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상욱 기자수첩[김현정의 뉴스쇼 2부]

[03/09 금요일]국민은 우울증, 언론은 관음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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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 뉴스에서 날씨 소식을 전하는 기상캐스터가 요 며칠 화제가 되고 있다. 기상 캐스터의 몸매에 대한 논란이다.
시작은 용모가 빼어난 기상 캐스터의 방송 장면을 순간 포착한 캡처 사진이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을 통해 급속히 퍼지면서이다.
곧 일부 언론들이 “환상의 몸매‘, ’탤런트 아무개 뺨치는 몸매 .....’라고 기사를 쏟아냈다.
그리고 이 소동을 지켜보던 다른 고참 기상 캐스터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기상캐스터를 두고 자극적인 기사 좀 내보내지 마세요’라고 따끔하게 충고함으로써 논란이 커졌다. 사람들의 반응은 크게 셋으로 나뉘는 듯하다.
‘그래 뉴스 앵커나 기상 캐스터의 얼굴이 예쁘니, 몸매가 어떠니 할 게 아니라 내용에 집중해야 한다’
‘예쁜 건 예쁜 거고 보기 좋은 건 좋은 거지 뭘 그러냐’
‘출연하는 사람들도 몸매가 드러나는 꽉 끼는 옷만 입고 나오던데 그렇게 보아 달라는 거 아니냐’
방송은 방송일 뿐 쇼가 아니다?
기상 캐스터들은 노출이 심한 옷을 입지는 않는다. 다만 몸에 착 달라붙어 몸매가 잘 드러나는 옷들을 주로 입는다. 이건 방송 기술상의 필요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 텔레비전 날씨 방송은 크로마키 기법으로 제작한다. 파란색 벽 앞에서 촬영을 하고 나중에 파란 배경에 그래픽을 합성하는 방법이다.
기상 캐스터는 몸을 옆으로 돌려 기상도를 가리키며 설명하는 동작이 많다. 그래서 크로마키 기법으로 제작하면 기상캐스터의 옆모습과 손동작이 뚜렷하게 잘 보인다. 그런데 기상 캐스터가 입은 옷이 펑퍼짐하거나 주름이 많거나 레이스가 달려 있으면 배경을 가리거나 겹치면서 화면 구성이 나빠진다. 몸에 붙는 의상이 제작에 유익하다. 기상 캐스터의 의상이 노출은 심하지 않지만 몸에 달라붙게 되는 이유이다.
그러나 단지 그것 때문만은 아니라는 느낌을 받을 때가 분명 있다. 방송사 간에 시청률 경쟁이 불붙으면서 시청자를 끌어 들이기 위해 필요 이상 꽉 끼는 의상이 등장하고, 화장이 짙어지고, 노출도 많아지는 듯하다. 아침 기상 캐스터의 의상은 몸매가 확연히 드러날 만큼 꽉 끼지 않는다. 저녁과 밤 뉴스 시간대 기상 캐스터는 용모와 몸매를 고려해 배치하고 의상도 필요 이상 꽉 끼는 것으로 조치하고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뉴스 내용이 엉망이어서 국민들이 항의집회를 하고 방송인들이 파업까지 하는 마당에 젊은 여성출연자 용모.몸매에 기대서 뉴스를 어찌 해보려 한다면 방송사가 추해 보인다.
시청자 문제도 있다. 2011년 7월에도 기상 캐스터의 의상이 문제 된 적이 있었다. 모양은 얌전한 원피스인데 문제는 가슴라인부터 치맛단까지 하나의 지퍼로 죽 이어진 것이 문제. 몸 한가운데를 지퍼가 지나는 이른 바 지퍼 패션이었다. 논란이 일었다는 것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지퍼를 다 열었을 때 를 상상케 했다는 의미가 된다. 이런 식으로 가다보면 대책은 없다. 지퍼는 지퍼를 내리는 상상을 하니 피해야 하고, 단추도 단추를 푸는 상상을 하면 피해야 한다. 이건 집단 관음증의 영역이다.
사회는 우울증, 방송은 관음증
관음증이란 다른 사람의 사적인 영역을 자신의 지나친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들여다보며 쾌락을 얻는 행위이다. 텔레비전 뉴스를 놓고 방송하는 쪽이나 시청하는 쪽이 이런 방향으로 쏠린다면 곤란하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병적인 증세를 노출하고 있는 건 사실이지 싶다. 방송사의 텔레비전 카메라가 침 흘리는 일부 남성들의 눈을 대신하는 경우가 많다. 여성의 몸을 아래 위로 훑으며 오르락 내리락 한다. 유독 가슴이나 허벅지만 강조해 비춘다. 신문사의 카메라 역시 뒤태니 가슴골이니 하면서 여성의 몸을 상품화해 셔터를 누른다. 물론 어느 선이 적절한 지 기준을 잡기 어려운 문제이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우리 사회의 심리적 상황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지만 사회를 점점 집단관음증으로 끌고 들어가는 기능도 하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마구 번지는 여배우의 동영상, 여성 탤런트의 얼굴에 다른 사람의 나체를 합성한 조작 사진에 그걸 개념 없이 내보내는 언론, 뉴스 시간마저 몸매 논란에 휩싸이며 집단관음증이 이제는 거의 정상처럼 여겨지는 건 안타깝다. 물론 개인이 누릴 벗을 자유도 있고 즐길 자유도 있다고 반박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건강한 시민과 건강한 문화, 건강한 가치가 사회를 번영으로 이끈다고 믿는다. 사람의 몸을 상품이나 눈요기 감으로 여기는 가치관은 우리 모두의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드는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남의 몸매나 알몸을 흘깃거리는 사회의 집단관음증이 깊어지다 보니 법을 공부했다는 국회의원까지 벗은 사진이 아니라 아예 몸속을 보여주는 MRI 사진까지 국민에게 들이미는 것 아닌가. 사는 일이 힘들어 사회 전체가 우울증에 빠져들고 있는데 방송이 신문이 정치인이 관음증이나 부추기고 있으면 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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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상욱 기자수첩[김현정의 뉴스쇼 2부]By C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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