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상욱 기자수첩[김현정의 뉴스쇼 2부]

[03/08 목요일]2012 약속해, 새롭고 평등한 세상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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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
1908년 3월 8일, 생활고와 차별에 허덕이던 미국 섬유여성노동자들이 뉴욕 룻저스 광장에서 빵과 참정권을 요구하며 가두시위를 벌였다.
1909년에는 미국 전지역 2만여 여성노동자들이 여성의 정치적 권리를 인정하라고 시위를 벌였다.
여성에게 빵과 장미를
이에 자극을 받아 1910년 제2 인터내셔널, 국제노동.여성회의에서 여성권리 신장을 위한 날이 제안되고,
다음해인 1911년 3월19일 독일·오스트리아·덴마크 등에서 첫 ‘세계 여성의 날’ 행사가 치러졌다.
왜 3월8일이 아니고 3월19일로 정했을까? 1848년 프로이센 왕이 여성 참정권을 약속했던 날이었기 때문이다.
왕이 훌륭해서가 아니라 나라가 망조가 들고 국민이 못살겠다고 아우성치니까 이것 저것 다 해주겠다고 급히 약속하면서 여성참정권도 집어넣었던 것.
그러나 미국 여성노동자 시위에 의미를 부여해 1913년에 다시 3월8일로 바뀌어 확산됐다. 세계 여성의 날에는 이처럼 평등을 향한 갈망과 투쟁이 짙게 배어 있다.
유엔은 ‘국제 여성의 해’인 1975년 ‘세계 여성의 날’을 공식 지정했다. 이탈리아·러시아.베트남·우크라이나·중국 등 여러 나라에선 오늘이 공휴일이다.
남성이 여성에게 꽃과 작은 선물을 주기도 한다. 러시아 베트남은 상당히 큰 명절로 여긴다. 우리로 치면 발렌타인데이에 들썩들썩하는 거와 비슷한 모습이다.
남녀평등에서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는 종교이다. 국민일보 보도를 보면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측 2011년 총회 대표 1,442명 중 여성 대표는 7명이었다.
2009년 13명, 2010년 12명, 2011년 7명 ..... 왜 자꾸 줄어들까?
개신교 교단 중 많은 교단은 여성 목사와 여성 장로를 거부하고 있다.
한국교회여성연합회가 최근 촉구한 내용에는 각 교단이 교회 내 성문제를 다루는 전담기구를 설치해 성희롱, 성폭력 사전예방과 철저한 사후조치를 제도화하라고 촉구했다 한다. 한국 교회의 현실이 이러하다.
가톨릭도 불교도 성차별은 모두 마찬가지이다. 왜 그러는지 궁금하신 분들은 직접 물어보길 권한다. 문제는 차별 당하면서도 왜 차별하느냐고 목사에게 신부에게 주지승에게 따져 묻지를 않는다는 것이다.
세계 공통된 문화 중 하나가 어느 사회이고 무기와 발언권은 남성이 독점한다는 것이 문화인류학에서 이야기하는 내용이다. 이건 남성들이 독점하고 있는 쾌락과 권력의 영역에 여성들이 들이 닥칠까봐 두려운 남성들의 꼼수라고 볼 수 밖에 없다.
과거 봉건제 사회를 살다 간 여성의 이름이 오래도록 남겨진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널리 알려지고 기억되는 여성의 경우는 남성을 위해 희생한 여성 - 남편과 아들, 시가를 위해 희생한 여성일 때 그러하다. 이것이 허난설헌보다 신사임당이 유명한 이유일 게다.
“나에게는 세 가지 恨이 있다 조선 땅에 태어나고, 여자로 태어나고, 그리고 남편의 아내가 된 것이다.”
허난설헌은 시집의 냉대, 자신에게 등 돌린 남편의 끊임없는 외도, 친정 가족을 향한 애달픈 그리움, 어린 자식을 모두 잃은 슬픔 ..... 그 한을 시로 옮겼다. 그러나 동생 허균이 요절한 누이를 기려 펴낸 ‘난설헌집’ 역시 당대 조선에서는 주목받지 못했고 중국과 일본에 전파돼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한다. ‘韓流’의 원조가 허난설헌인 셈이다.
허난설헌의 시 한 수를 읽고 넘어가자.
채련곡 (採蓮曲;연밥 따는 노래)
허초희(許楚姬)
秋淨長湖碧玉流(추정장호벽옥류)-해맑은 가을 호수 옥처럼 파란데
荷花深處繫蘭舟(하화심처계란주)-연꽃 우거진 곳에 목란배 매어뒀지
逢郞隔水投蓮子(봉랑격수투연자)-임을 만나 물 건너로 연밥을 던지다
遙被人知半日羞(요피인지반일수)-행여나 뉘 봤을까 한나절 부끄러웠네!
한 쪽 날개로 뒤틀린 채 나는 새
지난 7일 국가인권위원회가 여성의 날을 맞아 내놓은 여성차별 사례들은 아직도 우리 사회가 갈 길이 멀다는 걸 보여준다.
* 건물 청소 미화원 아주머니들에게 적절한 체중을 만들지 못하면 강제로 무급휴가 휴직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는 기업.
* 인턴 직원에게 예쁘고 날씬하지 않으면 일을 제한적으로 주도록 한다고 한 공연예술 교육기관
* 공연장 안내 아르바이트 면접에 붙었는데 출근 며칠 전 키가 작아 아무래도 곤란하다고 연락한 곳도 있다 한다.
올해 여성의 날 슬로건은
“2012 약속해. 성평등 사회를, 평화로운 세상을, 99%의 행복을 약속해”이다. 세상의 절반은 여성이다. 절반이 건강치 못하고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면 세상이 온전할 리 없다. 인류는 아직도 한 쪽 날개만으로 공중을 나는 새와 같다. 뒤틀린 채 날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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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상욱 기자수첩[김현정의 뉴스쇼 2부]By C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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