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어제(13일) 보건사회연구원이 “공중위생수준제고를 위한 실태조사 및 제도개선방안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 등 10개 도시의 1,760개 숙박·목욕·이용·미용·피부미용·세탁업소를 면접조사한 결과이다.
주요 내용을 보면 이용업의 88.7%, 세탁업의 62.3%가 연매출이 2천만 원 미만이라고 답했다. 연매출이 4천만 원을 넘는 업소는 거의 없었다. 또 미용업 48.4%, 피부미용업의 38.1%도 연매출이 2천원만원 아래였고 숙박업과 목욕업은 29.2%, 17.1%로 그마나 상황이 나았다. 연매출 2천만 원은 월매출로 170만원이 채 안 되는 것이다. 여기서 임대료와 공과금, 세금, 종업원 월급, 운영비 빼고 나면 .... 빼고 남을 리가 없다. 문을 닫지 못해 가게를 팔지 못해 영업을 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대비 20%에서 30% 정도 매출이 감소했다고 추산된다.
2.또 다른 시한폭탄, 중소자영업 붕괴
영세자영업소들이 어려워지고 있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하나. 자영업 점포가 늘어 경쟁은 치열해진다.
둘. 건물 임대료, 인건비, 전기요금은 오른다.
셋. 대출이자는 만만치 않다.
넷. 시설은 개수보수로 자꾸 돈을 먹는다.
다섯. 재료값도 자꾸 오른다.
이제 폭발직전인 가계부채에 얹어 자영업의 파산도 한국 경제의 심각한 뇌관으로 우리 앞에 놓여 있다.
또 공중위생업 분야는 서민 삶의 질 차원에서 중요한 분야이다. 목욕탕이 없어지면 규모가 일정 정도 이상 되는 아파트 거주자는 아무런 불편이 없다. 실내에 목욕시설이 있을 리 없는 서민들이 문제다. 대표적인 것이 장애인 목욕탕. 예를 들어 대구에서는 달서구 달구벌종합복지관이 몇 년 전 장애인 목욕탕을 개장했으나 적자에 허덕이다 문을 닫았다. 가난한 장애인들에게 목욕은 치료의 한 부분이다. 그러나 서민 거주지역 동네 목욕탕들은 계속 문을 닫고 있다. 아무리 아껴도 하루 유지비가 20~30만원인데 매출이 200만원도 안되니 어쩔 수 없다. 샤워시설을 갖춘 국민체육센터, 헬스장, 피트니스센터 등 대형시설들이 늘어나 골목 상권을 흡입해가는 것도 어려워지는 이유.
이것이 생존 불안에 시달리다 못해 소리 없이 사라지고 있는 우리 사회 자영업의 모습이다. 한국 자영업은 연평균 60만개가 생겨나고 58만개가 사라진다. 가게 문을 연지 3년 안에 53.6%가 문을 닫고, 5년 안에 2/3가 포기하고 만다.
우선은 자영업끼리의 치열한 경쟁을 줄여야 한다. 가능한 재취업을 유도해 어쩔 수 없이 가게를 여는 비자발적 창업을 줄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지역별로 같은 직종이 밀집하는 것도 미리 정보를 주고 권장지도를 통해 막아야 한다.
이번 조사에서 소상공인들은 가장 시급한 지원책으로 ‘정책자금 융자’(40.7%)를 정부에 요청했다. ‘경영개선을 위한 교육기회 제공’(23.6%), ‘세금부담 완화’(15.5%), ‘영업상 규제 개선’(7.8%) 등도 호소하고 있다. 2011년 12우러 중소기업청이 대통령 업무보고를 할 때 중소기업 정책금융이 72조원 지원된다고 하던데 제대로 흘러들어가고 있는 지 점검해 보기 바란다. 정부는 책정했지만 금융현장에서는 신용이 낮다고 외면당하는 사례가 많으면 대통령 보고는 탁상공론일 뿐이다.
3.희망을 씻기고 희망을 닦자
정부가 영세중소상공인들에게 관심이 있다면 전기요금부터 디자인을 바꿔야 한다. 한국전력공사가 전기료 과다 사용 단속을 강화한 것이 영세상공인들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한전은 종전에는 한 달 사용량을 기준으로 초과분을 따졌으나 최근에는 15분마다 사용량을 점검해 계약한 전력보다 전기를 많이 쓰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으로 방침을 바꿨다. 전력낭비를 줄이면서 전기료를 올려 받기 위한 한전의 궁여지책이다. 이 바람에 영세상공인들은 걸핏하면 수십만 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목욕탕, 세탁소, 떡집 등 손님이 특별히 몰리는 날이 있는 업소들은 모두 한전을 원망하고 있다. 억울하다고 항의하면 용량을 늘려서 계약해 초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고 한다. 그러면 기본요금이 오르고 공사비도 100만 원, 200만원 겁나게 들어간다.
점포나 업소도 어렵지만 그 안에서 따로 일하는 사람들도 걱정이다. 목욕탕에서 때를 밀어주는 목욕관리사들도 당연히 일자리를 잃고 있다. 한국식 때밀기가 ‘코리안 스크럽’(Korean Scrub)이란 이름으로 미국, 일본으로 수출되고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절찬리에 애용되고 있다. 이를 위해 국내 특급 호텔 스파에도 ‘때밀이’를 도입하고 학원이 생겨 수강생이 밀려드는 판국에 목욕탕이 문을 닫아 목욕관리사들의 일터가 없어지는 건 아쉬운 일이다.
구두 닦는 직업은 세계 어디에나 있다. 독일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할아버지 할머니 등 노인들이 직업으로 구두를 닦기도 한다. 가난한 사람들이 삶을 지탱해 가는 대표적인 직업이 구두미화원이었다. 브라질 룰라 대통령도 초등학교조차 못 나오고 구두를 닦으며 청년이 되고 노동자가 되고 대통령이 되었다. 2001년 페루 대통령에 당선된 알레한드로 똘레도 대통령도 구두를 닦으며 컸다. ‘올리버 트위스트’, ‘위대한 유산’, ‘크리스마스 캐럴’ 등 숱한 명작을 남긴 영국의 소설가 찰스 디킨스도 구두닦이 소년 출신이다. 어느 겨울 구두를 닦는 디킨스에게 지나가던 신사가 “추운데 손도 시리고 구두 닦는 게 고생스럽겠구나?” 라고 물었을 때 소년 디킨스 의 대답은 “아닙니다. 고생스럽지 않아요. 저는 구두를 닦는 게 아니라 희망을 닦고 있습니다”였다.
어제(13일) 소상공인진흥공단 설립과 진흥기금 조성을 골자로 하는 법안이 준비되고 있다는 발표가 있었다. 좋은 법안을 마련해 보자. 그에 앞서 우리 사회가 신경 쓸 부분은 착한 소비, 아름다운 소비이다.
휴가 관광도 내 나라에서, 물건을 살 때도 동네 상권을 위해, 구두를 닦는 것은 남자의 자존심을 닦는 거라고 했지만 이젠 우리 사회를 닦는다고 여기고 불필요한 소비 대신 착한 소비를 퍼뜨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