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상욱 기자수첩[김현정의 뉴스쇼 2부]

[08/22 수요일]펜으로 싸우는 자 칼로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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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자협회가 창립 48주년을 맞았다. 박종률 한국기자협회장은 “너희가 침묵하면 돌들이 소리 지를 것”이라는 성경구절을 인용하면서 “언론이 불의와 타협하고, 진실을 왜곡하며 침묵한다면 국민적 분노에 맞닥뜨리게 될 것”이라고 저널리즘의 회복을 주창했다. 그런데 문제는 저널리즘의 회복을 위해 열심히 뛸 유능한 기자들이 소속사에서 쫓겨나 떠돌고 있는 것. 이른 바 해직기자들이다. 해직기자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회사가 일을 시키지 않고 대기상태로 밀쳐놓은 대기자들도 부지기수이다.
1. KBS는 파업을 이끈 노조 집행부와 KBS기자협회 회장·부회장 등 12명에게 정직 이상의 중징계를 내렸다. 정직 6개월부터 1개월까지의 중징계이고 감봉과 견책 등의 징계를 받은 직원들도 있다. 그런가하면 KBS의 간부급 인사 수십 명으로 구성돼있는 ‘KBS 공영방송노동조합’은 KBS 새노조를 종북세력이라고 규탄하고 나서 노노 이념갈등으로 빠져들고 있다. 동료가 동료를, 선배가 후배를 종북좌파로 몰아가는 세상이라니 ......
2. 연합뉴스는 사측이 노조위원장에게 정직 12개월, 노조 부위원장과 사무국장에게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쟁의대책위원 4명에게도 각각 정직 6개월에서 2개월 등 중징계를 내렸다. 또 파업에 참여하지 않았던 간부급 사원들 가운데 사내 게시판에 글을 남긴 간부 4명에게는 경고, 또 사장에 대해 사내 여론조사를 벌인 간부들은 견책이란 징계를 결정했다. 연합뉴스 전체 사원 816명 가운데 617명이 참여해 71%가 사장 반대표를 던진 여론조사였다.
3. 국민일보는 노사 합의에 따라 파업을 끝냈지만 파업 책임을 물어 지난 20일 기자 4명을 다시 해고했다. (해고 1명, 권고사직 3명, 정직 5명, 감봉 4명). 징계 통보를 받은 13명 모두가 기자다. 국민일보 해고기자는 5명이 되었다.
쟁의행위로서의 파업은 헌법과 노동조합법, 단체협약에도 명시돼 있는 합법행위이다. MBC, KBS, YTN, 연합뉴스 등 여러 파업 언론사 가운데 파업이 끝난 뒤 노조원을 해고시킨 곳은 국민일보뿐이다. 왜 장로님이 대통령이 되고 나서 언론계가 이리 됐을까? 왜 목사님 가족이 꾸려나가는 국민일보만 기자를 해고했을까 .... 시험에 드는 요즘이다.
4. YTN은 2008년 4월 대통령 후보 언론특보를 지낸 사장의 정치적 중립성 문제로 노조가 사장 출근저지와 공정방송투쟁에 나섰다. 그에 따라 6명의 기자가 해고당했고, 해고 당사자들은 징계무효소송을 내 다음해인 2009년 11월 1심판결에서 전원 복직판결을 받았다. 노사는 그해 4월에 법원의 판결을 따르기로 합의한 바 있으나 사측이 항소해 일부 해고 기자에 대해서는 해고가 정당하다는 판결을 받아내며 사태가 장기국면에 접어들었다. 현재 해고 무효소송은 대법원의 판결을 남겨두고 있다. 해직 1400일을 넘겼다.
5. MBC는 사장 퇴진 투쟁에 참여했던 노조원 770 명에게 인사 상 불이익을 주었다. 그리고 파업 이후 사내에 설치된 CCTV를 고화질로 교체했다. 현재 MBC 보도국에는 12대의 CCTV가 설치돼 있다고 한다. 파업 기간에 8대가 설치됐고, 파업 이후 4대가 추가로 설치됐다. 보도국 외에는 ‘PD수첩’과 ‘시사매거진 2580’을 제작하는 시사제작국이 자리한 6층에도 4대가 새로 설치됐다. 직원 책상 위에 놓인 서류의 제목이나 인터넷 검색 내용이 읽힐 정도로 고화질이라고 한다. 물론 회사 측은 순수한 도난방지용이라고 설명.
MBC는 또 정직과 대기발령 조합원 20명에게 잠실에 있는 MBC 아카데미에 가서 3개월 간 교육을 받으라고 명령을 내렸다. 교육대상자는 국장, 부장, 차장급들이다. 전 논설주간, 한국PD연합회 차기 회장, 전 방송기자연합회장 ..... 등등 방송사를 새로 세울 만큼 유능한 인재들이 방송시설이 없는 잠실로 출근한다.
그들에게 주어진 교육 내용을 보자.
‘시와 철학’, ‘음반산업의 이해’, ‘실용음악 실습’, ‘트위터 사용의 이해’, ‘페이스북 운영 어떻게 하나’, ‘내가 만드는 브런치’, ‘미디어의 이해’, ‘만화 산업의 현재와 미래’ ......
이번 주부터 실시되고 있는 CBS의 중간간부 교육 커리큘럼과 나란히 놓고 보면 알 사람은 다 안다.
‘국내외 경제위기와 미디어 산업의 환경 변화’
‘스마트 미디어와 미디어 트렌드’
‘미디어의 마케팅과 비즈니스’
‘소셜 미디어의 이해’
‘디지털 콘텐츠와 소비자’
‘디지털 영상시대의 기독교와 미디어’
‘디지털 뉴미디어 시대의 저널리즘과 뉴스’
아카데미로 출근해 거기서 교육을 받으라 명령받은 MBC 간부들은 사실 거기에 강사로 와주십사 모셔야할 사람들이다. 한마디로 여의도 MBC 근처에 오지도 말고 사람들을 만나지도 말라는 격리수용 지침이 아닌가 말이다.
펜으로 싸우면 칼로 죽는다?
복잡해 보이지만 뿌리는 모두 하나이다. 방송사 사장을 정권이 입맛대로 앉히려는 데서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국민일보는 자기 재산도 아닌 신문사의 사장을 아들에게 물려주려고 책략을 꾸미면서 벌어진 일이다. 결국 집권 이후 정략적 목적으로 언론을 황폐화 시킨 책임이 정치권 특히 여권에 있음은 분명하다. 한국기자협회 창립기념식에 참석한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축사에서 “해직기자들이 아직 복직이 안 되고 있다니 우리가 모든 힘을 모아서 함께 해직기자들의 아픔을 나눴으면 한다”고 밝혔다. 뭔가 노력해 보겠다는 것인가?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도 “유신 이후로 이렇게 많은 언론인들이 해직되고 파업을 한 적이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엇으로 언론 정상화에 기여할 지 지켜보자.
펜으로 싸우는 자 칼로 죽는다 ..... 알제리의 회교원리주의 지도자 ‘아부압둘 라만 아민’이 남긴 말이다. 이슬람 원리주의에 입각한 사회통제와 국가 통치에 따르지 않고 ‘펜이 칼보다 강하다’며 저항하다가는 처형될 줄 알라는 경고였다. 그러나 이 나라는 권력자가 그런 수고를 아낄 수 있다. 언론사주와 사장, 충성스런 간부들이 자기들 선에서 깔끔히 처리하지 않는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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