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상욱 기자수첩[김현정의 뉴스쇼 2부]

[04/16 월요일]병 키우고 약 주는 지방부채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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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15일) 하루 떠들썩했던 용인시 지방채 발행 승인 문제를 살펴보자.
용인시는 경전철 문제로 지방재정이 위기에 몰렸다. 경전철 사업에 1조 원 넘게 돈을 쏟아 부었으나 부실문제로 개통은 못하고 민자 사업자에게 계약상 5,159억 원을 물어주게 되어 있다. 그래서 지방재정이 바닥 난 용인시는 채권을 발행해 빚을 얻어 쓰려고 올 2월에 행정안전부에 4,420억 원 규모의 지방채 추가 발행을 요청했다. 이걸 승인해 줄 거냐 말 거냐로 논란을 빚다가 지난 12일 행정안전부가 드디어 승인했고 언론에 어제 하루 떠들썩하게 보도되었다.
결국 짐 떠맡는 건 죄 없는 주민
용인시는 어제 “행정안전부의 승인으로 올해 한도액 733억 원을 포함해 총 5,153억 원의 지방채를 발행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냥 그러라 할 수는 없는 일. 행정안전부는 강도 높은 자구책 마련을 요구했고 용인시는 다음과 같은 채무관리 이행계획을 제출했다.
용인시장 등 5급 이상 간부 공무원 122명은 올해 급여인상분을 반납한다. (그래봤자 2억원도 안 된다)
고위 간부와 부서에 배정된 업무추진비 및 기관운영업무추진비 등 판공비를 10% 줄인다.(13억 원).
5급 이하 공무원이 받는 초과근무수당 25% 삭감, 연가보상비도 50% 삭감.
국외연수비 등도 일부 또는 전액 삭감.
시의회 의장단 판공비와 시의원 국외연수비도 삭감.
시장 공약사업인 교향악단 및 국악단 창단도 전면 재검토 (100억 규모).
학교 내 노후시설 정비 등에 쓰이는 교육환경개선사업비 삭감 (73억).
민간단체에 지급하는 민간사업보조비 등도 삭감 (240억).
용인시가 보유한 행정자산 조기 매각.
그동안 지방자치단체들은 무리한 사업들을 펴고 전시성 행정으로 돈을 쓰면서 궁지에 몰리면 지방채 발행으로 빠져 나갔다. 그러나 시한폭탄 돌리기나 마찬가지인 이런 지방채 발행이 계속 지적돼오다 이번 행정안전부가 혹독한 구조조정을 요구하면서 앞으로는 그런 관행에 결국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지방자치와 책임 행정이 자리 잡힌 외국의 경우 공무원 수도 줄이며 몸집을 줄이겠지만 우리나라는 그렇게 못하니 봉급과 판공비라도 깎아 책임을 묻는 것이다. 그러나 위에서 살펴본 대로 그 액수는 미미하다. 결국 주민을 위해 쓸 교육 사업비, 문화 사업비, 민간분야 지원비 등이 대폭 깎여 나가게 마련이다. 경전철 사업 하겠다고 할 때 입 다물고 있던 시 공무원, 시 의회. 자문해 준 전문가 그룹 모두 책임을 나눠 질 일이다.
정부를 믿지 않으면 성공한다?
그러나 과연 지방자치단체만이 책임을 져야 할 문제일까?
어제는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 취임 2년을 맞는 날이었다. 행정안전부가 장관 취임 2주년을 맞아 장관이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지 조목조목 열거한 자료를 내놨다. 그 치적 중 하나가 ‘지방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해 재정위기 사전경보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장관 주요 치적 중 하나가 ‘지방재정 위기’ 대처이니 우리 지방재정이 얼마나 위험한 수준인지 짐작할 수 있는 일. 그러나 여기에는 행정안전부가 얽힌 웃지 못 할 사연이 있다.
행정안전부의 2009년 4월 ‘지방재정 조기집행 평가지표’를 들여다 보자.
지방자치단체 재정을 빨리 풀어 경기를 부양하라는 지침과 그에 대한 성적표 기준이다. 8개 항목 100점 만점인데 ‘지방채 발행 확대 실적’이 배점 10점이다. 10점 만점을 받으려면 정해진 한도보다 2배 이상 지방채를 발행해 빚을 얻어 쓰면 된다. (해당 년도의 지방채 발행한도는 해당 지방자치단체 전전년도 예산의 1/10 범위 안에서 행정안전부 장관이 정하고 이를 넘길 때도 반드시 행정안전부 장관 승인을 받도록 되어 있다.)
4월에 이런 행정안전부 가이드라인과 성적표 기준이 내려간 까닭은 무얼까? 그것은 그로부터 석 달 전인 2009년 1월 청와대가 전국지방자치단체장을 불러 모아 지방자치단체가 빚을 더 얻고 지방 예산을 일찌감치 풀어 경기를 부양하라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특히 그럴 경우 중앙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의 늘어난 이자 부담에 대해 돈을 보태주고 우수한 지방자치단체는 표창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렇게 해서 지방채 발행 규모는 2005년 ~ 2007년 사이 3조원 수준이던 것이 2009년에 9조 8천억 원으로 3배나 늘었다. 2010년 상반기만 해도 지방채 규모가 5조원을 넘기며 마구 불어났다.
그런데 2010년 7월 12일, 경기도 성남시가 전국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모라토리엄(지급유예)을 선언했다. 시쳇말로 부도가 난 것이다. 성남시는 재정자립도가 전국 2위이던 우량도시였다. 이 사건으로 지방자치단체들의 재정건전성 문제가 크게 불거지고 이로 인해 국가 재정도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고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그러자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의 빚이 폭발하는 걸 막기 위해 지방채 발행요건 및 지자체 특별회계에 대한 심사, 체납액 징수를 강화했다. 그리고 ‘지방재정 사전위기경보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빚 많이 얻어 마구 풀어 경기 부양에 힘을 보태면 훈장 준다고 한 지 1년 만에 큰일 났다며 ‘위기경보 시스템’을 만든다고 허둥댄 것이다. 행정을 안전하게 이끄는 행정안전부가 지방행정을 위태롭게 해놓고 다시 감독 철저히 하겠다고 나서니 완전히 병 주고 약 주기 아닌가.
물론 지금의 행정안전부 장관은 2010년 4월에 취임했으니 중간에 떠맡은 꼴이긴 하지만 정부 하는 일이 이렇다.
자세한 지역 곳곳의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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