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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역에 눌러살겠다며 버티던 마을 사람들은 "살 준비가 되면 함께 살자"는 약속을 받고서야 겨우 산을 내려간다.
이제 천혜는 전준이 남기고 간 보따리를 푼다. 내공심법, 외공, 권각술, 병기술, 경공까지 하나같이 구대문파 장문인이나 익힐 상승무공이다. 그런데 그중 괴상한 책이 한 권 섞여 있다. 표지에는 '투' 한 글자, 속은 거지 발싸개 같은 글씨에 낙서 같은 그림뿐이라 천하의 재녀 천혜조차 읽지 못한다.
기초 수련을 시작한 준하가 뒤늦게 무릎을 친다. "말라비틀어진 오이 같은 전준이 왜 그리 셌나 했더니, 상승무공이었구만." 타고난 천강지체에 천혜의 가르침이 더해지자, 한 달 만에 만년삼왕과 흑룡액의 기운이 단전에 자리 잡는다.
무엇을 배울지 묻자 준하는 오직 주먹질만 고집한다. 천혜가 말린다. 박투로 절대고수에 오른 이는 전설의 투왕 단 한 사람뿐이라고. 그때 준하가 '투' 책을 펼치더니 낄낄 웃는다. "이 책 쓴 사람, 나만큼 무식한가 보다. 근데 그림은 잘 그렸네." 천하 재녀도 손든 책을 산골 사내는 깔깔거리며 술술 읽어 낸다.
다시 한 달 뒤, 첫 실전 상대는 흰머리 곰 백두다. 준하가 도시락까지 싸 들고 찾아가자, 온천을 즐기던 백두는 기가 막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준하의 말이 곰에게 들리고, 곰의 말이 준하에게 들린다. 교과서대로 날린 번개 주먹 앞에서 한 시간 만에 백두가 무릎을 꿇는다.
그 순간 백두의 머릿속에 아버지의 유언이 떠오른다. "너를 이기고 네 말을 알아듣는 인간이 나타나면, 그가 너의 주인이다. 그를 동방성자의 유지가 있는 곳으로 안내하라."
준하 앞에 또 하나의 천고의 기연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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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산 금역에서도 가장 깊은 골짜기, 흰머리 곰이 뛰노는 그곳에 덕삼이 산다. 낮에는 화전을 일구고 사냥을 하며, 밤이면 몰래 마을에 식량을 나눠 주는 속 깊은 사내다. 원나라의 앞잡이가 된 무당파가 마교와 손잡고 백성의 땅을 빼앗자, 덕삼은 금역에 숨어 살기로 했다.
그 무렵 저자거리에 소문이 돈다. 나물 뜯으러 금역에 들어간 주민들이, 마을의 공공의 적 전준이 제 똥 위에 주저앉아 울고 있는 꼴을 봤다는 것이다. 온 동네가 배를 잡고 웃는다.
한편 통나무집에서는 조촐한 혼례가 열린다. 공주는 정한수를 떠 놓고 처음으로 자기 이름을 밝힌다. "제 이름은 화경입니다. 오늘 진짜 부부의 연을 맺으려 합니다." 맞절을 마친 덕삼이 묻는다. "부부가 되었으니 뭐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서방님 맘대로 하세요."
그런데 입을 맞추려는 바로 그 순간, 문밖에서 누가 부른다. "떡삼이 안에 있나?"
[리마스터] 목소리·효과음·음악을 새로 입힌 투왕 전설입니다. 매일 한 회씩 이어집니다.
무당산 금역의 나무꾼 덕삼. 큰일을 보던 가짜 도사 전준의 정수리를 박치기로 내리찍고, 그 보따리 속 흑룡액과 만년삼왕을 홀랑 마셔버립니다. 아홉 번의 탈태환골, 그리고 숲에서 쓰러진 송나라 공주 천혜. "이거 키스 아니고 의술이요."
지난 이야기는 라디오서울 홈페이지 '이야기 찻집'에서 처음부터 들으실 수 있습니다.
https://www.radioseoul1650.com/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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