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가 가부장적 부계의 성격을 덜고 모계의 성격을 되찾아 간다는 것이 지난 시간의 줄거리였다. 그러나 모계가 좋기만 하다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한국 사회는 고부갈등이 이혼의 주된 이유 중 하나지만 남녀평등이 진척된 서구 사회에선 전통적으로 사위와 장모 갈등이 주요 이혼 사유 중 하나이다. 어느 길이 옳으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느 길을 선택하든 길을 제대로 갈 수 있느냐가 역시 중요한 것이다.
결혼이 미친 짓이라고?
결혼과 가족의 구성은 예나 지금이나 인간이 정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취할 수 있는 가장 안정된 삶의 형태이다. 그러나 결혼과 가족 역시 시대적 산물이다. 시대 상황과 시대정신을 읽으며 삶과 가족의 문제를 함께 고민해야 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
한국 사회에서 결혼은 특히 중요하다.
가족을 단위로 하고 가족을 중심으로 꾸려 온 사회이니 그렇다. 결혼이라는 걸 표현할 때도 시집,
장가杖家 ..... 이런 식으로 뒤에 집과 가족을 붙여 표현하지 않는가. 그렇게 결혼은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그 사람을 판별하는 강력한 기준이 된다. 기혼, 미혼 으로 구분해 부르는 것도 결혼 했다,
아직 안 했다가 아니라 엄밀히 따지면 ‘해야 할 결혼을 한 사람’, ‘해야 할 결혼을 아직 못한 사람’
이라는 규범의 뜻을 담고 있기도 한 것이다. 하고 싶지 않아 결혼을 안 하는 사람에 대해서 ‘비혼’이라는
말을 쓰지만 최근에 시작된 일이라 사회에 통용되고 있지도 않을 정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