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상욱 기자수첩[김현정의 뉴스쇼 2부]

[07/16 월요일]유력후보님과 과메기형님께 알아서 기는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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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747 공약 ..... 핵심은 앞의 7이다. 경제성장률 7%만 착실히 이뤄나가면 나머지 ‘소득 4만불’, ‘7대 경제대국’은 자동으로 해결되는 것이다. 해마다 7% 안팎의 경제성장을 이루겠다는 것이지만 올해 경제성장율 목표치는 3.0%이다. 지난 4월엔 3.5%라더니 지난 주 0.5%포인트 낮추었다. 기획재정부가 6월 발표한 2012년 경제성장률 전망치 3.3%보다 0.3%포인트 낮다. 4월의 3.5%도 지난해 12월 전망치(3.7%)를 내려 잡은 것이다.
747 공약이 처음 등장할 때 그리고 황당한 목표였음이 드러났을 때도 언론들은 지적하지 않았다. 그저 그렇다고 하면 그대로 베껴 쓸 뿐이었다. 4대강 사업도 그랬고 세빛둥둥섬, 경인운하, 경인전철 ..... 모두 그랬다.
그 무엇이든 집권당 실력자가 그렇다고 말만하면 그렇다고 베껴 쓴다. 금배지와 장관 배지를 달거나 달고 싶은 사람들은 그렇다 쳐도 언론과 기자들은 왜 그런 걸까?
물어나 봤나, 물어 볼 수나 있나?
박근혜 의원의 경제정책이 ‘줄푸세·성장’서 ‘경제민주화’로 180도 전향했다. 줄푸세를 이야기할 때와 지금 상황이 달라진 것은 박 의원이 대통령 예비후보로 본격 행보를 시작한 것 말고는 아무 것도 없다. 결국 진정성 없는 정략적 변신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언론들은 ‘재벌개혁과 따뜻한 시장경제로’의 전환이라고 한다. 우리 경제를 바라보는 눈이 제목 그대로 180도 바뀌게 된 이유도 묻지 않는다. 조금만 들여다 봐도 민주당 것을 급히 빌려다 쓴 흔적이 역력하지만 그것도 생략한다. 차라리 임태희 김문수 등 여당의 경쟁 후보들 입이 공정보도처럼 들린다.
특히 D 일보는 “‘미래 지도자 박근혜’로서 아버지 박정희를 뛰어넘는 ‘비욘드 박정희’의 새로운 비전을 보여 주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며 거의 대통령 당선자 대접을 한다.
박근혜 의원의 출마선언문을 빼곡하게 옮겨 쓴 D일보의 기사 제목은 “아버지의 국가주의를 넘어…"국민 한 명 한 명 행복한 시대로”이다. 찾아 읽어보실만 하다.
출마선언문을 옮겨 쓴 내용은 빼고 뒤에 붙는 서술형 어미들을 모아보면 이렇다.
“감사의 뜻을 밝혔다.”, “국민과 같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패러다임 변화를 선포한 것이다.”, “박 전 위원장 나름의 깊은 성찰에서 나왔다는 설명이다.”, “새롭게 가꿔 나가겠다는 포부인 셈이다.”, “국민행복의 초석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국가대계를 수립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등등 강력한 지도자에게
헌정하는 서술어들이 가득하다.
말씀하소서 우리의 유력후보님
이런 박 의원 추켜세우기는 트렌드인 모양이다. 지난 10일 밤 Y방송에 출연한 기자는 박근혜 의원의 ‘말씀’이라고 표현했다 한다. 기자는 아버지 나이의 기자에게도 선배에 ‘님’을 붙이지 않는다. 누구에게도 겁먹지 않고 누구라도 겁 줄 수 있도록 국민의 대변자로 길러내기 위해 그리 훈련시킨 것이다. 그래서 평소에도 대통령이 말했다고 하지 말씀했다고 하지 않는다. 그런데 대통령 후보로도 결정되지 않은 국회의원에게 ‘말씀’? 과공은 비례, 박근혜 의원을 일부러 깎아내리려는 역공작은 아닌지 .....
Y 뉴스로 가보자. 다른 후보 관련 기사보다 2배 가까이 줄줄이 쏟아진 박근혜 의원 관련 시리즈 기사의 제목들을 보면 “사상 첫 여성대통령 노리는 박근혜 누구인가”, “육영재단 이사장, 영남대학교 이사장, 한국문화재단 이사장을 지내면서 선친의 업적과 역사적 정당성을 외롭게 주장했다”, “세종시 원안고수는 그를 국민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키려하는 '원칙과 신뢰'의 정치인으로 각인시켰다”, “애국심, 철저한 안보관, 국가·국민에 대한 사랑은 그가 가진 덕목으로 꼽힌다. 부정부패와 불법에 단호하고, 한번 옳다고 결단한 것을 번복하지 않은 결연함도 그의 장점들로 언급된다.”
연합뉴스 노조는 “기사 꼭지 수와 분량만 봐도 단순히 유력 후보라는 점을 감안했다고 보기에는 정도가 너무 심하다”며 “사내 구성원들의 들끓는 분노에서 그치지 않고 언론계 안팎의 웃음거리가 되면서 파업의 의미까지 훼손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노조는 “연합뉴스 기사를 보고 ‘박근혜는 이미 대통령인가”라고 묻는 독자들의 지적에 어떻게 응대해야 하는가라는 자괴감 가득한 비판을 내놓았다. 연합뉴스 구성원들이 게시판에 올린 반응이 일부 미디어 비평 전문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는데 “참담하고 분통이 터진다”, “기자가 아니라 타이피스트다”, “103일간의 공정보도 외침이 무색한 기사다” 등의 자괴감 어린 내용들이 가득하다.
대통령 친형도 그 때 그 때 달라요
그나저나 방송은 정말 문제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이자 국회부의장을 지낸 거물정치인 이상득 전 의원이 동생의 대통령 임기 중에 금품수수 혐의로 구속되었는데 시큰둥한 반응이다. MBC와 SBS는 11일 밤 메인 뉴스 시간에 세 번째 리포트로 한 꼭지만 보도했다. KBS는 9시 뉴스에 세 번째와 네 번째로 두 건을 방송했다. 사회부에서 기자들이 이상득 전 의원의 구속과 관련해 3건의 보도 안건을 제출했더니 1건만 받아들여졌고 정치부의 야당반응 1건 해서 도합 2건의 기사가 방송됐다고 KBS 새노조 관계자가 토로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친형인 일선 공무원 출신의 노건평 씨가 구속될 때는 벽에 방송사마다 6~7건 씩 온통 도배를 하더니 이명박 대통령 친형 구속 때는 편지봉투 침 발라 붙이는 정도이다. 노건평 씨 구속수감 당일 저녁 메인 뉴스 방송 3사 기사 제목들을 되살려 보자. (미디어 오늘 참조)
노건평 ‘알선수재’ 혐의 구속 “사실상 로비 주도 판단” 노건평씨, 말 많고 탈 많았던 ‘5년 행적’, 봉하마을 ‘큰 충격’, 노 전 대통령 ‘측근 비리’ 수사 탄력 받나?, ‘대통령 친인척 비리’ 근절대책은?, 박연차 회장 “비자금 조성·전달한 적 없다”, “30억 통장 받았다”, 봉하마을 충격과 침묵, 탄력 받는 수사, 참여정부 도덕성 타격, 반복되는 대통령 측근 비리, 노건평씨 결국 구속수감, “노씨, 정화삼 형제와 공모”, 노 씨 사건의 재구성, 정치권 반응, 끊이지 않는 대통령 친인척 비리, 박연차 회장 ‘비자금 의혹’ 부인 ......
현직 대통령의 친형이자 최다선 의원이었고, 현직 의원시절 고향에 예산 몰아주고 과메기 라인,영포라인의 최고 실력자인 이상득 전 의원이 구속된 사건은 헌정사상 처음이라 할 큰 사건, 이것을 제대로 보도하려면 이명박 대통령 퇴임식은 끝나야 할까? 도대체 언론에 몸담아 무엇을 가르치고 배운 것일까? ‘누구에게도 겁먹지 말고 누구도 겁줄 수 있어야 한다’가 아니라 ‘자나 깨나 몸 조심’을 가르치고 배운 것일까?
개신교도들을 스위스로 쫓아냈다가 그들의 스위스 은행에 신분을 감추고 접근해 돈을 빌려야 했던 비밀계좌의 원조 프랑스의 루이 14세 이야기를 지난 시간에 했다. 가난한 철학자 스피노자에게 루이 14세가 “당신이 쓰는 책 중 하나에다 ‘이 책을 루이 14세에게 바친다’고 한 마디만 써주면 당신이 죽을 때까지 연금을 지불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스피노자는 어림없는 말씀이라고 거절하며 죽을 때까지 안경 렌즈를 깎으며 살았다. 늙고 병든 가난한 철학자가 절대군주에게 내보인 기개이다.
그런데 이게 무언가. 21세기 민주공화국에서 대통령 주변 인물들에게조차 대책 없이 떠밀리며 몸 사리는 언론이라니 개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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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상욱 기자수첩[김현정의 뉴스쇼 2부]By C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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