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언론계와 대학가의 화제를 소개한다.
나는 고발한다, 도청 의혹의 진실을?
방송,통신,신문사 노조의 파업이 장기화되고 있다. 국회에서도 언론 파업에 대해 곧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야 간에 입장 차이가 분명해 당장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는 못할 듯.
KBS는 새노조 파업 과정에서 11개월 전에 벌어진 국회 도청 사건의 전모가 드러날 가능성이 있어 여의도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민주당 비공개 회의를 도청했다는 의혹을 받아 온 당사자인 KBS 장 모 기자가 "나도 억울하다"며 심경을 고백했다고 한다.
KBS 새 노조에 따르면, 장 기자는 “나는 (녹취록을) 건네주지 않았다. 그런데 모든 것이 내가 한 것처럼 알려져 나도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한다. 특히 도청 사건 당시 정치부장으로 사건의 핵심에 놓인 이 모 부장이 7월 1일부로 워싱턴 지국장 발령을 받아 미국으로 떠나게 된다. 노조는 그 이전에 진실을 밝혀내겠다고 조사팀을 꾸렸다는 소식이다.
국민일보의 경우는 조금씩 노사 간의 접근이 이뤄져 가는 분위기이다. 사회적 공기인 언론으로서 조용기 목사 일가의 사유물로 전락할 수는 없다며 파업이 시작된 국민일보는 새로운 노조집행부가 꾸려져 사측과의 만남이 조심스레 진행되고 있다. 방송사 파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을 못 받은 파업이지만 노조원들은 한우 직거래로 파업기금을 마련하며 버티어 왔다. 어제(10일) 오전 교회개혁실천연대와 교회개혁지원센터, 기독교윤리실천운동, 평화누리 등 기독교계 단체와 개인 1,540명이 서명한 노조파업 지지선언이 발표되기도 했다.
MBC 노조 파업에서는 남녀 두 명의 아나운서가 신앙 상의 이유로 파업에 더 이상 참여할 수 없다며 노조를 탈퇴하고 업무에 복귀해 눈길을 끌었다. 그 중 한 명은 탈퇴해 복귀하면서 주말 9시 뉴스데스크 앵커를 맡아 구설수에 올랐다.
정글의 법칙, 교수 임용 서바이벌
이번에는 대학가로 이야기의 무대를 옮겨 보자. 조직 속에서 험난한 파도를 만나고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눈치를 살피는 건 대학 교수 사회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신규임용, 재임용, 정년보장 심사 때마다 교수들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호소한다. “Q. 가장 자살률이 높은 집단은? A. 정년보장심사를 앞둔 조교수.”라는 넌센스퀴즈 같은 이야기에 모두들 공감할 정도. 그 스트레스 강도를 짐작케 하는 기사가 최근 미국 고등교육 전문지 더 크로니클 오브 하이어 에듀케이션에 실렸다. ‘당신이 해고되는 10가지 방법’이라는 제목의 기사로 온라인에 올라간 지 2일 만에 조회 수ㆍ댓글 1순위에 동시에 랭크될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고 한다. (이하 ‘교수신문’ 참조)
해고당하려면 무슨 짓을 못해 ..... 다음의 10가지를 두루 실천하면 해고당하기 십상.
△교수 모임에 나가지 않기 △추천서 요청하기 △교직원 신뢰하기 △학교기관에 밉보이기 △학생들 화나게 하기 △교수 평가 웹사이트 및 기타 미디어 무시하기 △출판에 매진하기 △칭찬을 칭찬으로 받아들이기 △민주주의를 당연히 여기기 △선배교수 논문 비판하기
일단 비정년 교수들은 모든 교수 모임에 참석해야 한다. 결석하면 공동체 의식이 없다고 여겨질 수 있다. 수업이 있더라도 취소하고 참석하고, 기관지염이 있어도 항생제를 입에 털어 넣고라도 가야 한다.
윗사람에게 추천서를 요청하는 것도 금물. 떠날 사람이라고 간주되기 때문이다. 교직원도 믿으면 안 된다. 교직원의 상사는 학교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칭찬을 칭찬으로 받아들여서도 안 된다. 오로지 계약 연장이야말로 유일한 칭찬으로 여겨야 한다.
학생도 두려운 존재. 평소 불평불만 많았던 학생을 글쓰기 지도 센터 같은 교내 기관에 보내지 말자. 무슨 말을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 말을 접한 기관 관계자의 한 마디가 재임용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미디어 평가도 중요하다. 신뢰성이 없는 익명의 리뷰라 하더라도 교수 평가에 자주 인용된다.
학자로서의 자존심도 일정 부분 포기해야 한다. 연구 결과를 출판하는 것은 출세에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교수평가도 학문 성취보다는 교육에 더 기반을 둔다. 출판이 연구의 가치를 향상시킬 수는 있지만 “동료 교수들의 질시를 받는” 등 교수 지위 연장과는 관련이 없다.
학내에서 민주주의가 기능하리라고 생각하는 것도 금물이다. 아무리 임용위원회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높은 사람’이 재임용과 정년보장심사에 권력을 갖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임용심사에서 탈락한 이유도 자세히 알려주지 않는다. 항의해도 소용없다.
교수협회는 이에 대해 비판하지만 대부분 정년트랙 교수들이고 자신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약간만 도움 될 뿐이다. 정작 비정년 교수들은 약자기 때문에 큰 소리를 낼 수가 없다. 같은 비정년 교수 동료들은 제각기 살 길 찾아 바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