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채널 권경률

낭독 한국사 63회 ‘나를 알아주는 벗! 이덕무와 멋진 친구들’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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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벗에게는 대놓고 까기와 철판깔고 부탁하기가 모두 가능해야한다!?
마음의 여유가 없는 현대인들에게 진정한 친구가 무엇인지 보여준 이덕무와 박제가.
하지만 그런 그들에게도 시련이 다가왔다! 정치적인 견해의 차이로 적아닌 적이 되어버린 둘의 운명은!?
이덕무, <아정유고(雅亭遺稿)>, 박제가에게
성상께서는 미천한 선비를 가엽게 여겨 보호해주시는 고마운 뜻과 함께 글을 숭상하는 것을 크게 북돋아주시는 훌륭한 말씀을 정성스럽게 각신에게 선포하게 하셨네. 대개 이 일은 직각 남공철의 책문에서 ‘고동서화(古董書畫)’라는 네 글자를 사용한 데서 시작되었네. 중원을 흠모하고 소설을 좋아하는 것은 근래의 고질적인 폐단이지만, 성상의 책망이 엄하여 남공철과 옥당 이상황에게 문계(問啓)의 명이 내려지기도 했네. 이 소식은 이미 저보에 났으니 그대도 당연히 보았겠지. 아, 정말로 이것은 순수하고 고풍스러운 풍습을 만회하고 크고 고아한 문풍을 진작시키려는 일대의 기회라네. 그대는 반드시 상세하고 충분히 살펴서 잘못을 뉘우치고 바른 데로 돌아오며, 성은에 감사하고 죄를 인정한다는 뜻으로 한 편의 고문이나 칠언절구 10여 수를 짓도록 하게. 그러나 문장이든 시든 그 내용은 지극히 순수하고도 고아하게 하는 데 힘써야 할 것이네. 혹시라도 가볍고 화려한 말은 쓰지 말고, 글자나 구절을 쓸 때도 세속에서 말하는 소설이나 명말청초에 사용하던 일종의 천하고 경박한 말은 쓰지 않아야 할 것이니, 어찌 하겠소? 남공철과 이상황, 두 학사는 사도와 이단을 배척한다는 시문을 지어 올렸다고 하니, 그대도 다 지었으면 빨리 적어 내각에 올려 보내시게.
박제가, ‘비옥희음송인(比屋希音頌引)’
남들은 저의 잘못을 두 가지로 말합니다. 그중 학식이 높지 못한 것은 분명 저의 잘못입니다. 그러나 남과 본성이 다른 것은 저의 잘못이 아닙니다. 이를 음식에 비유해 보겠습니다. 제사상의 자리를 놓고 말하면, 기장과 좁쌀은 앞자리에 놓이고 국과 포는 뒷자리에 놓입니다. 맛의 경우 젓갈에서 짠맛을 얻고 매실에서 신맛을 얻으며 겨자에서 매운맛을 취하고 찻잎에서 쓴맛을 선호합니다. 지금 소금이 짜지 않고 매실이 시지 않으며 겨자가 맵지 않고 찻잎이 쓰지 않음을 책망한다면 그 책망은 정당합니다. 그러나 만약 소금과 매실, 겨자와 찻잎에게 “너희는 왜 기장이나 좁쌀 같지 않느냐?”고 책망하거나 국과 포에게 “너희는 왜 제사상 앞으로 가지 않느냐?”고 꾸짖는다면 그들이 뒤집어 쓴 죄는 실정을 모르고 한 것이니, 그로 인해 천하에 맛있는 음식은 모두 사라질 것입니다.
이덕무, <간본 아정유고>, 박제가에게
보내온 엿과 포는 늙으신 부모님께 드렸네. 고맙고 또 고맙네. 그런데 종이는 길지 않아 그새 다 써버렸는데 어떻게 계속 보내줄 수 없겠는가.
이덕무, <이목구심서(耳目口心書)>, ‘나를 알아주는 벗’
만약 나를 알아주는 한 사람의 벗을 얻는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10년 동안 뽕나무를 심고 1년 동안 누에를 길러 손수 오색실을 물들일 것이다. 10일에 한 가지 빛깔을 물들인다면 50일이면 다섯 가지 빛깔을 물들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을 따뜻한 봄볕에 내놓고 말려서 여린 아내에게 부탁해 100번 발군 금침 바늘로 내 벗의 얼굴을 수놓게 하리라. 그런 다음, 고운 비단으로 장식하고 예스러운 옥으로 막대를 만들 것이다. 이것을 가지고 뾰족하고 험준한 높은 산과 세차게 흐르는 물이 있는 곳, 그 사이에 펼쳐 놓고 말없이 바라보다가 뉘엿뉘엿 해가 저물 때면 품에 안고 돌아오리라.
눈 오는 새벽이나 비 내리는 밤에 다정한 벗이 오지 않으면, 누구와 마주 앉아 이야기할 것인가. 시험 삼아 내 입으로 글을 읽으면 듣는 것은 나의 귀요, 내 손으로 글씨를 쓰면 구경하는 것은 나의 눈이다. 내가 나를 벗으로 삼았으니 이제 다시 무엇을 원망하랴.
이덕무, <선귤당농소>
모름지기 벗이 없다고 한탄하지 말라. 책과 함께 노닐면 될 것이다. 책이 없다면 구름과 노을이 내 벗이요, 구름과 노을이 없다면 하늘을 나는 갈매기에 내 마음을 맡기면 된다. 갈매기마저 없다면 남쪽 마을의 회화나무를 바라보며 친해지면 될 것이고, 원추리 잎새 사이에 앉아 있는 귀뚜라미도 구경하며 좋아할 만하다. 내가 아끼더라도 시기하거나 의심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면, 이 모두가 나의 좋은 벗이 될 수 있다.
이덕무, <선귤당농소>
끼니마다 밥을 먹고, 밤마다 잠을 자며, 껄껄대며 웃고, 땔나무를 해다 팔고, 보리밭을 김매느라 얼굴빛은 새까맣게 그을렸을지라도 천기가 천박하지 않은 자라면, 나는 장차 그와 사귈 것이다.
나보다 나은 사람은 존경하고 사모하며, 나와 같은 사람은 서로 아껴주고 격려해 주며, 나만 못한 사람은 불쌍히 여겨 가르쳐준다면 이 세상은 당연히 태평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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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채널 권경률By c7plann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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