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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3년 오나라, 제갈근의 아들 제갈각이 권력의 정점에 선다. 조카 뻘 제갈공명의 이름을 등에 업듯, 그는 오나라를 손에 쥐고 누구의 말도 듣지 않는다. 그러나 '너무 똑똑한 자'는 연회의 칼날을 피하지 못한다—자신이 불러낸 연회 자리에서 암살당한다.
240년대 오나라, 늙은 황제 손권은 후계자 다툼의 소용돌이 속에서 점점 더 깊은 의심의 수렁으로 빠져든다. 이궁의 변—두 황자 사이에서 궁정이 갈라지는 그 한복판에서, 오나라 최고의 지략가 육손은 황제의 편지를 받고 받고 또 받다가 끝내 분사한다. 손권은 자신이 무엇을 죽였는지 알았을까.
234년 스승 제갈공명을 잃은 강유는 그 빈자리를 메우듯 북벌의 깃발을 다시 든다. 240년대부터 250년대까지, 해마다 북쪽을 두드리지만 촉나라의 국력은 거듭된 출정으로 서서히 바닥을 드러낸다. 스승의 꿈과 나라의 현실 사이에서 강유는 멈추지 않는다—아니, 멈출 수가 없다.
진나라가 된 세상, 아흔 가까운 늙은 병사가 젊은 이에게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가 첫 번째로 꺼내는 이름은 사마의—234년 제갈공명이 죽은 뒤 가장 오래 살아남은 자. 병들고 늙은 척 숨을 죽이며 15년을 기다린 사마의가 249년 고평릉 정변으로 위나라 권력을 단숨에 틀어쥔다.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소설)는 유비를 정통으로 세우려는 구도 위에서 쓰였기 때문에, 조조는 처음부터 대비되는 악역으로 배치됩니다. "차라리 내가 천하 사람을 저버릴지언정, 천하 사람이 나를 저버리게 하지는 않겠다"는 그 유명한 대사가 상징적이지요. 여백사 일가를 몰살한 일화, 화타를 의심해 죽인 일, 서주 대학살 등은 그의 잔인함과 의심 많은 성격을 부각시키는 장치로 쓰였습니다. 여기서 조조는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재능은 뛰어나되 신뢰할 수 없는 "간웅(奸雄)"으로 완성됩니다.
반면 진수가 쓴 정사 삼국지는 조조를 훨씬 실용적이고 유능한 정치가·군사가로 그립니다. 실제로 그는:
황건적의 난과 동탁의 폭정으로 무너진 중원에서 둔전제를 도입해 백성을 먹이고 나라 곳간을 채운 행정가였고
관도대전에서 원소의 압도적 병력을 상대로 승리해 화북을 통일한 뛰어난 전략가였으며
신분과 출신을 가리지 않고 인재를 등용한다는 유재시거(唯才是擧) 원칙으로, 곽가·순욱 같은 이들을 발탁해 자기 사람으로 만든 리더였습니다
도원결의로 맺은 의리, 오관참육장의 무용, 조조마저 두렵게 한 위세까지 — 관우는 한 시대를 호령한 무패의 명장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명성 위에 쌓인 것은 자부심을 넘어선 오만이었습니다. "호랑이의 딸을 개의 아들에게 시집보내겠는가" — 손권의 청혼을 걷어찬 그 한마디가 결국 형주를 무너뜨리는 도화선이 됩니다.
백의도강의 계책, 등을 돌린 부하들, 그리고 맥성에서 맞은 최후까지. 신으로 추앙받은 사내가 어떻게 자기 오만함으로 몰락했는지, 그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장판 언덕. 나는 그때 조조군 쪽 줄에 있었어. 피난민 수십만이 흙먼지 속에 무너지는데 — 다리 하나에 사내 하나가 딱 서 있었다. 그 고함에 내 옆의 놈이 주저앉았고, 하후걸인가 하는 장수는 말에서 떨어져 죽었다지. 나는… 허허. 나는 도망쳤지.
장비 육성: "연인(燕人) 장익덕이 여기 있다! 누가 나와 죽음을 겨루겠느냐!"
동탁이 낙양을 태우던 밤 — 나는 피난 행렬에 있었다. 하늘이 사흘 붉었어. 그 동탁을 누가 죽였는 줄 아나. 여포? 아니야. 칼을 쥐여준 사람이 따로 있어.
호로관 앞. 북소리가 땅을 흔들던 그 새벽, 관문 앞에 말 한 필이 나왔습니다. 적토마 — 그 말 울음소리에 수만 연합군의 줄이 반 발씩 물러섰습니다.
유비·관우·장비, 셋이 한꺼번에 덤벼도 밀리지 않은 유일한 사람. 그런데 그 천하무적은 왜 밧줄에 묶여 죽었을까요. 힘은 천하제일인데, 왜 아무도 그의 곁을 지키지 않았을까요.
그 자리에 줄 서 있던 늙은 병사가, 주막에서 술 한 사발 받아놓고 그날 얘기를 풀어놓습니다.
"책에는 배신자라 썼다더구만 — 내 눈엔 좀 달랐어."
삼국지 열전 제1화. 라디오서울 AM 1650 창작 오디오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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