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문고 라이크역사

18. 오랑캐의 동생이 된 조선? 정묘호란을 살펴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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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진을 통일한 누르하치가 죽은 뒤 칸의 지위를 계승한 인물은 8남인 홍타이지다. 그러나 홍타이지는 다른 형들과 공동으로 정치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무엇인가 실적을 통해 자신을 드러낼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그는 한인들을 포용하여 인재를 늘리려 했고 그 소문이 퍼지자 명의 주요 관료와 장군들이 후금에 항복하는 일이 잦아졌다.
광해군은 이러한 후금 내부의 상황에 촉각을 기울였다. 그러나 반정으로 즉위한 인조는 후금의 상황에 대해 거의 관심을 두지 않았고 그나마 여진의 움직임을 담당해온 국경지역의 장군들을 처형하고 자신의 인물로 채웠다. 조선이 후금의 움직임을 놓친 사이, 홍타이지는 조선 공격을 결정했다. 1627년 1월 8일, 3만여 후금군이 국경을 넘어 들어왔다. 정묘호란이다. 홍타이지는 후금 안에서 아직 취약한 자신의 권력을 강화해야 했고 또 만주 일대에 흉년이 들어 민심도 흉흉했으며 모문룡도 제거해야 했기에 전쟁을 일으켰다.
1월 17일, 후금의 침입 소식이 전해지자 최명길 등 소수만 임진강을 지키자고 했고 대부분 강화도로 들어가 피신할 것을 주장했다. 인조는 강화도로 옮겨간 뒤 수군을 동원해 강화도를 지키도록 했다. 인조와 대신들의 관심은 자신들의 신변안전뿐이었다. 심지어 도체찰사로 임명된 장만이 유능한 포수 100명을 어영군에서 차출하려고 했으나 거부당했다. 자신들을 호위할 군사가 부족해진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런데 후금이 갑자기 평안감사를 통해 강화협상을 제기했다. 후금도 3만의 군대로 한양까지 깊숙이 들어가는 것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강화도에서는 오히려 강화를 요구하는 문서를 받은 평안감사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오랑캐의 문서를 접수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전쟁을 계속할 의지가 없었던 인조는 화친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하고 강화에 나섰다. 홍타이지의 요구 중 명과 관계를 끊는 것을 제외하고 조선이 후금의 동생이 되는 것, 강화 과정에서 짐승을 희생으로 쓰는 것 등은 모두 받아들였다. 이렇게 정묘호란은 끝이 났다. 후금은 군사행동을 통해 조선을 압박하고 세폐를 통해 실익을 얻어냈다는 점에서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조선은 다시 한 번 전쟁의 소용돌이에 빠졌고 아직 명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후금의 동생이 되는 복잡한 상황에 빠졌다. 무엇보다도 후금이 조선 군사력의 실체를 알아버린 것이 문제였다.
그런데 생뚱맞게도 모문룡은 명 조정을 속여 이번 전쟁에서 후금이 물러나게 된 것은 순전히 자신의 군공 덕분이라고 꾸며댔다. 정묘호란 당시 군대를 일으켜 후금을 공격해주기를 바랐던 조선과 명을 모문룡은 철저하게 배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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