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상욱 기자수첩[김현정의 뉴스쇼 2부]

[08/01 수요일]국제심판도 국가대표, 국제심판을 키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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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올림픽이 심판의 오심판정과 판정번복으로 시끄럽다. 그동안 오심편파 판정으로 얼룩진 올림픽으로 아테네 올림픽을 꼽아왔는데 이번 런던 올림픽은 한국 대표팀이 겪은 사건만 모아도 아테네 올림픽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남자 유도 66㎏급에서 조준호 선수에게 3심이 전원일치 판정승을 선언하고도 심판위원장의 지적에 의해 전원일치 판정번복 해프닝을 벌인 것은 세계 유도계의 불행한 사태가 될 듯싶다. 판정번복 당사자인 브라질, 우즈베키스탄, 이탈리아 심판은 ‘바보 삼총사’라는 별명을 얻고 다음 유도 경기에서 심판배정을 받지 못한 채 벤치를 지켰다. 그리고 3심 만장일치를 뒤집은 심판위원장의 전횡에 맞서 심판들이 심판 보이콧을 할 거라는 소문도 돌았지만 일단 올림픽 경기는 진행되고 있다.
펜싱 여자 에페 신아람 선수는 준결승에서 연장 승부 끝에 종료 1초 전 찌르기를 당해 5-6으로 졌다. 연장전 종료 1초를 남겨놓고 독일 선수가 공격하는데 걸린 시간은 첫 공격이 0.2초, 두 번 째 공격은 0.6초, 마지막 공격은 두 번의 공격을 연속적으로 하며 1초17. 일정한 거리를 떨어져 시작하는 펜싱에서 0.2초 공격은 불가사의. 동영상을 확인해 보니 독일 선수는 규정된 거리를 지키지 않고 바짝 붙어서 시작했고 시작 구령이 떨어지기 전에 몸이 먼저 움직였다. 신아람 선수가 이런 상황에 당황하고 심판의 경기운영에 의구심을 품는 순간 집중력과 사기가 동시에 떨어져 경기운영이 정상적이지 못했을 것은 당연하다.
선수 따라가기 바쁘고 위원장 눈치도 봐야 하고
오심은 우선 심판의 인간적 한계에서 빚어진다. 선수의 동작이 너무 빨라 눈으로 판단되지 않거나 순간적으로 상대 선수의 몸에 가려 타격순간을 심판의 시선이 놓친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한다.
그 다음은 판단능력, 즉 자질의 부족이다. 경기의 룰을 제대로 이해 못하고 있거나 상황이 벌어진 순간 그 자리에서 신속히 정확한 판정을 내리기에 경험과 판단력이 부족한 경우에 오심이 발생한다. 선수들의 경기력은 향상되는데 심판의 판정 능력은 선수들 기량만큼 비례해 향상되지 않는 경우에도 오심이 발생한다. 선수들은 아주 고난도 플레이를 연습해 출전하는데 심판이 그런 테크닉을 경험해 본 적이 없으면 정확한 평가가 어려워진다. 또 선수들은 하루가 다르게 교묘하고 지능적인 반칙이나 헐리웃 액션, 위장 공격, 시간 끌기 작전을 개발해 내는데 심판이 따라잡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 다음은 의도된 오심 즉 편파판정의 문제이다. 상대적으로 국력이나 위세가 약한 나라의 선수에게 자꾸만 억울한 판정이 발생하는 것을 무엇으로 설명할 건가. 아예 사전 담합에 의해 특정 팀을 밀어 주는 부정한 심판행위는 엄격히 따지자면 범죄행위에 해당되므로 거론할 필요조차 없다.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고 하는 것은 타당하기도 하다. 그 이유는 심판이 경기를 진행하다 오심을 했거나 오심이 아닐까 스스로 의문을 품으면 손해를 본 선수에게 자신도 모르게 동정심이나 보상행위로 한 번 쯤 봐주고 싶어진다. 나름 균형을 찾아가려는 본능이다. 그러나 그것은 또 다른 오심을 반복하는 것이 되고 만다. 그래서 인간적인 미안함이나 보상해주려는 관대함 때문에 공정함이 다시 훼손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고 그냥 묻어두고 가라는 의미에서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판정을 잘못하고 잘못된 판정에 공식항의가 있고 규정된 절차대로 검토와 판독을 거쳤다면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을 하든지 실수를 인정하고 번복해야 한다. 신아람 선수의 경우처럼 특별 메달을 줄 테니 그냥 넘어가자는 건 있을 수 없다.
오심과 편파판정에 의해 국제대회의 권위가 손상되고 스포츠를 통한 화합이 깨뜨려 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1. 심판자격 획득 과정과 재연수 과정을 엄격히 할 필요가 있고
2. 고의성 짙거나 결정적 오심에 대한 징계가 강화되어야 한다.
3. 경기협회와 심판들의 기득권 지키기와 권위의식을 어찌 처리할 것인가도 문제다. 이에 대한 선수단의 대응 능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비디오 판독이나 이의 제기 및 재심 절차를 확보하는 것들이 여기에 속한다. 이번처럼 모든 절차를 다 거치고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잘못된 판정을 덮고 넘어가려는 것을 보면서 그 이상의 다른 절차도 필요함을 느낀다. 마치 절대적인 정치권력을 견제하려는 민주시민사회의 노력과 비슷해 보인다.
심판에 있어 가장 특이한 종목은 일본의 스모이다. 교오지라고 부르는 일본 스모 심판은 화려한 전통의상을 입고 심판을 본다. 아주 진지하고 엄숙하게 경기를 진행한다. 선수는 심판의 판정이 어떻게 내려지든 살짝 미소를 짓거나 살짝 찡그리는 것 이상의 반응을 보여선 안 된다.
그런데 스모 심판은 허리 춤에 주머니를 하나 차고 있다. 그 주머니 속에는 단도 즉 칼이 들어 있다. 잘못된 판단으로 오심을 할 경우 스스로 책임을 지고 목숨을 끊어도 좋다라는 뜻을 담은 것이다. 스포츠의 신성함에 따른 감정의 절제와 무한책임 의식이 담겨 있는 것이다. 현대 스포츠와는 거리가 있는 이야기지만 한편으로는 현대 스포츠가 바라직한 모습에서 얼마나 멀리 떠나와 있는지 엿볼 수 있기도 하다.
사족 - 국제심판도 국가대표이다.
체육외교나 국제심판에 대한 육성과 지원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 국제심판의 경우 국내 심판을 일정 기간 이상 거치고 국제 경기와 국제 심판자격시험을 거쳐 임명받는데 여러 등급으로 나뉜다. 실제 각 종목 별 대회에서 국제심판위원장의 힘은 상상 이상이다. 심판위원장은 국제심판 자격시험을 주관하며 모든 경기 룰과 판정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휘두른다. 국제심판을 적극 육성해 상위급 심판들이 각 종목에 고루 배치돼 있어야 한다. 적어도 억울한 피해를 줄일 수는 있을 것이고 다른 시각으로 보면 대한민국 국제심판 역시 국가대표이다. 심판들의 끊임없는 노력과 국가의 지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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