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상욱 기자수첩[김현정의 뉴스쇼 2부]

[2012/11/09 금]젊은 노인, 끈질긴 청춘이 정치를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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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 선거는 오바마 대통령의 승리로 끝났다. 그런데 오바마는 미국을 바꿔 놓을 수 있을까? 어려워 보인다. 미국을 바꿀 수 있는 힘은 누구에게 있을까?
미국의 회색 거인, 전미퇴직자협회
미국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20대 청년층의 투표율이 낮은 것이 특징이다. 오바마는 2008년 “우리는 각자가 아니고 ‘우리’이다”라며 젊은이들의 가슴을 뛰게 만들었고 투표장으로 가게 만들었다. 오바마는 압승을 거뒀다.
그로부터 2년 뒤 벌어진 중간선거에서 오바마의 민주당은 참패했다. 왜 그랬을까? 정치보다 당장 먹고 사는 게 힘들어진 청년들이 투표장에 가질 않은 것이다. 왜 가지 않았을까? 오바마 정부가 계속해 전쟁에 국가재정을 쓰면서 교육예산은 늘지 않았고 청년실업은 해결되지 않아 청년들의 삶이 고단해지며 실망했기 때문이다.
역시 정치인들은 젊은이들 편이 아니야 ... 라는 자괴감들 젊은이들을 덮어버렸다.
할아버지들 편이다. 왜 할아버지들 편을 들까? 힘이 세니 그렇다. 얼마나 힘이 센가? 미국의 포츈(Forture)지가 미국의 권력자 서열을 꼽았는데 거기서 2위는 전미퇴직자협회(AART)의 사무총장이다. 직장을 그만 둔 나이 50세 이상의 고령자가 가입하는 미국퇴직자협회는 회원 수가 거의 4천만 명에 이른다. 미국최대의 이익단체이다. 별명이 ‘미국의 회색거인’이다. 미국의 정치인들 누구도 퇴직자협회를 무시하지 못한다. 퇴직자 협회는 막대한 재정을 바탕으로 로비스트를 고용해 미국의 정책을 움직인다. 절대 노인에게 불리한 법이나 정책이 만들어지지 못한다.
살아 있는 한 정년은 없다
미국에서는 나이가 얼마 이상 되었으니 직장에서 나가라는 정년퇴직 규정은 법에 어긋난다. 일부 직종에만 정년퇴직이 허용된다. 공식적인 정년퇴직이 없으니 직장인 평균퇴직연령이 65.8세이다. 유럽은 61.8세이고 우리나라는 53세이다. 미국에서는 공식적인 정년퇴직이 없다. 간호사라는 직업을 예로 들면 평균 연령은 45세~50세라고 알려져 있다. 60세 넘어 간호학을 공부해 취업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 병원도 싫어하지 않는다. 숙련된 간호사들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누가 노인들의 정년을 없애버렸을까? 바로 미국퇴직자협회이다. 퇴직자 협회는 1978년 “고용에 있어서 연령차별금지법”을 뜯어고쳐 ‘살아있는 한 정년 은 없다’로 바꿔 버렸다.
네 시작은 미약하나 나중은 창대하리라
1958년 고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 퇴직한 여교사가 건강보험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모든 국민이 가입해 조금씩 부담하고 혜택을 누리는 공적의료보험이 없다는 게 퇴직 후의 삶을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이었다. 결국 민간보험을 들어야하는데 민간보험은 비싸고 혜택도 광범위하지 않았다. 그래서 퇴직자건강보험조합을 만듭시다.....라며 사람들을 모은 것이 협회의 시작이다. 건강보험조합을 만들기 위해 모인 퇴직자들은 일자리를 떠난 고령자에 대해 사회가 어떤 편견을 갖고 있고 어떻게 차별하는지 인식하게 됐다. 또한 그런 문제들에 대해 어떤 문제제기도 하지 않고 자포자기 상태로 지내 온 자신들에 대해 반성도 했다.
건강보험사업은 성공적이었다. 개인이 민간보험을 들면 보험료가 비싸지만 공동으로 가입하면 보험료는 내려가고 혜택은 늘어난다. 회원들은 모여들었고, 대규모 회원이 모여들자 금융기관들이 자기네와 하자고 손을 내밀었다.
퇴직자협회는 고령자 여행사업을 추가했다. 이것 역시 대규모 인원이 고객인만큼 여행사들이 투어비용을 낮춘 질 좋은 여행상품들을 들고 찾아왔다. 다양한 노인우대 서비스 사업이 확대되어 갔고 회원은 늘어갔다.
1987년 2,600만명. 2003년 3,600만명 ..... 미국인구의 13%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이제는 직원이 1,800 명, 자원봉사자가 20만 명이다. 1년에 우리 돈으로 2만 원 정도의 회비만 내면 된다. 건강이나 세금문제, 재산관리, 주택, 취업알선 등등 언제든 상담해 준다. 그리고 값싸고 좋은 상품이 실린 회원용 잡지(모던 매추어리티, 워킹에이지)와 뉴스레터가 배달된다. 상품정보가 실린 2개의 회보는 발행부수가 2,200만. 뉴스레터는 4천만이다. 내용이 푸짐하고 알차니 미국인들은 이 회보들을 늘 뒤적인다. 기업들은 이 회보에 광고를 실으려고 애쓴다. 그래서 광고 수익은 연 7천만 달러에 이른다. 사업 매출액은 300억 달러 정도이다. 협회는 정치활동에 연간 예산의 10%를 사용한다. 정치토론모임을 통해 정부정책을 비판하고 퇴직자에게 유리하도록 정치권에 압력 넣는 것이 주된 정치활동이다. 지역별로 나눠 주의회, 하원, 상원을 압박하고 로비스트를 고용해 활동한다. 선거가 다가오면 회원들에게 관심 가는 공약들을 묻고 정리해서 후보자들과 인터뷰를 가진 뒤 회보에 싣는다. 노인들의 삶과 권리에 관한 내용들이라 신뢰와 집중도가 TV토론보다 높다. 선거 후에도 공약의 실천 경과와 결과가 추적취재를 통해 회보에 계속 실린다. 이것으로 노인들은 정치화 과정을 밟고 있는 것이고 선거 때면 뭉쳐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구경꾼에겐 그들만의 역사가 없다
뭉쳐서 거리로 쏟아져 나오면 힘이 된다. 조직력으로 뭉쳐도 정치적 힘을 갖는다. 불타는 청춘들만 혁명을 일으키는 게 아니고 젊은 노인들이 뭉쳐도 혁명이 가능하다. 그런데 왜 미국 정치인들은 불타는 청춘들에게 집중하지 않고 냉정한 노인들에게 집중했을까? 그것은 바로 투표 때문이다. 젊은이들은 거리로 뛰쳐나가 외친 결과가 바로 나오지 않으면 포기하고 중단하는 경향이 강하다. 불신과 자괴감, 냉소주의가 빨리 번진다. 젊으니까 기회가 많아서일까? 그러나 노인들은 포기하지 않는다. 끈질기게 관심을 갖고 투표를 한다. 그렇게 은발의 거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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