다. 일벌레에, 공부벌레였다는 것입니다.
그런 세종이 생전에 내내 온갖 병마와 싸웠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저는 그런 세종에게 ‘앉아있는 종합병원’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주고 싶습니다.
극심한 당뇨병에 두통, 이질에, 풍질에, 요로결석에, 다리부종에, 수전증에…. 화려한 병력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기에 세종 뿐이 아니었습니다. 지존으로서 종묘와 사직을 보존하고, 백성을 위해 일해야 하는 군주들은 다양한 질병에 시달렸습니다.
등창 때문에 승하한 임금, 족질로 고생한 임금, 그리고 뜻밖의 의료사고로 급서한 임금 등….
또 어느 임금은 양기보충을 위해 풀벌레와 뱀을 먹기도 했고, 또 어느 임금은 병치료를 위해 똥물을 약으로 마셨다고 합니다. 이 뿐인가. 너무나 아버지를 그리워한 나머지 요절한 효자임금도 있었답니다. 업무 스트레스는 임금들의 건강을 갉아먹었습니다. 어느 임금은 “정무를 처리하느라 수염이 하얗게 셌다”고 토로했습니다.
또 어느 임금은 심각한 정신병 증세를 여러차례 호소했지만 신하들로부터 ‘철없는 소리 작작하라’는 핀잔을 들어야 했답니다. 또 다른 임금은 신하들의 지긋지긋한 복지부동에 “대체 어쩌자는 거냐”고 소리쳤습니다. 또 어떤 임금은 서슬퍼런 동생이 무서워 결국 임금의 자리를 물려주고 나서야 여생을 편안하게 즐겼다고 합니다.
물로 임금들의 평균수명은 일반 백성들보다 훨씬 높았겠지요. 하지만 임금이 어떤 자리입니까.
한나라 시대 유교의 국교화를 이룬 동중서는 임금 왕(王)자를 이렇게 해석했답니다.
“王자에서 가로획 3개는 하늘과 땅과 사람을 뜻한다. 임금은 하늘과 땅과 사람을 소통시켜주는 세로 획이다.”
그러니 절대 편한 자리가 아니요, 혼자 지존의 자리만 즐길 수 있는 자리가 아닌 것입니다. 즉 하늘과 사람·땅을 소통시켜야 했으니까요.
그러고보면 요즘의 지도자는 편합니다. 하늘과 땅은 소통의 대상이 아니니까요. 사람과 사람 사이만 소통시키면 되는 것 아닙니까. 그 조차 못한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