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귀하, 휴가가 뭔지는 아시는지?
연합뉴스가 휴가철을 맞아 재벌 총수들의 여름휴가 동정을 보도했다.
2012년 여름,
“재벌 총수들 "여름휴가 못가겠네” - 비상경영 시국에 런던올림픽까지 겹쳐
그렇다면 예전은 어떠했을까? 대기업 총수들의 여름휴가는 연합뉴스가 연례행사로 해마다 보도한다. 금융 위기나 경기침체로 지구촌이 떠들썩한 최근은 물론이고 이전에도 재벌 총수 여름휴가는 늘 ‘바빠서 못 쉰다’였다.
2002년 여름,
“대기업 총수, 일하는 게 휴가”
1999년 여름,
“올 여름 재벌총수 휴가 없다”
1991년 여름,
“재벌 총수들 대부분 휴가 없이 일에 몰두”
직장인 휴가 백태
여름휴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직장 상사와 겹치지 않는 것이다. 상사가 휴가 떠나 버린 사무실서 느긋한 여름을, 상사 돌아오면 내가 떠나 느긋한 여름을 ..... 이것이 가장 바람직한 여름휴가의 핵심 포인트.
직장인의 여름휴가에서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업무 진행 상황을 보고 자리를 비워도 될 시점 파악하는 것이다. 긴급한 현안을 놓고 떠나기는 아직 우리사회의 휴가문화나 의식이 받쳐주기 어렵다.
또 휴가 전 할 일은 해 놓고 가야 한다. 죄다 대타에게 떠맡길 수는 없는 일. 휴가 즐기러 간다고 동네방네 떠드는 건 마이너스이다. 놀라가는데 정신 팔린 직원이 되어버린다. 다만 언제 어떤 사유로 해서 반드시 가야만 한다는 건 모두에게 확인시켜 두는 것이 좋다. 장기 휴가는 일찌감치 허락 구하는 것이 잘하는 일이다. 휴가 중에 사무실에 연락을 할 것인지 연락을 끊을 것인지는 선택에 맡긴다. 휴가 중간 쯤 상사와 대타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 정도는 건네고 현안이 잘 처리되고 있는 지를 묻는다면 스마트한 직원이 되는데 동료들에겐 밉상이 될수도 있다. 휴가 다녀 와 한동안은 지각하지 말고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신상에 좋다. 시커멓게 태운 몸으로 너무 티내지 말고 휴가 다녀와서 한동안은 점심시간을 동료들과 함께 할 것.
그런데 휴가지에서 가장 만나기 싫은 사람은 누굴까?
(2007년 인터넷서 4천3백명 대상으로 조사)
1위 직장 상사
2위 옛 애인
3위 직장 동료
아마 크게 변동은 없으리라 여겨진다. 어떤 샐러리맨은 해외에서 직장상사를 맞닥뜨려 통역과 안내, 밤에 술친구까지 하느라고 휴가를 망쳤다는 괴담도 있다.
지난달 직장인들 사이에서 번진 휴가원 내용은 가히 레전드급이다. 한 직장인의 휴가 사용을 위한 휴가원 작성 내용이 다음과 같았다고 하는데 ......
“2012년 6월 5일, 1일간 연차 사용을 원합니다. 휴가 사유는 그 다음날이 휴일이어서” 현충일 휴일에 맞춰 연휴를 즐기겠다는 강력한 도발.
전설의 휴가원 제 2탄도 있다.
“1주일 간 휴가 냄. 휴가 사유는 개인적인 사유라 말할 수 없음. 다녀 와 말씀드리겠음. P.S. - 저를 못 알아보실 수도 있음.”
황당한 경우 하나는 직장 상사가 휴가 중인데 사무실에 출근을 하는 경우이다. 대부분 회사가 시원하고 편해서이다. 휴가 중이니 일할 필요는 없고 아래 사람들 즐비하고 얼마나 좋은가. 바꿔 말하면 쉬라고 해도 쉴 줄을 모르는 것이 문제.
두 번 째 황당한 건 직장 상사가 아무래도 일 때문에 나는 여름휴가 못 가겠다고 선언하는 것. 누군가가 용감하게 돌파해야 한다. 서로 눈치 보다가 여름 다 지나가는 수도 있다.
직장인이 휴가를 마음대로 못 쓰는 이유를 물으니 직장인들의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1. 비협조적인 직장 상사
2. 휴가 계획을 못 짜서
3. 휴가에 필요한 자금 부족
4. 휴가 대신 돈으로 받자
5. 찍힐까 봐
6. 일하는 것이 보람이자 삶이다.
일은 너무 많이 하고 삶은 너무 적게 누린다
2010년 ‘월스트릿저널’이 한국 기업의 휴가문화를 보도한 적이 있다.
제목은 “휴가 맘대로 못쓰는 한국”
---- “한국은 생산성 낮은 워커홀릭 챔피언. 직장 상사 눈치보는라 휴가를 제대로 못 즐기고 겨우 허락을 받다보니 휴가계획을 제대로 짜고 다녀오는 게 아니라 급작스레 후닥닥 다녀오기도 한다”.
이 신문은 한국의 행정안전부가 공무원들에게 연간 16일의 휴가를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추진 중이라고 보도하면서 문제는 “상사가 직장의 분위기를 결정짓는 위계질서가 강한 한국 사회에서 정작 상사들이 휴가를 사용하지 않으려 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무원들에게 휴가를 가라는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후인 2009년 공식 휴가를 겨우 4일만 사용했으니 밑에서 마음 놓고 가겠냐고 꼬집었다. 특히 공무원 의무 휴가계획을 추진하는 행정안전부 과장조차도 지난 여름 휴가를 가지 않았다고 전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 2007년 한국인은 평균 2,316시간을 일해 10년 전의 2,592시간 보다는 줄었지만, 여전히 OECD 30개국의 평균 1,768시간이나 미국의 1,794시간보다 높다. 워커홀릭(일중독자) 분야에서 선진국 중 1위이다.
2010년 통계로도 한국 근로자의 연평균 근무시간은 2,193시간으로 OECD 회원국 전체 평균(1,749시간)보다 20% 이상 많다. 반면 한국의 1인당 노동생산성은 OECD 회원국 중 하위권(23위)를 차지했다. 집중과 만족도가 높아지지 않고 일하는 시간만 늘린다고 해서 경쟁력이 생기진 않는다는 걸 보여준다.
휴가를 제 맘대로 못 가는 상황에서 급히 겨우 다녀오는 휴가는 쉼과 재충전이 아니라 오히려 사람을 고단하고 지치게 만든다. 쉬며 소박히 즐길 줄 모르는 사회의 반증이 격렬함이다. 좁은 공간에서 쉼 없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어떤 생명체이건 난폭해진다. 사소한 것에 목숨 걸고, 작은 차이를 용납지 않고, 소비마저 격렬해지며 술도 폭탄주고 너도나도 명품으로 치장하다 골병이 든다.
우리를 쉬게 하자.
우리는 일은 너무 많이 하고 삶은 너무 적게 누렸다.
여름휴가, 기꺼이 허락해 주시고 즐겁게 다녀오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