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 가라사대 ‘악법도 법’?
'악법도 법이다'라는 명제는 정확히는 'Dura lex Sed lex - 법은 지독하지만 그래도 법이다'.
이는 1,800년 전 쯤 활약했던 로마의 법률가 도미누스 울피아누스의 저술집에 나오는 “quod quidem perquam durum est, sed ita lex scripta est - 이것은 진실로 지나치게 심하다.
그러나 그게 바로 기록된 법이다”라는 구절을 줄여 쓴 말이다.
문제는 이 말을 소크라테스가 인용해 썼느냐이다. 고대 철학을 전공한 학자들의 공통된 견해는 ‘소크라테스는 이 말을 하지 않았다’는데 모아지고 있다.
사형을 기다리는 소크라테스에게 주위 사람들이 아테네를 탈출해 목숨을 이어가라고 하자 크리톤에게 ‘악법도 법이다’라며 법은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는 것인데
이런 대목은 문헌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는다.
‘철학적 신념을 포기하면 살려주겠다고 해도 자신은 그런 제안을 거부하고 신의 명령대로 철학을 계속 궁구해 나가겠노라’고 이미 선언한 마당에 법 집행을 앞두고
탈출이란 가당치 않다는 뜻을 밝힌 것이 전부라는 것.
이 문제에 대해서는 소크라테스의 이야기를 전한 두 개의 책, 변명과 크리톤의 내용이 차이가 있다. 변명의 소크라테스는 비판과 저항의 강한 모습을 보이고
크리톤에서는 ‘죽으라면 죽어야지 어쩌겠나’는 식의 유약하고 감성적인 모습을 보인다. 어쨌거나 불의에 대항할지라도 불의한 방식으로 대항해서는 안 된다는 철저한 정의론이 소크라테스의 철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