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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클리토리스

봄
한참을 기다렸다.
졸린 눈을 비볐고
살없는 다리를 꼬집기도 했다.
해와 별이 만나고
빛과 어둠이 교차하던
검푸른 시간의 다리를 건너
마침내 그녀가 나타났다.
성질급한 별들은
총총히
밤의 언덕을 따라
순례의 길을 떠났고
차가운 대지의 입김은
여전히 작은 나뭇가지를
흔들고 있었다.
그때,
그녀는 갑자기
외투를 벗기 시작하더니,
이내
옷을 다 벗어
나뭇가지를 덮어주고는
하얗고 따뜻한 가슴으로
나무를 안아주었다.
눈부시고 황홀한
그녀의 나신위로
새 순이 돋아났고
꽃이 피기 시작했다.
세상은 온통 온기로 휘감아졌고
땅은 싹을 틔웠으며
새들은 깨어나 노래했다.
그렇게
그녀가 왔다.
달과 별이 멀리 여행을 떠나던 그 밤
춥고 외로웠던 그 밤에
그렇게,
그렇게
그녀가 왔다.
봄이 왔다.
www.neonsk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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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비대제
메리 클리토리스

봄
한참을 기다렸다.
졸린 눈을 비볐고
살없는 다리를 꼬집기도 했다.
해와 별이 만나고
빛과 어둠이 교차하던
검푸른 시간의 다리를 건너
마침내 그녀가 나타났다.
성질급한 별들은
총총히
밤의 언덕을 따라
순례의 길을 떠났고
차가운 대지의 입김은
여전히 작은 나뭇가지를
흔들고 있었다.
그때,
그녀는 갑자기
외투를 벗기 시작하더니,
이내
옷을 다 벗어
나뭇가지를 덮어주고는
하얗고 따뜻한 가슴으로
나무를 안아주었다.
눈부시고 황홀한
그녀의 나신위로
새 순이 돋아났고
꽃이 피기 시작했다.
세상은 온통 온기로 휘감아졌고
땅은 싹을 틔웠으며
새들은 깨어나 노래했다.
그렇게
그녀가 왔다.
달과 별이 멀리 여행을 떠나던 그 밤
춥고 외로웠던 그 밤에
그렇게,
그렇게
그녀가 왔다.
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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