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무라이는 정말 목숨을 초개처럼 버렸을까?
일본문화는 정말 국화와 칼로 대표될 수 있는걸까?
일본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퇴계집>이었다!?
가깝고도 먼나라 일본에 대한 의문점을 속시원하게 풀어보는 시간!
[해유록- 신유한 지음] ‘무(武)를 숭상하는 나라’
일본의 군사 제도는 몹시 치밀하고 강고하다. 각 주의 태수는 모두 무관이며 거두는 세금은 다 군사를 육성하는 데 쓴다. 군사 한 명당 한 해 급여는 쌀 25석이고 병역 이외의 다른 부담은 없다. 태수들은 백성의 고혈을 짜내 세금을 거두고 군대를 양성한다. 그래서 백성들은 온 힘을 다하여 태수의 부하, 즉 군인이 되려고 한다. 먹을 것과 입을 것을 얻으려면 별 수 없다.
군인도 얼굴에 칼이나 창에 맞은 상처가 있으면 용감한 사나이라 하여 녹봉을 더 받고, 상처가 귀 뒤에 있으면 잘 도망치는 사람으로 몰려 배척당한다. 그러니 그들이 생명을 가볍게 여기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의로움을 숭상해서 그런 것도 아니고, 또 타고난 성질이 그러하기 때문도 아니다. 사실은 자기 몸 하나 편안해지기 위해서 그렇게 하는 것일 뿐이다. 그러므로 군졸들은 평상시 복종하는 습성이 몸에 배어 적병을 보면 등불을 향해 달려드는 나방과 수레바퀴를 막아서는 사마귀처럼 무모하게 돌진한다.
[해유록- 신유한 지음] <해유록> ‘출판’
일본에 서적이 많은 것은 실로 천하의 장관이라 할 만하다. 우리나라 명현의 문집 가운데 일본 사람들이 가장 존숭하는 것은 <퇴계집>으로 집집마다 읽고 외우고 있다. 일본 문인들이 필담할 때 가장 먼저 묻는 것도 <퇴계집>에 관한 것이다. 도산서원이 어느 군에 있는지 묻기도 하고 퇴계 선생의 후손이 지금 몇 사람이나 있으며 무슨 벼슬을 하고 있는지 묻기도 한다.
통탄스러운 것은 김성일의 <해사록>, 유성룡의 <징비록>, 강항의 <간양록> 등에 조선과 일본 사이의 기밀을 기록한 것이 많은데 이 책들이 지금 모두 오사카에서 출판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적을 정탐하여 적에게 알려주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우리나라의 기강이 엄하지 못하여 통역관들의 밀무역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이니 두려운 일이다.
겟신 쇼오탄이 오사카에서 출판된 <성사답항> 두 권을 나에게 보여주었는데, 이 책에 수록된 것은 나와 세 명의 서기가 쇼오탄과 주고받은 시들로 시모노세키에 가기 전까지의 작품들이었다. 그 뒤의 것들은 아직 출판이 끝나지 않았다고 했다. 날짜를 계산해보니 한 달 만에 출판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