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상욱 기자수첩[김현정의 뉴스쇼 2부]

[03/21 수요일]연합뉴스, 한 순간도 권력에 사로 잡혀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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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를 전하는 언론사에서 쟁의가 벌어져 노조가 파업을 하고 제작거부를 해도 사측은 간부들을 동원해 뉴스제작을 이어간다. 뉴스통신사에서 보내오는 소식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최대의 뉴스통신사이자 국가기간통신사인 연합뉴스 노조원들까지 파업에 들어갔다. 그래서 노조 파업사태를 겪고 있는 언론사들이 몹시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베껴 낼 뉴스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면서 부실하던 뉴스가 급격히 더 부실해 진 것.
뉴스통신 - 말 달리고 비둘기 날고
뉴스통신사는 외국 소식을 국내에, 국내 소식을 외국에, 지역 소식을 중앙에, 중앙 소식을 지역에 배급해 돌리는 뉴스의 도매상 역할을 해오고 있다. 통신사는 International News Agency 국제통신사와 국내통신사로 나뉜다. 국제통신사는 세계 곳곳에 지사나 지국, 특파원을 두고 뉴스를 수집해 세계 각국의 신문방송통신사나 주요 기관에 배급한다. 국내통신사는 나라 안 소식을 취재하고 국제통신사로부터 외국 소식을 넘겨 받아 국내 신문방송기관에 배급한다. 분류 방식을 달리하면 모든 소식과 자료를 총망라해 공급하는 종합통신사, 사진이나 경제뉴스 등으로 특화된 특수통신사로 분류할 수도 있다.
뉴스통신사는 프랑스에서 시작됐다. 19세기 프랑스 국내 신문사들은 영국 등 주요 주변 국가들 소식을 전하기 위해 해당 국가의 신문을 우편으로 받아 번역해 실어야 했다.
1830년대 뉴스 번역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던 샤를 루이 아바스가 파리에 외국신문 번역 사무실 겸 서점 겸 광고 회사를 차렸다. 이것이 세계 최초의 통신사인 ‘아바스’ 통신이다. 이웃 나라 신문을 신속히 구입해 서둘러 번역한 뒤 신문사 마감 시간에 맞추어 전달하려면 속도가 생명이었다. 그래서 초창기에는 말을 타고 달리고, 전령 비둘기를 이용해 뉴스를 날려 보냈다고 한다.
그러다 1845년 모르스의 무선전신이 발명되고 전신망을 이용한 뉴스 송신이 가능해져 사업이 확장되어 갔다. 이 때 아바스 통신에서 일하던 사람 중에 줄리어스 로이터라는 인물이 독립해 영국에 통신사를 차렸는데 이것이 영국의 기간통신사인 ‘로이터’ 통신. 역시 동료이던 베른하르트 볼프는 독일 ‘볼프’ 통신의 설립자가 됐다.
아바스의 뉴스통신 사업을 지켜보던 프랑스 정부는 눈독을 들이다가 이 사업을 인수했고 훗날 공영통신으로 발전시키는데 이것이 오늘의 프랑스를 대표하는 ‘AFP’ 통신이다.
미국은 유럽보다 뉴스통신 사업이 늦게 시작됐지만 형식도 다르다. 1848년 뉴욕 6개 신문사 대표들이 모여 너무 비싼 전신 비용을 줄이는 방법으로 뉴스공급 협동조합을 결성했다. 이것이 AP통신 (Associated Press).
상업통신사로 UPI도 명성을 날렸지만 재정난으로 주인이 여러 번 바뀌다 통일교에 인수됐다.
한 순간도 누구의 손에 사로 잡혀선 안 된다
뉴스통신사는 이렇게 뉴스 도매상, 뉴스공급 협동조합으로 시작됐지만 유럽에서건 미국에서건 각 국 정부들이 탐낼만 한 사업이었다. 국내외 뉴스를 모으고 배급하는 유통센터이기 때문에 뉴스통신을 장악하면 여론과 정보 전략에서 언제나 주도권을 쥘 수 있음을 간파한 것이다. 그래서 각국 정부들은 직접 운영하거나 각종 법률로 통제하고,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통신시설 사용료를 면제해주면서 뉴스통신사에 접근했다.
1차 세계대전 때 영국 로이터 통신은 연합군 발표 내용을 중립국과 연합국에 전송하는 대가로 전송료를 영국 정부에서 지원받았고, 미국 AP통신은 정부가 국익을 위한 선전에 통신을 사용하도록 내주는 대신 UPI가 지배하던 남아메리카 진출을 지원 받았다.
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은 정부의 재정부 내무부 외무부가 모여 뉴스 통신사를 세웠고 북한도 조선중앙통신사를 운영하고 있다.
뉴스통신사는 상당수의 뉴스를 최초로 전하는 중대한 역할을 맡고 있다. 그만큼 저널리스트로서의 자부심도 크고 또한 책임도 크다. 국가기간통신이라 할지라도 그 의미는 국가의 비전과 국민을 위해 종사한다는 것이지 ‘국가기간’이 정권에게 종속된다는 것이 아니다. 국가기간 교통망인 고속도로, 국도가 정권의 전유물이 아닌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럼 점에서 국가기간통신사인 연합뉴스 노조원들이 공정보도를 외치며 총파업 거리투쟁에 나선 것은 심각히 받아들일 사태이다.
유네스코의 가이드라인 중에는 “정보의 자유를 존중하는 정부 시스템 하에서 뉴스통신사의 의무는 가장 엄격한 객관성과 공정성을 갖는 지키는 것”이라고 되어 있다. 이것을 지키지 않으면 지구촌 각국의 소식과 정보가 온통 왜곡되고 조작되는 심각한 혼란에 빠지기 때문에 유네스코가 당부하는 것이다.
뒤집어 표현하면 정부가 권위적이고 압제하는 나라야 어쩔 수 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뉴스통신사는 엄격히 객관성 공정성을 지키라는 의미이다. 결국 국가기간 뉴스통신사가 총파업을 할 정도로 객관성과 공정성을 지키지 못했다면 그 나라의 정부 시스템은 정보의 자유를 존중하는 정부 시스템이 아니라는 이야기가 된다.
로이터 통신의 운영 원칙은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 우리는 어떤 순간에도 어떤 하나의 이익, 하나의 집단, 혹은 하나의 파벌의 손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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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상욱 기자수첩[김현정의 뉴스쇼 2부]By C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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