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상욱 기자수첩[김현정의 뉴스쇼 2부]

[06/11 월요일]6월의 깃발, 6.10 만세운동과 6.10 민주항쟁


Listen Later

1919년 3·1운동 이후 일본 제국주의는 식민지통치를 한층 강화했다. 일본 독점자본으로 조선 경제를 마구 삼키기 시작했고 치안유지법을 만들어 자주독립운동의 움직임을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그러다 1925년에 조선공산당이란 조직이 결성되고 경성(京城)전차승무원파업, 평양인쇄직공파업, 평양양말직공파업, 목포제유(製油)노동자파업, 경성방직노동자파업 등이 잇달아 벌어지며 조선 노동계가 일제의 차별과 억압에 맞섰다. 1926년 조선공산당 임시상해부는 이때를 노려 메이데이 노동절 시위를 기획했다. 그런데 4월 26일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제 순종의 서거라는 변수가 생겨났다. 반일감정이 높아지고 일본제국주의를 규탄하는 모임들이 생겨나던 중 4월 28일 창덕궁의 西門인 금호문(金虎門)에서 시골청년 송학선(宋學先)이 사이토 마코토 총독의 암살을 기도했다 실패하는 사건이 벌어지며 감시와 규찰이 강화됐다. 그래서 노동절 시위 계획을 뒤로 미뤄졌다. 순종의 장례일이 6월 10일로 정해지면서 6월10일에 3.1운동과 같은 전국적인 만세운동을 다시 벌이는 것으로 결정됐다.
6.10만세운동의 총괄기획은 조선공산당이 맡고, 전국적인 조직과 연락.동원은 천도교가 맡았다. 그리고 조선학생사회과학연구회, 중앙고보 등 학생들이 한 축을 맡았다. 일본경찰에 사전에 발각돼 주동자들이 체포되기도 했지만 조직을 급히 정비해 끝내 만세운동을 터뜨렸다. 만세운동의 시작은 서울 종로 3가 단성사 극장 앞이고 그곳에서 청계 3가 을지 3가, 동대문 쪽으로 번져 나갔다. 6.10만세운동으로 전국에서 약 5,000여 명의 시위대가 연행되었으며 독립운동 탄압이 본격화 돼 주요 조직의 간부 100여 명이 대거 검거되었다. 한편으로 우리에게 사회주의 세력과 민족주의 세력, 학생운동 세력의 결합이라는 소중한 경험을 남겨 훗날 범민족진영이라 할 신간회(新幹會)를 결성하는데 기초가 된다.
6.10 만세운동이 학생운동
그러나 6.10 만세운동은 해방 후 반공이데올로기가 사회 전체를 지배하는 가운데 자주독립운동의 기념비적 사건으로 부각되지 못한다. 사회주의 세력이 주도한 자주독립운동이었기 때문이다. 사회주의 세력이 노동계의 쟁의와 파업을 연계해 주도했다는 점이 우익반공 정권으로서는 거슬렸던 것. 그래서 그저 학생들의 운동이었다고 깎아내렸다. “학생들의 감상적인 민족의식으로 일어난 충동적인 사건” ..... 이것은 당시 일본총독부의 발표 내용인데 해방 후에도 일본총독부 발표 내용 비슷하게 6.10만세운동을 억지로 깎아 내리거나 무시하고 그 정신을 계승하려 하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엄연한 우리 민족의 단결된 독립만세운동이었다. 조선공산당이 앞서 기획했다하지만 천도교가 몸통이고 전국의 학생들이 조직적으로 주체가 돼 참여한 만세운동이다. 소련, 중공과는 아무 관련도 없고 김일성도 관련이 없는 의거이다.
6월의 깃발 아직 내릴 때가 아냐
지난 8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조지 카치아피카스(George Katsiaficas, 미국 웬트워스공대) 교수가 지적한 내용들이 흥미롭다. 카치아피카스 교수는 아시아 지역의 민주항쟁 역사에 관해 연구하다 한국의 민주주의와 시민사회의 전통에 주목했다.
“1700년대 조선시대에는 서원이 있어 중앙 정부를 견제했고, 동학농민운동, 3.1운동, 4.19 혁명, 광주민주항쟁으로 면면히 이어져 내려왔으며 2008년 쇠고기 촛불집회 또한 이런 전통이 반영된 것”이라는 게 카치아피카스 교수의 해석이다. 특히 고 김근태 고문의 말을 인용해 ‘1987년 6월 항쟁을 통해서는 한국의 민주주의 수준이 일본을 앞지르게 되었다’는 평가도 내렸다. 또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지만 폭력집단으로 변질되지 않았고,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의 민중봉기처럼 대규모 유혈사태로 번지지 않은 점도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이 6월 민주항쟁 기념토론회를 취재한 한국 기자는 노컷뉴스 한 명 뿐. 그리고 6.10 민주항쟁 관련 기사는 모두 기념식, 기념행사 일색이다. 정치인들이 어디에 갔다 어디에 참석했다 등등 의미있는 기획이나 탐사 기사는 어디에도 없다. 6.10만세운동을 조선총독부와 군사독재정권들이 깎아 내리더니 6.10민주항쟁도 21세기에 홀대를 받고 있다.
6.10 민주항쟁은 우선 정치체제를 바꾼 혁명이냐 항쟁이냐 준혁명이냐 성격규정도 마저 해야 한다. 군부정권을 끝내고 국민이 대통령을 뽑는 민선정부로 옮겨가며 절차적 민주주의를 이뤄낸 데 대한 긍정적 평가는 당연하다. 그러나 이면에 있는 6.29 선언으로 시민의 혁명은 일단락되고 7.8월 노동계 투쟁으로 옮겨간 과정에 대한 해석과 평가, 그 뒤 김영삼.김대중 양김 대결로 이어지며 시민사회의 동력이 흐트러진 데 대한 평가, 광주민주화항쟁 정신과 6월 민주항쟁 내지는 혁명의 연결성, 미국의 정치.외교적 입장과 역할, 6월 항쟁 이후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어떻게 엮이며 신자유주의에 이르게 됐는지의 과정에 대한 연구, 신자유주의 속에서의 6월 항쟁 정신의 계승 ..... 아직 깃발을 내릴 때가 아니다.
국가와 국민이 발전하는 토대 중에 ‘공유’라는 것이 있다. 과거의 아픔과 기쁨 역사적 사건을 공유해야 하고 미래의 꿈과 희망을 공유해야 민족이 하나의 운명공동체가 되는 것이다. 그런 작업들이 역사 속에서 분열과 대립, 정파적 이해 때문에 끊기고 깎여 나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more
View all episodesView all episodes
Download on the App Store

변상욱 기자수첩[김현정의 뉴스쇼 2부]By CBS

  • 4.9
  • 4.9
  • 4.9
  • 4.9
  • 4.9

4.9

40 ratings


More shows like 변상욱 기자수첩[김현정의 뉴스쇼 2부]

View all
배미향의 저녁스케치 by CBS

배미향의 저녁스케치

3 Listeners

CBS 김현정의 뉴스쇼 by CBS

CBS 김현정의 뉴스쇼

186 Listeners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by CBS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38 Listeners

아름다운 당신에게 강석우입니다. by CBS

아름다운 당신에게 강석우입니다.

3 Listeners

FM POPS 한동준 입니다 by CBS

FM POPS 한동준 입니다

0 Listeners

새롭게 하소서 by CBS

새롭게 하소서

7 Listeners

정다운의 뉴스톡 530 by CBS

정다운의 뉴스톡 530

7 Listeners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by 세바시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50 Listeners

세바시 청년 by CBS

세바시 청년

1 Listen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