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지나 21일 ‘신용카드 발급ㆍ이용한도 모범규준’을 발표했다.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에게 신용카드 발급을 까다롭게 하고 카드론 이용한도도 제동을 걸겠다 한다. 저소득층의 가계 빚이 급증을 거듭하고 있으니 폭발하기 전에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는 취지이다. 불황이 길어지면서 갖고 있는 재산을 팔지도 못한 채 카드 돌려 막기에 의존하던 사람들은 이제 사채업자에게 손을 벌려야 한다. 카드업체도 연간 순이익이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어 난리이다. 그리고 신용카드 모집인들은 당연히 구조조정 대상이 된다.
내가 못 사는 게 내가 못난 탓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 탄탄한 중산층 내지는 고소득층이던 의사, 변호사 등도 돌려막기에 나선지 꽤 되었다는 이야기는 벌써부터 듣고 있다. 병원이나 사무실을 개업하거나 확장했다가 갑작스러운 경기 침체에 버틸 수 없게 된 때문이다. 2009년 시작된 고소득층 돌려막기는 지금처럼 여름까지는 은행 대출로 기존 대출을 막으며 돌려막기가 가능했으나 가을부터 은행들이 대출을 회수하고 돈 줄을 조이면서 허물어졌다. 우리 사회 핵심중산층과 부유층의 말단이 붕괴된 것이라하겠다.
미국산, 호주산 쇠고기 수입 이후 한우 값이 폭락했다. 그 뒤를 이어 국제곡물가도 뛰며 소에게 먹일 사료 값도 급등했다. 2005년에 25kg 짜리 한포에 6천원 조금 넘던 배합사료가 이제는 1만3천원이 넘는다. 대부분 수입산인 배합사료를 먹이지 않으면 키워도 제값받기 힘드니 먹여야 한다. 그래서 농민들은 사료를 사기 위해 소를 내다판다. 소를 팔기위해 사료를 먹여야 하고 사료를 사기 위해 소를 내다파는 돌려막기이다. 그래도 대통령은 수입 쇠고기 싸게 먹도록 되었으니 세상이 좋아졌다고 한다. 정부대책은 싼 이자로 돈 빌려줄 테니 사료 사서 잘 키워보라고 한다. 사료 값은 오늘도 오른다. 국제투기자본이 IT로 몰려가 거품을 키운 뒤 무너뜨렸고, 다음은 서민주택으로 이동해 서브프라임모기지 금융위기를 불러일으키더니 단물만 빼먹고 석유로 옮겨가 기름값을 올리고 금값을 올리고 국제곡물가를 올리며 돌고 돈다. 이것을 소 키우는 대한민국 농민이 어쩌란 말인가?
지금까지 설명한 대로 개인의 선택이긴 했지만 돌려막기의 늪에 빠지게 된 것이 ‘나’ 때문만은 아니다. 도시 서민의 돌려막기도 소 키우는 농민의 돌려막기도 세상이 예전과 달라졌기 때문이다. 땀 흘려 일하고, 벌어서 예금하고, 예금을 기반으로 대출받아 투자하면 그것이 다시 돈을 벌거나 재산증식으로 이어지는 시대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소박하게 살려고 해도 그냥은 안 된다. 서민들이라도 투자해야할 돈은 늘어나고, 벌이는 줄어들고, 직장에선 일찍 밀려나는 시대이다. 개인은 빚이 늘고, 사회에는 거품이 늘고, 거품이 늘어나니 소비도 아껴봤자 거품이 끼어 규모가 커지기만 한다. 그렇게 무너지는 것을 우리는 뭐라 불러야 할까? 신자유주의 스타일이다. 시장에 세워져 있는 공공과 규제의 벽을 허물며 모든 걸 시장원리에 맡기고 돈이 자유롭게 오가게 하라는 것이 신자유주의의 요구이다. 그리고 자본은 그 혼란과 거품을 이용해 이익을 챙겨 튀어버린다. 이리되면 국가의 이익이 빠져나간 만큼 국가는 공공서비스를 줄여야 한다. 급하니 국가재산을 민영화로 팔아치우려 한다. 철도든 가스든 공항이든 공공부문 민영화는 결국 그 분야의 서비스 가격을 올려 서민 살림살이를 더 어렵게 만들 게 뻔하다. 큰 기업이 부실해져 공적자금으로 살려내면 그 돈만큼 재정이 빠져나갔으니 공공 서비스는 또 줄어든다. 정부 대책과 공공의 책임이던 것들이 모두 개인의 책임이 되는 사회, 공공서비스 가격과 물가는 오르는데 소득은 제자리인 사회, 당연히 빚이 늘어나고 돌려막아야 하는 것이다.
오빠는 신자유주의 스타일!!!
죽어라 아끼며 살고 있는 데 왜 이리 어려울까? 간단히 살펴보자. 빚처럼 여겨지지 않는 빚들이 있다. 자동차 할부금, 스마트폰 할부금, 마이너스 통장, 카드대금 ..... 모두 가계부채이다. 여러 개 들어놓은 보험도 빚이다. 애들 장래를 위해 취직 잘되라고 무리해 추진하는 스펙 쌓기, 조기유학, 해외연수도 빚이다. 내리지 않는 대학등록금도 곧 지게 될 빚이다. 비싸게 이용할 영리병원도 결국 우리가 질 빚이다. 그래도 와인과 커피는 마시면서 허덕이는 게 요즘 세태.
기업들도 돌려막기가 늘어나고 있다. 기업그룹에서 계열사 간 돌려막기가 늘고 있다는 통계가 나왔다. 금융감독원에 파악된 ‘특수관계인의 자금 대여 공시’ 건수가 바로 같은 그룹 계열사끼리 돌려 막아주는 규모인데 2011년 34건이던 것이 9월까지 98건, 188% 증가했다. 갈수록 가파르게 증가할 터이니 아마 지난해 3배 수준의 돌려막기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주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돌려막기는 이런 내이다. 수자원 공사가 4대강 사업할 돈을 끌어들이기 위해 대규모 채권을 발행했다. 피해갈 수 없는 채권상환 즉 빚 갚아야 할 날짜가 돌아오기 시작했다. 국토해양위원회 국감에서 지적된 채권규모는 내년도 7,083억원, 2014년 6,860억원, 2015년 6,788억원, 2016년 1조3,757억원, 2017년 9,232억원 .... 2017년까지 이자 포함 모두 4조3천7백억원에 이른다.
갚는 방법은 3가지이다.
1. 4대강 친수구역 개발사업으로 돈을 번다 - 기대하기 어렵다. 태풍과 장마에 다 쓸려가고, 강은 썩고, 보는 바닥이 파이고 .... 개발 전에 당장 들어갈 복구비용만도 엄청나다.
2. 정부의 금융비용 지원 - 정부가 돈이 어디 있다고? 재정이 말라가고 있어 공기업 민영화에 지분 매각 이야기가 수시로 등장하는 판국이다. 오죽하면 선거 투표시간 연장하려해도 초과수당, 야식비를 댈 수 없어 불가능하다는 것 아닌가.
3. 마지막이 돌려막기, 채권재발행이다. 그러나 이제부터의 채권은 지금까지의 채권과 다르다. 왜냐하면 4대강 사업비용 끌어 모을 때 수자원공사 부채비율은 19.6%, 4대강 사업 하고나서 지금은 부채비율이 무려 116.9%.이다 돌려막기 채권발행에는 고율의 이자를 붙여야만 한다. 도대체 이 빚은 얼마나 커질 것인가?
소 팔아 소먹이 사고, 나라 팔아 나라 살린다 - 신자유주의 스타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