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0년 8월, 고려 18대 왕 의종의 행렬이 흥복사를 나와 보현원에 가까워졌을 때 갑자기 소란이 일더니 왕을 호위하던 문신들이 피를 뿌리며 쓰러지기 시작했다. 정중부의 지휘 아래 무신들이 군사를 일으켜 문신을 살해하고 정권을 장악한, ‘무신 정변’이 일어난 것이다. 의종 옆에 있던 문신들은 죽임을 당해 그 시체가 산처럼 쌓였다.
고려의 무신들이 정변을 일으킨 이유는 무엇일까? 고려는 조선과 달리 무과를 두지 않아 전쟁에서 공을 세우거나 무예가 뛰어나면 무신이 될 수 있었다. 때문에 무신 중에는 평민출신도 많아서 가문이 뛰어난 문신들의 멸시를 받기 일쑤였다. 더구나 문신은 벼슬이 종1품(충렬왕 이후 정1품)까지 올라갈 수 있었지만 무신은 정3품 상장군을 넘을 수 없어서 정치권력에서도 소외될 수밖에 없었다. 무신들이 공을 세워 출세하는 경우도 드물었고 그들의 공적은 문신들에게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