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상욱 기자수첩[김현정의 뉴스쇼 2부]

[06/04 월요일]엘리자베스 여왕, 가문의 위기와 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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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즉위 60주년을 맞았다. 이를 기념해 ‘다이아몬드 주빌리’라는 행사가 지난 2일부터 나흘간의 일정으로 영국 전역에서 펼쳐지고 있다. 주요 도시의 거리마다 시민들이 쏟아져 나와 먹고 마시고 춤추고 노래하는 행사들을 벌이느라 거리 폐쇄 신청을 낸 것이 9,500건이나 된다고 한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64년 간 왕위를 유지한 빅토리아 여왕에 이어 두 번째로 즉위 60년을 넘기고 있고 거친 총리만 12명에 이른다.
영국인들 다수는 국가의 안정과 번영을 위해 왕실이 필요하다고 여긴다. 지난 주 가디언 지 보도를 보면 70%가 왕실이 없으면 나라 사정이 더 나빠질 것으로 대답했다. 왕실이 없어지면 영국이 더 좋아질 것이라 대답한 사람은 22%.
미국이 실용과 이익을 따지는 데 비해 영국은 불편해도 전통과 정체성을 중요시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전쟁과 경제난, 급속한 사회변혁을 겪으면서 전통 문화와 가치관이 흔들리면 사람들은 불안해지기 마련인데 영국 사람들은 왕과 왕실을 마음의 고향 비슷하게 여기는 모양이다. 또 세계 2차 대전이 끝난 뒤 신자유주의를 가장 격렬하게 추진해 온 나라가 영국인데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전통의 왕실을 지지하고 의지하는 경향이 생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물론 공화국으로 전환하자는 의견도 있다. 시대에 뒤떨어진 군주제를 언제까지 부여잡고 있을거냐, 혈세를 들여 그 왕족, 귀족들을 모실 이유가 뭐냐라는 공화주의자들을 지지하는 여론도 조금씩 높아지고 있는 중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제와 가문의 영광
노블레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 "사회적 명예와 지위는 그에 상응하는 의무를 갖는다"는 의미의 이 말은 프랑스어지만 영국과 관련이 있다. 14세기 영국과 프랑스의 백년전쟁 때 프랑스의 도시 '칼레'는 영국군에게 포위당해 저항하다 결국 항복한다. 그런데 점령군이 항복하면 시민의 생명을 보장하겠지만 그동안의 저항으로 영국군에 막대한 손실을 입힌 책임을 누군가는 져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이 때 가장 부자인 생 피에르를 비롯해 시장, 상인, 법률가 등의 귀족들이 처형받기를 자청했다. 그러나 처형 직전 영국 왕비가 영국 왕 (에드워드 3세)에게 사면을 간청했고 임신한 왕비의 청을 왕이 받아들여 사면한 것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말의 시작이라 알려져 있다.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는 1945년 조국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며, 아버지 조지 6세의 허락을 얻어 또래 소녀들이 봉사하고 있는 영국 여자 국방군에 입대해 구호품 전달 서비스부서에서 군복무를 했다. 그 때 여왕의 나이가 19살. 계급은 소위였다. 맡았던 임무는 트럭 운전병으로 타이어 바꾸고 엔진 수리하던 모습이 국민에게 깊이 각인돼 있다. 공주 때 애칭은 릴리벳.
남편 필립공도 2차 대전 참전 용사이다. 찰스 왕세자는 공군 전투기 조종사. 앤드루 왕자도 알헨티나와의 포클랜드 전투에 참전했다. 손자 중 윌리엄은 공군 복무 후 전역, 해리 왕자는 아프가니스탄에서 군 복무 중이다.
이 같은 전통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어머니 엘리자베스 보우스 라이언 왕대비(영국에서는 퀸 마더)에서 시작된다. 그녀는 제 2차 세계대전이 터지려 할 때 남편과 함께 미국 캐나다를 방문해 전쟁 참여를 호소하면서 국제적으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독일이 영국 런던을 집중 폭격할 때 안전한 지방으로 몸을 피신하라고 권했으나 이를 거부하고 런던에서 끝까지 왕궁을 지켜 온 국민의 존경을 받았다. 독일의 히틀러가 엘리자베스 왕대비를 일컬어 “유럽에서 가장 위험한 여인”이라고 불러 그 별칭이 훗날까지 전해진 인물이다. 그녀는 스코틀랜드 귀족의 딸로 영국의 둘째 왕자 앨버트(작위로는 요크공)와 결혼해 왕자비가 됐다. 남편 앨버트 왕자가 왕자로 끝날 줄 알았는데 시아주버니인 에드워드 8세가 왕위를 내놓고 방랑의 길에 오르면서 남편 앨버트 왕자(요크공)가 왕위에 올라 조지 6세가 되고 엘리자베스는 공작 부인에서 왕비가 된다. 그들의 큰 딸 릴리벳이 즉위 60주년을 맞은 지금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다.
로맨스 좋아하다 가문의 위기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큰 아버지 에드워드 8세는 훗날 윈저공으로 불린다. 미국 출신의 이혼녀 심프슨 부인과 사랑에 빠져 왕위를 내려놓고 훌쩍 떠나버린 그 인물이다. 나중에 윈저공으로 작위를 받았기 때문에 그 세기의 로맨스의 주인공들을 ‘윈저공과 심프슨 부인’이라고 흔히 부른다. 그런데 심프슨 부인은 영국에 주재하던 독일대사와 가까운 사이여서 염문이 나돌 정도였는데 심프슨 부인과 사귀던 윈저공도 친독일 성향을 보여 비난을 샀다. 영국이 독일과 본격적으로 전쟁을 시작하자 중립국인 스페인으로 피신해 살았는데 독일 사람들과 자주 어울려 온 국민의 지탄을 받기도 했다.
부왕인 조지 5세가 “내가 죽으면 저 인간이 왕이 될 텐데 1년도 안 돼 지 무덤을 지가 팔 거야”라고 했다는 말도 전해지고, 처칠 수상이 울화통이 터져 ‘지발로 오지 않으면 내가 끌고 오겠다’고 소리쳤다는 일화도 남아 있다.
이렇게 시아주버니가 망쳐 놓은 왕실의 명예를 제수인 엘리자베스 왕대비가 폭탄이 떨어지는데도 런던을 지키며 살려내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도 19살 나이에 군에 입대해 트럭을 몰면서 가문을 지킨 것.
우리나라의 노블레스 오블리제 이야기는 생략하자. 할 말이 없다. 그 대신 정치 쪽은 빼고 언론계만 이야기해보자. 대한민국 일반 국민의 병역 평균 면제율은 4.6%이다. 그런데 언론사주 일가 병역 면제율은 42.1%. 언론사 경영은 무슨 유전되는 직업병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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