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상욱 기자수첩[김현정의 뉴스쇼 2부]

[06/27 수요일]정권 말, 착각은 오류를 오류는 기만을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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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천공항 민영화’ 문제가 다시 거론되고 있다. 지난 18대 국회 임기 중에 인천공항 매각을 추진하려다 여론의 반발에 밀려 접더니 19대 국회에서 다시 추진하는 것. 세계 최고수준의 공항인 걸 모두가 알고 굳이 민영화가 필요하냐는 부정적 여론과 반론이 넘쳐났는데 왜 또 저럴까?
4대강 사업으로 가뭄과 홍수는 걱정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드러나는 결과는 4대강 사업의 구조 자체가 홍수에 물을 모았다 가뭄에 꺼내 쓰는 것과는 거리가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 눈으로 보면서도 왜 인정 못하는 걸까?
믿는 대로만 보고, 보고도 안 믿는 정권 말 심리.
심리학의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 이것은 우리가 원래 가지고 있는 가설이나 신념을 더 확실히 하려는 쪽으로 자꾸 치우치는 것을 가리킨다. 그런 쪽의 자료나 증거들을 더 적극적으로 찾고, 더 잘 찾아내고, 그런 증거만 골라내 더 쉽게 믿어 버린다. 자기 마음에 드는 것만 보게 되는 데서 오는 착각과 오류. 눈에 콩깍지가 씌웠다는 말이 그런 의미이다.
때문에 과학적 연구에서는 자기 가설에 반대되는 논리나 증거를 모두 꺼내놓고 그것이 맞는지 틀리는지 확인하며 반증해 나감으로써 오류를 최소한으로 줄이려 애쓰고 있다. 사회 현실에서는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소통의 문제가 그것이다.
또 다른 오류도 찾아보자.
학교에서 시험이 끝나고 답을 맞추고 문제풀이를 하다보면 여기저기서 탄식들이 쏟아진다.
‘아 그 문제 시험에 나올 줄 알고 있었어....’
‘그거 아는 건데, 쉽게 풀 수 있었던 건데 .....’
‘거의 다 풀어 정답이 나온 거나 마찬가지 였는데 .....’
도박 좋아하는 사람들이나 주식에 늘 실패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들으면 다들 ‘잘 땄었는데 간발의 차로 놓쳤다’고 말한다. ‘대박 일보직전이었는데 뜻밖의 돌발사건이 벌어지면서 삐끗해 굴러 떨어졌다’고 한다. 정도의 차이야 있지만 승부사 기질도 보통 사람도 깨끗하게 진 확실한 패배라는 것은 좀처럼 존재하지 않는다. 항상 거의 이길 뻔한 패배만 있는 셈이다.
운이 잘 안 따르고 돌발적인 상황이 생겨 실패했지만 그것마저도 미리 짐작을 해 대처할 수 있었는데 아쉽게 간발의 차로 실패했다고 여긴다. 그러니 다시 한 번 하면 경험을 살려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잃고 또 잃고 또 잃으면서도 늘 자신만만할 수 있는 것이다. 흔히 겪게 되는 이런 태도를 ‘사후 해석의 편향’이라고 한다. 일이 다 끝난 뒤 결과를 보며 적절한 자기변명을 생각해내고, 그 변명에 의해 상황을 달리 해석하고, 그 잘못된 해석을 실제 벌어졌던 일처럼 믿어버리고 그렇게 기억하고 사는 것이 ‘사후 해석 편향’이다.
오류는 변명을 낳고 변명은 기만을 낳는다
정부가 손대는 것마다 실패하고, 목표치에 훨씬 못 미치고, 잇달아 실책을 연발하고, 그 결과를 스스로 보면서도 오류를 거듭하는 것은 이러한 심리적 배경도 있다 여겨진다. 정책은 제대로 가고 있는데 세계경제가 삐끗해서, 비판세력이 발목을 잡아서, 국민들이 이해가 부족해서, 갑자기 날이 가물어서 ...... 그런 거라고 변명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믿고 있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이미 사후해석의 편향에 의해 이미 자기합리화를 끝마치고 밖에서는 실패의 연속으로 보아도 내부에서는 아슬아슬한 거의 성공한 거나 마찬가지인 실패로 믿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편향된 오류는 정부 뿐 아니라 사회 어디에서나 나타난다. 정치와 정책에 대해 사전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며 비판해야 할 것을 결과가 드러난 뒤에 비난 여론이 갑자기 빗발치는 것도 그런 오류이다. 물론 여기에는 사전에 정보와 분석을 제대로 내놓지 않는 언론의 책임이 크다.
누구의 앎이든 불완전하고 세상 또한 변한다. 이것을 인정하는 게 시작이다.
또 서로 물어보고 확인하는 것이 민주주의이다. 우선 국회부터 제대로 열어야 한다. 그리고 당리당론 아닌 국회의원 양심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폭을 지금보다 넓혀야 한다. 거수기 노릇하는 국회의원 300명이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또한 관료들도 고위직부터 자존심을 찾아야 한다. 아닌 것은 아니고 실패한 것은 실패고 어려운 것은 어렵다고 말하면 된다. 언제까지 오류와 변명과 거짓을 늘어놓을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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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상욱 기자수첩[김현정의 뉴스쇼 2부]By C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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