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현충일이다. 굳이 국립현충원만을 찾아 참배해야 할 것은 아니다. 우리 주변에 조국의 자주독립과 국가수호를 위해 희생한 선열들을 기리는 시설은 많다. 국가보훈처 홈페이지로 들어가 아래쪽 ‘현충시설 통합정보’를 클릭하면 전국의 현충시설에 대한 안내를 찾아 볼 수 있다. 현충시설 정보서비스로 들어가면 자기 사는 마을 주변에 있는 현충시설이 일목요연하게 뜬다. 교육정보를 클릭하면 지역별로 관련된 역사자료들도 준비돼 있다.
너라고 불러보는 조국아
그리스의 세계적인 문호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터키에 정복당한 크레타 섬의 그리스인으로 태어났다. 카잔차키스의 할아버지는 톡립투사였고 아버지도 독립운동가였다. 카잔차키스의 아버지는 독립운동에 나섰다 붙잡혀 처형당한 마을 사람들의 시신 앞에 어린 아들을 데리고 가 그들의 발에 입을 맞추게 하면서 조국과 자유의 숭고함을 가르쳤다고 한다. 카잔차키스의 작품은 거기에 뿌리를 두고 있다.
“조국, 한번을 부르면 가슴이 뛰고
두 번을 부르면 코 끝이 뜨거워지는 이름 ..... “
우리의 조국을 노래한 시도 읽어보자.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 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 이상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
“너라고 불러보는 조국아
너는 지금 어드메 있나 ......
긴긴 밤 가야고 소리마냥 가슴을 파고드는 네 이름아 .....”
- 이은상, ‘너라고 불러 보는 조국아’ -
노산 이은상 선생은 국립현충원 현충탑 제단에 새겨진 헌시를 짓기도 했다.
“여기는 민족의 얼이 서린 곳
조국과 함께 영원히 가는 이들
해와 달이 이 언덕을 보호하리라”
제단 앞의 향로는 1968년 국군 창설 20주년을 맞아 만들었다. 6·25 전쟁에서 전사한 국군과 베트남 참전 전사자들의 인식표를 녹여서 ..... 현충일, 나라와 민족에 대해 아이들과 함께 나누자.
조국, 국가, 국가권력, 정부 ........
국가 - 일정한 영토를 보유하며, 거기 사는 사람들로 구성되고,
주권을 가진 집단.
조국 - 조상 때부터 살아 온 나라, 자기가 태어난 나라.
민족이나 국토의 일부가 분리되어 다른 나라에 합쳐졌을 때
그 본디의 나라.
국가와 조국이 분리되는 대표적인 예는 독일이다. 독일 사람들이 20세기 독일을 대표한다고 여기는 두 사람이 있는데 한 사람은 히틀러, 또 한 사람은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이고 정치적 논설로도 유명한 토마스 만이다.
토마스 만은 히틀러 나치스의 박해로 조국 독일을 떠나 프랑스·스위스 등을 거쳐 미국에 망명해 민주주의와 휴머니즘을 외치며 독일 나치스에 맞서 싸웠다. 토마스 만은 “내가 있는 곳이 독일”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히틀러가 민족감정을 교묘히 이용해 우월감에 입각한 민족제국주의로 변질시킨데 대해 진정한 독일은 지금의 국가가 아니라 깨어 있는 독일국민의 영혼과 문명 속에 존재한다고 주창했던 것.
조국, 국가, 국가 권력, 정부 ...... 이것들 사이에서 혼동과 혼란을 일으키지 않아야 조국과 민족을 바로 대할 수 있다. 최근에도 국가관 논쟁이 우리 사회를 뒤덮고 있다. 국가관이란 정치적 의미로 “국가의 목적, 의의, 성립, 형태 등에 대한 체계적인 견해나 입장”을 의미한다. 엄청나게 광범위한 물음이다. 이 시대 올바른 국가관이 무엇인지 따져보자는 사상 토론과 논쟁은 받아들일 여지가 있지만 당신의 국가관이 잘못됐으니 국회의원직을 내놓고 나가라는 요구는 사상검증에 가깝다.
강요에 의한 자아비판과 사상검증은 민주주의 사회에 합당하지 않다.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사회적 이슈를 정략에 의해 불을 지피는 것은 정치적으로 옳지 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