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상욱 기자수첩[김현정의 뉴스쇼 2부]

[03/12 월요일]우리의 칼국수, 우리의 삼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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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인 어제 (3월 11일) 주요 뉴스는 두 가지였다.
“칼국수 값이 전국 평균 5천원을 넘어 섰다”,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의 보유주식이 10조원을 넘어 섰다”,
한마디로 부익부 빈익빈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휴일 뉴스였다.
고맙다 칼국수, 애석하다 칼국수
먼저 칼국수 이야기를 해보자. 밀가루로 반죽을 한 뒤 넓게 펴면 번데기가 된다.(반대기는 사투리). 넓은 번데기를 말아 접은 뒤 칼로 썰어 국수를 만든다. 칼로 썰었다고 해서 한자어로는 절면, 전도면이라고 부른다.
얇게 편 밀가루 반죽을 돌돌 말아 접어서 칼로 썰어 만드는 칼국수 제작 방식은 한국과 일본에서 쓰인다. 중국식은 자장면 만들 때처럼 면을 반죽해 길게 늘이고 접고 다시 늘여 가락을 만들어 나간다. 중국 대륙은 밀 재배가 많아 밀가루가 풍부하다. 밀가루에 물을 섞어 반죽을 하면 길게 늘어난다. 자꾸 늘려서 가늘게 만들면 더 맛나고 다양하게 조리할 수 있다. 그런데 한국과 일본은 밀은 부족하고 메밀이 많았다. 메밀가루로 반죽을 하면 길게 늘어나지 않는다. 국수 모양으로 길게 뽑아야 하는데 길게 늘어나질 않으니 홍두깨로 반죽을 얇게 밀어 접은 다음에 칼로 썰어 국수 모양을 내게 된 것이다.
칼로 썬 국수 가락을 장국에 끓여서 제물에 그대로 내면 제물칼국수, 건져 내서 따로 만든 장국에 내면 건진 칼국수가 된다.
메밀 재배가 많고 밀이 귀한 한반도에서 밀가루 국수는 아무나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었다. 잔치날을 기다리며 ‘국수 먹겠네’로 표현하는 것도 거기서 유래된 것이다. 예전엔 밀가루에 메밀가루를 섞어 반죽을 해 칼국수를 만들었다. 그러다 6.25 전쟁 후에 미국에서 식량원조로 밀가루가 많이 들어오면서 칼국수와 수제비가 널리 퍼진 것이다. 처음엔 그저 하루 한 끼 칼국수 먹는 것도 다행이라 여겨 감사히 먹다가 점점 지역별로 개성이 뚜렷해졌다. 서울은 사골 국물에 면발을 가늘게 해서 건진 칼국수로 만드는 방식이 유행했다. 충청도는 면발을 중간 쯤 하는데 닭고기 국물을 많이 쓴다. 해안 지역은 당연히 해물 칼국수가 유행하는데 해물에는 굵은 면발이 많다.
그런데 칼국수 값이 올라 평균 5천원이 훌쩍 넘어 가난한 서민이 사먹기 힘들어진다면 민생이 1970년대, 1960년대로 되돌아가고 있다는 신호탄이니 갑갑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보유주식 10조, 그리 많이 삼키면 체한다
서울 지역 칼국수 값을 뒤져 보니 재래시장 안에는 아직도 푸짐하고 값이 싸다. 서울 중랑구 망우동 우림시장의 쫄깃한 손칼국수가 유명한데 여전히 싸다. 손칼국수 2천5백 원, 곱빼기 3천 원, 잔치국수 1천5백 원. 고마운 일이다. 종로3가, 종묘 공원 뒷골목 식당들을 둘러보니 칼국수 값은 이제 4천 원 선이다. 국수보다 해물이 많이 들어간 걸로 치면 무지하게 싼 편이긴 하다. 해장국은 아직도 2천원부터 시작하고 있다. 정말 고마운 일이다. 가장 값싼 뒷골목 식당인데도 예전에는 그 국수 값마저 낼 수 없어 먹고 도망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한다. 그렇게 도망치는 젊은이에게 주인이 급히 뛰어나와 등 뒤에다 대고 외쳤다는 말은 전설로 이어진다.
“이 눔아, 국수 먹고 급히 뛰면 체한다. 괜찮으니 그냥 천천히 가라!”
이런 뒷골목, 시장, 마을이 무너지고 깨지는 것을 심각히 여겨야 한다. 오르는 값을 보지 말고 무너지는 공동체를 보아야 한다. 이런 곳들을 빌딩 올린다고 모두 허물어 버리고 찾아오던 사람들을 쫓아 보내면 그건 고쳐서 발전한다는 개발이 아니다.
보유주식이 10조원이 넘었다는 이건희 회장께도 한 마디 하자. 이건희 회장 10조원 돌파는 어제 새벽 4시 59분에 나오기 시작한 뉴스이다. 그로부터 2분 후인 새벽 5시 1분에 인터넷에 오른 기사도 있다.
삼성반도체 등에서 일하다 혈액암, 유방암 등에 걸려 투병하다 숨진 사람들에 관한 기사이다. 처음 듣는 소식은 아니다. 삼성 노동자들의 암투병 소식은 5년 전부터 이어지고 있다. 유가족과 관련단체들은 삼성전자, 삼성 SDI, 삼성 LCD의 난치직업병 관련 피해 접수자가 137명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 가운데 53명이 숨졌다.
보유 주식이 10조원이 아니라 20조원, 30조원이 되기를 빌어드리겠다. 그 대신 삼성 노동자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유해물질이 뭔지, 발병 경로가 어찌 되는지, 제대로 된 역학조사와 진상규명, 마땅한 사과와 보상에 대한 진정성 담긴 이야기가 나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2천원 국밥과 3천원 칼국수를 팔면서도 돈 못 내고 도망치는 사람 잘되기를 빌어주는 세상이었다. 이 세상에 대해 뭔가 책임을 느낀다면 소상히 밝혀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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