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을 가진 자가 타락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리고 타락한 권력자의 최후는?
현 상황과 너무도 닮은 역사 속 권력자, 신돈의 이야기를
권경률 작가와 함께 알아보는 시간!
[용재총화/성현 지음] ‘신돈의 음란한 행실’
신돈이 처음 국정을 잡았을 때 기현의 집에 살면서 기현의 처와 사통했는데, 기현 부부는 늙은 노비처럼 곁에서 신돈을 모셨다.
신돈의 권위가 점차 막강해져 살리고 죽이는 것이 그의 손에 달리게 되니, 죽이고자 하면 그 뜻대로 되지 않은 적이 없었다. 사대부의 처첩 중에 용모가 뛰어난 여인이 있다는 말을 들으면, 매양 사소한 허물을 가지고 그 남편을 순군옥에 가두었다. 그러면 기현 등이 사람을 그 집에 보내어 “만약 안주인께서 직접 와서 남편의 신원을 호소하면 죄를 면할 수 있다”는 말을 전하게 했다.
이에 그 부인이 신돈의 집에 와서 대문을 들어서면 말과 시종을 돌려보내고, 중문을 들어서면 종들을 보내게 했다. 그러면 신돈의 가인이 부인을 데리고 내문으로 들어가는데, 신돈은 서당에 혼자 앉아 있고 옆에는 이부자리와 베개가 놓여 있었다.
[고려사 열전] ‘신돈’
그 전에 왕이 신돈·이춘부 등과 맹세를 맺었는데, 일이 이렇게 되자 왕은 임박(林樸)을 시켜 그 맹세문을 신돈에게 보여주면서 죄를 헤아리게 했다.
“네가 전에, 부녀자들을 가까이 하는 것은 그 기운을 이끌어다 기를 기르는 것일 뿐 절대 사통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지금 듣건대 자식까지 낳았다고 하니 이런 것이 맹세문에 있었더냐? 도성 안에 저택을 일곱 채나 지었으니 이런 것도 맹세문에 적었던가? 이러한 작태가 몇 건에 이르니 죄상을 다 따진 뒤에 이 맹세문은 불에 태워 버리도록 하라.”
임박이 수원에 도착해 사람을 시켜 거짓으로 왕이 부른다고 알리자 신돈이 기뻐하며, “이제 나를 부르심은 아지(阿只)를 위해 나를 배려해 주신 것이다.”라고 말했다. 아지(阿只)는 우리말로 어린 아이를 뜻한다. 신돈의 비첩(婢妾) 반야(般若)가 모니노(牟尼奴)를 낳자 왕이 자기 자식으로 오인했는데, 아지는 모니노를 가리킨 것이다.
수원부사(水原府使) 박동생(朴東生)이 신돈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서로 간의 깊은 정분을 이야기 하자 이성림(李成林)이 꾸짖어 물리쳤다. 신돈이 처형당하면서 손을 모아 임박에게, “공께서는 아지를 보아 나를 살려 주시오.”라고 애걸했으나, 그를 참수한 후 사지를 잘라 각도에 조리돌리고 머리는 개경 동문에 내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