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산책을 나가지요.
산책은 소규모의 인생을 꾸리는 자에겐 다른 무엇에 양보할 수 없는 오후 두세 시 경에 이루어지는 보람이고 기쁨이죠.
뭐, 그렇다고 산책이 본질로의 회귀라거나 비상한 신체를 만들기 위한 대단한 프로젝트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산책이란 햇빛과 맑은 날의 고요, 새로 피어난 어린 은행나무 잎사귀들과 유순한 그늘과의 만남, 산책의 동선(動線)에 있는 커피숍에 들러 밀크 티 한 잔을 마시는 조촐한 쾌락이죠.
수단들은 진보했으나 목표는 진보하지 않은 이 세상에서 소규모의 인생계획에 몰두하는 자는 정직한 사람이겠죠.
가진 것들을 줄이고 채운 것들 비우며 삶을 보다 간소하게 만들려는 까닭은 미래가 불확실한 까닭이죠.
‘단순’을 밥 삼고 ‘소박’을 아내 삼아 살아가려고 합니다.
역동하는 세상에서 한 걸음 떨어진 채. 더 간소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