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상욱 기자수첩[김현정의 뉴스쇼 2부]

[2012/09/11 화]새누리 '빨간 파티'가 삼성동으로 간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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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편성채널 ‘채널A’에서 지난 9일 ‘박근혜, 5년 만에 대문 연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박 후보가 주말에 자택공개 행사를 벌인다고 보도하면서 이는 자신들의 ‘단독보도’라고 힘주어 강조했다. 단독? 과연 그럴까?
“새누리당에서 빨간 파티를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의 삼성동 자택에서 여는 것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다.” - 청년들이 만드는 인터넷 언론 ‘고함20’의 7월 24일 자 기사 내용이다. 청년들이 종편이 한달 반 뒤에나 단독보도할 정치권의 기밀을 어떻게 알았을까?
“(서울=연합뉴스) 정**.현** 기자의 보도 - 새누리당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새누리당의 젊은 층 대상 행사인 ‘빨간파티’를 서울 삼성동 자택에서 개최하려고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7월 22일 자 보도이다. 경향신문도, 인터넷신문 프레시안도 “박근혜 의원 자택서 ‘빨간 파티’ 연다”는 내용을 잇달아 보도했다. 이미 잘 알려진 내용이었던 것.
‘빨간 파티’가 삼성동으로 간 까닭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자택에서 ‘빨간 파티’가 열린다는 건 정치적으로 무슨 의도일까? 우선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가 빨간파티를 왜 박근혜 후보 자택에서 열기로 한 것일까?’부터 살펴보자. 진보성향의 언론들은 “박 전 위원장의 불통 이미지도 극복하고 청년층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형성하려는 계산이 깔린 것이다”, “청년 세대들과 소통하기 위한 방법으로 파격행보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자택개방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 등으로 보도하고 있다. 채널 A는 “2030 세대와의 소통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는 파격행보”라고 설명한다. 결국 계산이냐? 고민이냐? 강한 의지냐? 세 가지 해석이 나오는데 셋 중 하나일수도 있고 셋 모두일수도 있겠다.
다음은 빨간 파티가 널리 공개된 장소에서 행해지다 박근혜 후보 자택으로 옮겨진 것의 ‘계산’이 아닌 ‘의미’는 무얼까? 빨간 파티는 새누리당의 김상민 의원, 이준석 전 비대위원, 손수조 당협위원장이 젊은이들과 가깝고 친근하게 소통하려고 시작한 행사이다. 새누리당은 전국을 돌며 빨간파티를 열어 당의 이미지를 보수정당이지만 젊고 열려있다는 쪽으로 조금씩 바꿔가고 있었다. 이런 이미지가 가능했던 것은 파티에 참여하는 것이 동원이 아닌 자발적이라는 점, 그리고 파티의 내용물이 당 차원의 지시나 지원 없이 자체적으로 꾸며진다는 점이었다. 그랬던 ‘빨간파티’가 경선 후보인 박근혜 후보 자택에서 열린다면 이제부터는 선거전략 상의 새누리당 주관행사가 되어버린다. 박근혜 후보 집 좀 구경해보자며 아무나 몰려 들어갈 수 없고, 하고 싶은 말과 행동을 마음대로 할 수 없다면 당차원의 쇼 타임이 되어버린다.
“청년들과 외친다, 용감한 녀석들!”
이것은 전 새누리당 총선후보 손수조 씨의 네이버 블로그 제목이다. 이곳에 들어가면 ‘빨간파티’를 기획한 의도에 대해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빨간 파티’는 새로운 정치문화와 소통문화를 만들어 내길 희망하는 젊은이들에게, 주체적이고 창의적인 방법을 통해 새로운 정치문화놀이의 장을 열어주는데 있다. 온라인을 통해 무작위 선착순으로 참가자를 모았고 정치적 지향점도 각양각색이었고, 서로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던 사람들이 만나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고 자유롭게 이야기하던 행사였다. 단순히 젊은 층을 향한 새누리당의 지지기반 확대차원에 한정되어 있지 않다. 그랬다면 왜 당의 지원을 받고 당 차원에서 진행하지 않았겠는가? ‘빨간 파티’에는 돈이 거의 안 들어간다. 참가자들이 전부 자발적으로 지원하고 먹을 것을 가져오고 진행한다. SNS를 중심으로 한 온라인 모집이기에 홍보비도 거의 안 들어간다. 소요되는 추가비용은 스스로 다 낸다. 누군가의 지시를 통해서도 하지 않는다. 젊은이 스타일대로 스스로 만들어내는 콘텐츠들이다. 바로 참여자들이 콘텐츠라는 이야기다.”
청년의 청년에 의한 정치파티를 허하라
그럼 민주당은 무엇을 했을까? 민주당에는 ‘락파티’가 있었다. 4.11총선 민주통합당 청년비례대표를 선발하기 위해 마련한 이벤트였다. 빨간파티의 라이벌이라 할 만한 신선하고 매력적인 프로젝트였다. 민주통합당 락파티에는 389명이 지원해 청년 비례대표 4명이 뽑혔고 김광진, 장하나 2명의 청년비례대표 의원을 당선시켰다. 그러나 생소하다. 락파티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민주통합당이 공천잡음에 휘말리고, 보수언론이 공천잡음과 막말파문을 맹공격하면서 빛을 보지 못했다. 락파티에서 흥미로운 것은 비례대표 후보로 뽑히고 국회의원이 된 사람들이 아니라 거기서 탈락한 참가자들이다. 탈락한 뒤 다시 모여 경선과정을 평가하고 청년과 정치에 대해 고민을 나눴다. 그리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인터뷰 형식으로 인터넷 신문 “프레스바이플”에 차례로 펼쳐냈다. 탈락자들은 플래시몹으로 뭉치고 노래방토크쇼도 갖고 투표격려 캠페인도 하면서 민주당 색깔을 지운 채 자신들만의 파티로 만들어갔다. 이름도 락파티가 아닌 ‘졸라 청춘 올라잇 프로젝트’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졸라 청춘’이라는 책으로 묶어냈다. 민주당이 만든 책이 아니고 민주당을 위해 만든 책도 아니다. 오히려 민주당의 헛발질에 대한 강한 비판들이 들어 있고 청년들의 정치에 대한 건강한 꿈과 좌절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기성정당에서 시작됐으되 기성정당에 구속되지 않는 모습은 새누리당의 빨간파티와 락파티에서 비롯된 ‘졸라 청춘’이 흡사하다. 개인적으로는 빨간 파티는 빨갛게, 졸라 청춘은 푸르게 더 활짝 오래 오래 피어나기를 기대했다. 청년 정치의 새로운 모습을 보고 싶었다. 선거 때만 되면 불러 모으고 행동대원으로 부려먹다 내던지는 게 청년 정치참여가 아니다. 한 두명 비례대표에 끼어주고 청년정치 활성화시켰다고 생색내는 그런 게 열린 정치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빨간 파티’는 박근혜 후보가 접수해 버렸다. 재집권을 위해 뭐든 필요한 시점이니 탓할 일만은 아니다. 민주당은 그나마 그것도 못한다. 389명의 젊은 열혈 청년들을 모두 떠나보내고 남은 게 없다. 새로운 청년 프로젝트도 보이지 않는다. 경선 치르느라 당 차원의 전략적 사고는 일단 중지된 것일까? 혹시 젊은 유권자야 보수정당 새누리당보다 민주당을 찍겠지라는 환상에 젖어있거나 청년층에서야 새누리당에 뒤질 일 없다고 생각한다면 깨어나길 충고한다. 졸라 안이하고 위험한 생각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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