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상욱 기자수첩[김현정의 뉴스쇼 2부]

[08/13 월요일]스포츠에선 역시 웬수와 라이벌이 제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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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와 일본은 라이벌을 넘어 운명적 숙적이다. 스포츠에서 라이벌이기 때문에 앙숙이 된 게 아니라 역사 속에서 가해와 피해로 앙숙이 되었기에 스포츠 대결이 진검승부로 번져간다 하겠다. 분쟁과 전쟁이 끊임없이 이어져 온 지구촌에서 운명적 숙적이 어디 한일 두 나라 뿐이겠는가.
1. 잉글랜드 - 아르헨티나
시작은 1962년 칠레 월드컵. 유럽 최강자와 남미대륙 최강자의 대결로 지구촌의 관심을 모았다. 첫 대결은 잉글랜드의 여유 있는 승리. 그 뒤 1966년 잉글랜드와 아르헨티나는 잉글랜드 월드컵 8강전에서 다시 맞붙는다.
이 경기에서 주심이 언어소통이 안 돼 아르헨티나 주장의 항의를 욕설을 퍼붓는다고 오인해 퇴장 명령을 내렸고, 거꾸로 아르헨티나 선수들도 퇴장 명령을 알아듣지 못했다. 그러다 퇴장 명령이었다는 게 전해지면서 선수들의 집단항의로 번져 10분간 경기가 중단됐다. 경기는 잉글랜드가 1대0으로 승리했다. 그런데 영국 감독이 아르헨티나 선수들의 거친 경기에 화가 나 선수들 간에 유니폼을 벗어서 교환하지 말라고 영국 선수들에게 지시했다. 그러자 경기 후 웃통을 벗고 옷을 바꾸려다 거절당한 아르헨티나 선수들이 또 흥분해 잉글랜드 팀 샤워장으로 몰려가 다시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 과정을 지켜 본 잉글랜드 감독이 “정말 짐승들 같았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비난을 퍼붓자 드디어 민족감정으로 폭발한 것이 잉글랜드 - 아르헨티나 축구 앙숙의 사연. 그리고 나서 1980년 포클랜드 전쟁으로 민족감정은 다시 불붙고 1986년 멕시코 월드컵 8강전에서 아르헨티나의 마라도나가 손으로 축구공을 쳐넣어 한 골을 기록하는 ‘신의 손’ 사건을 저질러 잉글랜드에게 복수한다. 물론 영국은 축구에서만 아르헨티나를 라이벌로 쳐줄 뿐이다.
2. 잉글랜드 - 프랑스
오래 전부터 장미전쟁, 100년 전쟁을 치르며 당연히 앙숙 관계이다. 현대 들어와서는 친미 영국에 대해 유럽의 자존심 프랑스가 사사건건 부딪히며 여전히 앙숙. 엄밀히 따지면 독일과 오스트리아, 영국(스코틀랜드 웨일즈 아일랜드 제외), 스칸디나비아국가들은 게르만 계통이고 영국의 윈저 왕가는 독일 하노버 왕가에 뿌리를 두고 있어 독일과 숙적인 프랑스는 이래 저래 영국의 숙적.
3. 잉글랜드 - 독일
2차 세계대전을 저지른 독일은 원수지간인 나라들이 많다. 두 나라는 1차 대전 때 확실히 갈라섰고, 2차 대전에서 히틀러가 영국에 폭격을 가하면서 이를 가는 앙숙이 됨. 축구로는 2000년대가 시작되기 전에는 독일이 우세했으나 그 이후는 영국이 우세하다.
4. 네델란드 - 독일
네덜란드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나라가 독일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네덜란드는 독일의 침공을 반나절도 견디지 못하고 수도 암스테르담을 내주는 치욕을 당했기 때. 지금도 무지 수치스러워하며 독일이라면 치를 떤다.
5. 독일 - 폴란드
히틀러가 세계 제 2차 대전을 일으키고 가장 먼저 침략한 곳이 폴란드. 그리고 독일 민족의 우수성을 뽐내려고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폴란드와 축구경기를 펼쳤다. 이때 독일군은 히틀러 앞에서 혹시나 체면을 구길까 싶어 폴란드 선수단에게 알아서 무너지라고 협박했다. 그러나 폴란드 선수들은 오기로 독일팀을 눌러 경기 후 총살당했다고 ..... 폴란드는 과거 세 조각으로 찢겨져 러시아, 프로이센(독일), 오스트리아에 분할통치를 받은 아픈 역사가 있어 숙적과 앙숙이 여럿이다.
이스라엘 대 독일이나 이스라엘 대 팔레스타인, 아랍국가는 생략한다. 그 다음으로 눈여겨 볼 나라들은 러시아와 일본이다.
6. 러시아 - 일본
러시아 쪽에는 러일전쟁에서 패배한 멘붕이 가시지 않고 남아 있고, 일본은 북방 4개 섬 반환 문제가 숙원으로 남아 있어 앙숙 관계이다.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대회 때 요코하마에서 열린 H조 예선에서 일본이 승리하자 러시아 축구팬들은 폭동 수준에 이르러 러시아내 일본제 차들을 부수기까지 했다고. 일본의 보수 세력들은 “북방 4개 섬 반환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서라도 축구에서 본때를 보여야 한다”고 민족 감정을 부추겨 잔디밭에서 벌이는 제 2의 러ㆍ일 전쟁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7. 브라질 - 아르헨티나
남미 대륙을 대표하는 두 나라이고, 국토 크기나 축구 솜씨도 비슷하고 전쟁의 상처도 있어 라이벌. 아르헨티나는 스페인의 지배를 받았고 브라질은 포르투갈의 식민지여서 아르헨티나는 스페인어를 사용하고 브라질은 포르투갈어를 사용한다. 또 아르헨티나는 유럽계 백인들이 99%를 차지하고 브라질은 물라토나 메스티조등 여러 혼혈인종들이 다수를 차지한다. 과거 아르헨티나가 남미에서 독보적으로 잘나가는 나라 일 때 브라질, 칠레, 페루, 파라과이 등을 거렁뱅이들이라고 무시한 상처도 남아 있다.
역사적으로도 1825년부터 3년 간 전쟁도 치렀다. 브라질의 시스플라티나 지방이 자치를 요구하면서 아르헨티나의 지원을 받아 브라질에 전쟁을 일으켜 결국 우루과이라는 독립국이 되었다. 두 나라 축구경기가 있거나 할 때는 조심할 필요가 있다. 2002년 월드컵 당시 어느 브라질 축구팬이 아르헨티나 술집에서 아르헨티나가 다른 나라 팀에게 골 먹는 순간 무심코 와 ~! 소리쳤다가 몰매 맞아 숨지는 사고도 발생했었다.
8. 페루 - 칠레
남미 대륙에서 칠레 라는 나라를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유럽의 영국 같고 아시아의 일본 같은 나라? 함께 뭘 하자고 하면 꼭 혼자 튄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라들 ..... 페루, 볼리비아, 아르헨티나와 골고루 분쟁을 겪었다. 아르헨티나와 영국이 포클랜드 전쟁을 치를 때 뒤에서 영국을 도운 나라도 칠레. 칠레의 항구 Iqiqi, Arica는 원래 페루 영토였으나 칠레가 빼앗은 지역이다. 페루의 Tacna지역은 칠레에 빼앗겼다가 주민들이 투쟁해 페루로 돌아 온 땅. 더구나 칠레에 빼앗긴 땅들이 지금 칠레 와인의 주산지 인 것을 생각하면 페루로서는 열불이 날 수 밖에 없는 일. 페루와 에콰도르가 국경 분쟁으로 싸울 때 에콰도르에 무기를 대 준 나라도 칠레. 페루 사람들 앞에서는 무조건 칠레 욕을 해야 친해질 수 있다.
9. 호주 - 뉴질랜드
오세아니아 대륙의 라이벌? 럭비 경기에서는 두 나라가 라이벌 의식을 보인다. 특히 뉴질랜드는 죽기 살기로 대들고 호주는 떨떠름 받아주는 정도. 그러나 다른 분야에서 호주는 뉴질랜드를 가난한 시골 사람들 정도로만 여긴다. 그러나 뉴질랜드는 모든 분야에서 호주를 경쟁상대로 여기고 이야기마다 호주를 들먹거리고 돈 벌러 갈 때는 호주로 간다.
10. 미국 - 캐나다
호주 - 뉴질랜드와 비슷한 경우가 미국 - 캐나다. 북미대륙에 덩치 큰 두 나라이지만 미국은 캐나다에 별로 신경 안 쓰고 산다. 하지만 캐나다 사람들은 미국을 숙적이라 여긴다. 미국이 조금 흥분하는 경우가 아이스하키 경기 정도. 한 때 육상 100 미터에서 스포츠 라이벌이 된 적은 있었다. 칼 루이스와 벤 존슨이라는 걸출한 스타들 때문. 미국사람들은 캐나다를 사실상 미국의 한 부분이라고 여기며 무시하기도 한다.
우리도 감정 건드리지 않도록 조심하자. 우리는 무시하지만 우리를 라이벌로 여기는 나라들이 있다. 대만에게 우리는 신경 끄고 산다. 하지만 대만 사람들은 아시아에서 일본이 앞서가고 그 다음이 대만이라고 여기며 살아오다 자기네를 제치고 앞서 간 한국을 몹시 경계하고 견제한다. 더구나 한국이 중국하고 수교하며 대만을 버렸다고 감정이 좋지 않다.
말레이시아도 우리를 라이벌로 여기고 싶어 한다. 스포츠로는 축구나 배드민턴 종목에서 두드러지지만 경제 분야에서 늘 한국을 의식한다. 베트남도 한국을 경계하는 나라. 스포츠 경기가 있으면 몹시 신경 쓰는 분위기.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한국에 대해 당연히 가질 수밖에 없는 감정이다. 그런데 우리는 불쌍한 나라 정도로만 여기며 무시하기 일쑤이다. 상대의 감정도 존중할만큼은 하며 문화강국, 동방예의지국답게 행동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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