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상욱 기자수첩[김현정의 뉴스쇼 2부]

[07/25 수요일]올림픽을 올림픽이라 부르지 못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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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올림픽 이야기. 올림픽의 유래는 모두 아시는 대로이다. BC 870년 경 그리스 올림피아에서 4년마다 한 번 씩 열린 것이 기원이다. 고대 그리스의 도시 국가인 엘리스에서 처음으로 열렸다는 설도 있는데 주최국이 엘리스여서 그런 설이 나돈다고 보고 있다. 고대 올림픽 경기는 남자들만이 벌거벗은 채로 참가했고 여자는 참가뿐만 아니라 구경도 허락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 BC 431년 아테네 동맹과 스파르타 동맹 간에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벌어지고 주최국 엘리스의 정치적 중립이 무너지면서 올림픽을 통한 결속은 깨졌고 고대 올림픽은 근근이 이어가다 결국 막을 내린 것으로 기록돼 있다. 그 후 쿠베르탱이 근대 올림픽을 재건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
올림픽, 정치를 떠나 돈벌이로 ...
그러나 그 근대 올림픽도 여러 번에 거쳐 자칫 판을 접어야 할 위기에 놓였었다. 가장 최근의 위기는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 무럽. 1979년 이란 과격파 학생들이 테헤란에 있는 미국 대사관을 침범해 인질 사건을 벌이고 소련이 중앙아시아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다. 미국을 비롯한 65개 국가가 소련을 규탄하며 올림픽을 거부했다. 그런데 다음 올림픽이 하필이면 LA 올림픽. 소련은 1984년 공산권 국가들을 이끌고 LA 올림픽에 참가하지 않는 것으로 보복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이때 금고가 바닥을 드러냈다. 현금성 재산이 겨우 20만 달러 수준. 보다 못한 국제연합(UN)이 올림픽을 직접 주관할 테니 물러서라고 나설 정도였다. 그 때 올림픽을 구한 것이 사마린치이다. 사마란치는 우선 IOC 금고에 돈을 채워 놓기 위해 방송중계권을 치열한 공개경쟁 입찰로 몰아갔다. 입찰 대상자는 당연히 NBC.ABC.CBS 미국의 텔레비전 방송 3사. 사마란치는 미국 방송사 대표들을 만나러 미국에 간 것이 아니라 스위스 로잔으로 불렀다. 입찰 순서를 선착순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abc 순서대로 하는 것도 아니고 동전 던지기로 정해 서류를 받았다. 가능한 방송사들끼리 협의를 하지도 못하고 시차 때문에 본사하고도 자유롭게 연락을 못하도록 혼란에 빠뜨리는 전략이었다.
어떻게든 올림픽 중계권을 따내기만 하면 광고 수입이 기다리고 있으므로 NBC.ABC.CBS 방송 3사는 올림픽 때마다 IOC의 계략에 말려들었다. 서로 싸우면 IOC에게 바가지를 쓸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었다. 이 진흙탕 싸움을 한 마리만 살아남고 살아남은 하나 역시 불구가 된다고 해서 ‘전갈 전쟁’이라고 부른다. 이때부터 방송사들은 올림픽 월드컵의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노예가 됐다. 훗날 우리 KBS MBC 등도 주요 국제스포츠 중계권 협상 때마다 이런 계략에 말려들어 제각각 비싸게 계약해 아까운 돈을 날린 것은 잘 아는 일. 대표적인 예가 88년 캘거리 동계올림픽. 방송중계권을 ABC가 따내긴 했는데 4년 전 사라예보 동계올림픽 때보다 무려 337% 오른 2억1,750만 달러에 겨우 얻어냈다. ABC는 “스포츠 방송 사상 가장 실망스럽고 분노스럽고 터무니없는 협상”이었다고 밝혔지만 돌이킬 수 없는 일.
IOC의 다음 카드는 모든 마케팅 권한을 4년간 독점 패키지로 묶는 것이었다. IOC는 4년짜리 패키지 스폰서 프로그램을 만든 뒤 다국적 대기업들에게 거래를 하기 시작했다. 대기업들은 4년 독점에 긴장했다. 각 분야마다 숙명의 라이벌이 있다. 코카콜라와 펩시 콜라, 나이키와 아디다스 ...... 라이벌을 제치고 올림픽 스폰서가 되기 위해 다들 눈에 핏발이 선채 달려들었다. 비자카드가 라이벌 아멕스의 가슴에 칼을 꽂겠다며 달려든 것은 유명한 일화. 코닥 필름이 잽싸게 스폰서 자리를 차지하려는 순간 후지필름이 뒤통수를 치며 막판 뒤집기를 하기도 했다. 모토롤라는 스폰서 값이 너무 비싸 가격흥정을 해보려다 승부수를 던진 삼성전자에게 당하고 말았다.
올림픽을 올림픽이라 부르지 못하고
런던올림픽을 치루는데 드는 예산은 16조원. 중국 북경 올림픽의 절반 쯤 된다. 유럽 경제가 어려운 만큼 깎고 깎아 16조가 되었다. 중국이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치른 예산이 17조였다. 런던 올림픽 예산 16조원 가운데 가운데 3조 6천억 원을 올림픽 공식스폰서 기업이 낸다. 올림픽의 스폰서가 다 같은 스폰서는 아니다. 가장 높은 단계인 월드와이드 공식스폰서 기업, 올림픽 파트너 기업, 올림픽 공급처 기업 등 몇 단계에 걸쳐 수십 개의 스폰서 기업이 돈을 내고 올림픽 마케팅에 참여하고 있다.
월드와이드 공식스폰서 기업은 동계.하계 올림픽을 묶어 시즌 내내 홍보와 마케팅에 올림픽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따낸 기업이다. 흔히 ‘월드와이드 톱 파트너’ 또는 ‘톱 올림픽 파트너’라고 부르는데 4년마다 계약을 연장하며 올림픽과 함께 계속 꾸준히 가는 기업들이다. 우리가 올림픽마크와 함께 흔히 떠올리는 코카콜라, 맥도널드, 비자카드, 오메가시계, 파나소닉, 제너럴일렉트릭 ..... 그리고 삼성 ! 그 밑의 단계가 ‘런던올림픽 공식 파트너’이다. 아디다스, 베엠베, 브리티시 에어웨이 등 ...... 매번 올림픽 때마다 계약하는데 올림픽을 치르는 나라의 기업들이 주축이 되는 것이 보통.
왜 엄청나게 비싼 돈을 내가며 올림픽 스폰서기업이 되려 하는가? 통상 마케팅에 1억 달러를 쏟아 부으면 기업 브랜드 이미지가 1% 올라간다고 추산한다. 그런데 올림픽을 내걸고 마케팅을 하면 1억 달러에 1%가 아닌 3%가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공식 스폰서를 놓친 기업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기로 끝날까? 아니다. 실패한 기업들은 또 다른 방법을 동원해 마케팅에 나선다. 아이디어만 잘 짜내면 비싼 돈 안내고 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 이런 걸 앰부시 마케팅이라 하는데 대표적인 예는 한국에 있다. 2002 월드컵에서 공식 스폰서는 KTF였지만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잔치를 연 것은 SKT여서 사람들은 지금도 SKT가 월드컵 스폰서인 줄 안다. 올림픽, 월드컵 등에서 공식 대표 유니폼은 공식 스폰서기업의 옷을 입었는데 다른 회사 제품의 겉옷을 입었다 벗었다 하는 선수들은 따로 자기 스폰서로부터 돈을 받고 슬그머니 마케팅을 해주는 선수들이다.
올림픽이라는 단어 사용, 로고 사용, 오륜 마크 사용, 마스코트 사용은 엄격히 제재를 받지만 죽으란 법은 없다. ‘올림픽’이라는 단어를 마케팅에 사용하면 규제를 받으니 ‘파이팅 코리아’, ‘힘내라 우리의 영웅들’ ‘스포츠는 위대하다’ ....... 요런 식으로라도 하면 된다.
그러나 런던 올림픽부터는 이런 앰부시 마케팅에 대해 규제가 더욱 심하다. 돈도 안 내고 어딜 껴드느냐 이거다. 런던 올림픽은 모든 참가 선수의 초상권 사진을 올림픽위원회가 소유하는 걸로 더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그리고 금메달, 은메달이란 단어도 올림픽 끝날 때까지 마케팅에 사용하면 걸린다.
런던 올림픽의 최대 관심사는 메달만이 아니다. 런던 올림픽은 모바일 디지털이 관건이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PC가 대중화된 뒤 처음 치러지는 올림픽이어서 그렇다. 또 SNS와 올림픽은 어떻게 소통할까도 관심사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SNS 트위터 이용자는 600만 명이었다. 페이스북은 1억 명. 그러나 지금은 트위터는 1억4천만. 페이스북은 9억명이다. 우리 기업들도 런던에서 치열한 글로벌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제는 메달이 전부가 아니다. 올림픽의 숨은 뒷거래와 작동원리, 테크놀로지의 발전에 따른 올림픽의 변화를 놓치면 올림픽의 절반은 놓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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