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채널 권경률

낭독 한국사 44회 ‘맛있는 이야기: 허균이 차린 밥상에 숟가락 얹기’ 1부


Listen Later

삼한사온(三寒四溫) 무시하는 롤러코스터 한파에 A형도 모자라 B형 독감까지.
유난히 추운 이번 겨울,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체력을 다지는 것은 어떨까요?
대한민국 최초의 맛집 블로거 허균의 ‘도문대작’ 속 별미와 특산물들
역사 칼럼니스트 권경률과 임원경제지 연구소의 한학자 정정기 박사가 소개합니다!
허균, <도문대작(屠門大嚼)>, 서문
먹는 것과 성욕은 사람의 본성이다. 더구나 먹는 것은 생명과 관련이 깊다. 선현들이, 먹는 것을 바치는 자를 천하게 여겼지만, 그것은 먹는 것만을 탐하고 자기의 이익만 추구하는 자를 지적함이지, 어떻게 먹지도 말고 말하지도 말라는 뜻이겠는가.
내가 죄를 짓고 바닷가로 유배되었을 적에 쌀겨마저도 부족하여 밥상에 오르는 것은 상한 생선이나 감자, 들미나리 등이었다. 그것도 끼니마다 먹지 못하여 굶주린 배로 밤을 지새울 때면, 언제나 지난날 산해진미도 물리도록 먹어 싫어하던 시절을 생각하고 침을 삼키곤 하였다.
이에 내가 맛보았던 음식을 종류별로 나열하여 기록해 놓고 가끔 보면서 한 점의 고기로 여기기로 하였다. 쓰기를 마치고 나서 제목을 <도문대작(屠門大嚼)>이라 지었는데, 먹는 것에 너무 사치하고 절약할 줄 모르는 세속의 현달한 자들에게 부귀영화는 이처럼 무상할 뿐이라는 것을 경계하고자 한다.
허균, <도문대작(屠門大嚼)>, 수산물
물고기 중에서 흔한 것은 민어, 조기, 밴댕이, 낙지, 준치 등으로 서해 곳곳에서 나는데 모두 맛이 좋아 다 기재하지 않았다. 광어(廣魚)는 동해에서 많이 나는데 가을에 말린 것이 끈끈하지 않아 좋다. 전복은 제주에서 나는 것이 가장 크다. 맛은 작은 것보다 못하지만 중국 사람들이 귀하게 여긴다. 경상도 해안 사람들은 전복을 꽃 모양으로 썰어서 상을 장식하는데 이를 화복(花鰒)이라 부른다. 전복을 얇게 썰어 만두에 넣기도 한다.
홍합은 동해, 남해에 모두 있는데 남해의 것이 조금 크다. 살조개(江瑤柱)는 북청과 홍원에서 많이 난다. 크고 살이 연하여 맛이 좋다. 고려 때는 원나라에 모두 바쳐서 국내에서는 먹을 수 없었다. 키조개(紫蛤)는 동해에서 난다. 크고 살이 희며 맛이 달다. 굴(石花)은 고원과 문천에서 나는 것이 크지만 맛은 서해의 작은 것만 못하다.
대하새우는 서해에서 난다. 곤쟁이새우도 서해에서 난다. 호서의 것은 크고 매우며, 의주의 것은 가늘고 달다. 도하새우는 부안과 옥구 등지에서 난다. 색이 복숭아꽃 같은데 맛이 매우 좋다. 게는 삼척에서 나는 것이 크기가 강아지만하다. 맛이 달고 포를 만들어 먹어도 좋다. 김(甘苔)은 호남에서 나는데 함평, 무안, 나주의 것이 썩 맛이 좋아 엿처럼 달다.
...more
View all episodesView all episodes
Download on the App Store

역사채널 권경률By c7plannings

  • 5
  • 5
  • 5
  • 5
  • 5

5

1 rating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