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상욱 기자수첩[김현정의 뉴스쇼 2부]

[06/13 수요일]로스쿨, 이 산이 아닌가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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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사법시험이 폐지된다. 지금은 사법시험 출신과 로스쿨 출신이 병행되고 있지만 이때부터는 법조인 양성코스가 로스쿨로 일원화된다. 그런데 국민법률상담센터가 최근 온라인을 통해 무기명 설문조사(응답자 550명. 법조계 종사자이거나 법학 관련 교육 유경험자가 4분의3, 일반 시민 4분의1)를 해보니 71%가 사법시험 폐지에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인원수를 줄이더라도 사법시험을 통해 법조인이 등용되는 길을 열어두라는 요구이다. 사법시험 폐지해야 한다는 27%. 71 대 27 ..... 그런데 법은 이미 27%의 의견대로 시행되고 있다. 로스쿨을 주제어로 해서 물어 보니 아예 로스쿨을 폐지하자는 응답도 58%나 됐다. 로스쿨로 일원화는 25%.
로스쿨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과 사법시험에 대한 선호도의 이유를 보니 로스쿨보다 ‘사법시험이 더 공정한 선발이라고 여겨서’와 ‘로스쿨에 진학할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라는 대답이 다수의 응답이었다. 68%는 19대 국회가 이 문제를 다시 다루어야 한다고 응답했다.
로스쿨 ..... 이 산이 아닌가봐
전반적으로 로스쿨 관련 법안과 제도가 정교하지 못한 건 분명해 보인다. 되돌릴 수는 없지만 뜯어고칠 곳이 많다는 건 인정하고 앞으로 몇 년을 지켜봐야 할 듯.
법률시장은 구조적으로 침체기이다. 변호사 천국이라는 미국도 변호사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 12일 자 월스트릿저널 보도를 보면 미국 내 200 여개 로스쿨 중에 최소 10개 이상의 학교가 다음 학기 입학정원을 줄일 거라고 보도하고 있다. 미국 로스쿨 올해 지원자가 지난해에 비해 14%나 줄어드는 등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일본도 로스쿨 도입 첫 해가 2004년인데 3만5천5백명 지원이었다. 올해는 7천250명 정도로 첫 해의 20% 수준이다. 신입생 모집 중단과 로스쿨끼리의 통폐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일본의 현실. 일본 로스쿨의 상황도 취업난이 심각하고, 법대출신 합격자가 많아지고, 로스쿨 간의 수준차도 역시 크다는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우리도 로스쿨 도입 5년째인데 법학적성시험 지원자 수를 보면 2009 학년도 1만1천명 수준에서 8천4백명, 8천5백명, 8천8백명, 7천6백 명으로 뚝 떨어졌다.
사법시험 합격자를 본격적으로 줄여나가는 시점이니 로스쿨 쪽에서 늘어야 하는 데 갑자기 크게 줄어들 것으로는 예상치 못한 일이다. 물론 로스쿨 도입 초기에 나도 한 번 해보자며 나선 직장인 로스쿨 붐이 시들면서 거품이 꺼지는 걸 반영하지만 변호사 전성시대가 지나가고 있다는 건 부인하기 어렵다. 법률시장도 이제 포화상태로 가고 있다.
로스쿨의 인기가 떨어지는 것은 지난 2월 사회로 진출한 로스쿨 1회 졸업생들의 취업난이 만만치 않았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인 듯하다. 25개 대학에서 2천명의 로스쿨 졸업생을 배출했는데 절반 이상이 취업난을 겪고 있다는 보도이다. 수치로 분석해보면 올해 쏟아져 나온 변호사가 사법연수원 출신 1천명, 로스쿨 출신 1,500명 모두 2,500명이다. 그런데 기존의 변호사 수는 1만1천명 수준이니 갑자기 25%나 늘어나는 것. 이들을 받아 줄 일자리는 1천개가 못될 거라는 분석이니 절반 훨씬 넘게 취업난이라는 분석은 타당성이 있다.
어려울수록 기본에 충실해야
또 변호사가 신분상승의 지름길이라는 인식도 줄어들고 있다. 서울대 법대 교수가 우리의 로스쿨은 정치적 산물이며 ‘돈스쿨’이고 이는 결국 미국처럼 유전무죄ㆍ무전유죄, 그리고 사법의 스포츠화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던 것은 유명한 사건. 사법고시가 폐지되고, 로스쿨만 남게 되면 그 비싼 학비를 대기 어려운 형편의 사람들은 애당초 진입이 가로 막혀 현대판 음서제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가난한 집에서 판·검사가 나오는 시대는 이제 끝났다는 지적이었다. 실제로 올해 로스쿨 출신 변호사를 채용하는 로펌들이 학벌 또는 집안 배경을 상당히 따졌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로스쿨 나와 변호사 자격시험에 합격하고 로펌에 들어가려 해도 성골, 진골로 구분된다는 비판이다. 로스쿨 3년. 등록금만 6천만 원, 생활비에 책값까지 더하면 1억 원 넘게 들여야 졸업이 가능하다. 그 이후에도 취업난을 겪고 유명 로펌은 성골진골을 구분한다면 인기가 식는 건 당연.
이 같은 여론은 로스쿨 도입 당시부터 고비용.저효율일 거라고 반대 여론이 높았던 것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무엇보다 로스쿨 제도는 철저히 미국식 제도이고 한국과 일본의 법률체계는 엄격한 독일식이라는 점부터 지적이 된다. 미국식 제도와 독일식 체계를 동양 유교전통 나라에서 융합시키려니 무척 어렵고 대단히 창조적이어야 한다는 부담이 크다.
그러나 여기까지 이미 왔으니 되돌릴 수는 없다. 또 우리사회가 지금 변호사 취업난까지 신경 써 돌봐줄 수는 없다. 로스쿨의 취지는 국민에게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착한 가격으로 제공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부응하느냐 아니냐가 로스쿨 제도 정착의 기본 요건임이 분명하다.
다만 로펌과 기업, 공공기관들이 수익과 효율만 따지지 말고 국민에게 더 봉사할 수 있는 다양한 법률서비스 직무를 만들어 제도의 취지도 살리고 변호사 고용도 늘리는 것은 필요해 보인다. 정부조직과 금융권도 변호사 고용을 늘릴 여지가 있어 보인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도 눈높이를 낮추고 멀리 보며 실력과 경험을 키워나가야 한다. 실제로 법률구조공단 7급 공무원 시험에서 로스쿨 출신들이 눈높이를 낮춰 응시했지만 모두 탈락했다. 사법시험을 오랫동안 준비한 고시재수생들의 벽을 뛰어넘지 못한 것. 아직은 자중하며 실력향상에 힘쓸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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