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투표하셨나요? 금수저 흙수저 모두가 평등한 1표를 찍는 6.13 지방선거가 바로 오늘입니다.

오늘 뽑히신 지방수령들께서 어떻게 하면 공무원들을 잘 통솔하고 시민들의 세금을 잘 걷고 잘 쓸 수 있을까요?

우리들의 삶과 직결되어있는 풀뿌리 지방행정! 건강한 풀뿌리를 위한 낭독한국사! 많은 청취바랍니다.

정약용, <목민심서(牧民心書)>, ‘이전(吏典)’

아전들이 고분고분 응대하면, 수령은 그들을 얕잡아보고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저들은 마치 여관집 주인과 같아 손님을 상대하는 데 능숙할 뿐이다. 모르는 것도 아는 체하면서 술술 응해 주다보면 수령이 아전들에게 농락당하고 만다. 수령이 좋아하는 것이면 그들은 영합하지 않는 것이 없다. 이쪽이 재물을 좋아하는 줄 알면 저들은 반드시 이(利)로 유인할 것이니 한번 꾐에 넘어가면 죄에 빠지게 된다. 또 아전들은 진실과 거짓, 허와 실을 눈치 빠르게 아는지라 면전에서는 고분고분하지만 안 보이는 데선 비웃기 일쑤다. 오직 수령이 지성으로 대하여 아는 것은 안다 모르는 것은 모른다 하고, 죄가 있으면 벌주고 죄가 없으면 용서하며, 언제나 정당한 도리를 따르고 권모술수를 쓰지 말아야만 그들의 마음을 복종시킬 수 있다.

무엇보다 아첨을 잘하는 자는 충성하지 못하고, 간쟁(諫諍)을 좋아하는 자는 배반하지 않는다는 점을 살피면 실수하는 일이 적을 것이다. 현령(縣令)은 지위가 비록 낮으나 임금의 규모가 있으니, 아첨을 힘써 물리치고 간언을 충분히 받아들이는 일에 스스로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아첨으로 비위를 맞추는 자들은 수령을 악으로 인도한다. 수령에 대한 비방이 들끓어도 ‘칭송하는 소리가 길에 가득하다.’ 하고, 수령이 파직될 기미가 있는데도 오히려 ‘오래 재직할 것이니 염려할 것 없다.’ 한다. 그러다가 갑자기 조사받을 일이 생기면 어제까지 아첨하던 자가 앞장서서 부정의 증인을 자처하고 자잘한 잘못까지 들추어낸다. 그럼에도 만약 불이익을 무릅쓰고 잘못을 덮어주는 자가 있다면 바로 전날 귀찮게 간쟁하던 사람일 것이다.

정약용, <목민심서(牧民心書)>, ‘호전(戶典)’

환곡(還穀)이란 사창(社倉)이 한 번 변해서 된 것인데, 곡식을 내어 파는 것도 아니고 곡식을 사들이는 것도 아니면서 백성들에게 뼈에 사무치는 병통만 안겨주니, 백성이 죽고 나라가 망하는 것이 임박 간에 있을 일이다. 감사가 무역하는 일은 상판(商販)의 문을 크게 열어 놓는 것이다. 수령이 범법하는 것쯤은 거론할 것이 못 된다.

입본(立本)이란 무엇인가? 가을에 돈으로 거두어 미리 그 남는 이익을 훔치기도 하고 봄에 돈을 나누어 주고 뒤에 그 이익을 거두기도 한다. 가을에 돈으로 걷는 것은, 예컨대 갑년(甲年)에 흉년이 들어 찧지 않은 벼 한 섬에 시가가 2냥일 경우 돈으로 대신 거두니, 백성도 역시 그렇게 하는 것을 좋아한다. 또 을년(乙年) 봄 백성들이 한참 곤궁할 때 수령은 영을 내리기를, “올 가을에 풍년이 들면 한 섬이 1냥에 불과할 터이니, 너희는 지금 돈을 갖다 쓰고 가을에 가서 한 섬을 바치면 역시 좋지 않겠느냐?” 하면 백성들도 역시 기뻐한다. 이러는 사이에 남는 것이 1냥이니, 만약 1천 석을 이런 식으로 한다면 그 돈은 무려 1천 냥이나 된다. 이것이 이른바 입본이란 것이다.

수령이 얻는 것은 비록 1냥에 불과하나 백성이 잃는 것은 곧 2냥이 된다. 왜냐하면 갑년 가을의 시가가 2냥이면 을년 봄에는 반드시 3냥이 될 것이다. 3냥일 때에 백성은 1냥만 받으니 2냥을 잃는 것이 아닌가? 분명히 2냥의 돈을 잃고도 가을에 가서는 기쁜 마음으로 갖다 내고 봄에 가서는 흐뭇한 마음으로 받으니, 백성이란 실로 딱한 존재다.

지금 열읍(列邑)의 곡물장부는 모두 허위 기록이므로 법대로 파헤친다면 10에 7~8은 모자랄 것이니 국가의 재정을 생각하면 진실로 애통할 일이다. 수령들은 아전들이 사적으로 빼돌린 환곡을 위력으로 들추어내지만 뇌물을 받고 그대로 덮어두는 경우가 많으니 장차 이를 어찌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