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상욱 기자수첩[김현정의 뉴스쇼 2부]

[2012/11/12 월]농업인의 날에 농촌은 없고 가래떡만 즐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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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1일 가래떡 데이다. 삐쩍 마른 과자를 먹어야 한다고 여기저기 길쭉한 과자들이 과대포장에 싸여 널려 있는 것보다는 국가 공식기념일인 농업인의 날도 알리고 우리 쌀의 소비도 늘리자는 취지에서 만든 것임은 모두 아는 일. 한자로 十 一 이라는 숫자를 합치면 흙 土가 되니 수확의 기쁨도 함께 나누고 농업이 국가의 근본임도 일깨우려는 취지이다.
그런데 주말 언론의 보도들을 살펴보니 가래떡 데이라고 정말 가래떡 데이 기사만 잔뜩 등장하고 농업과 농촌에 관한 기사는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넌센스라고 해야 할 지 추태라 부를 수준인지 모르겠다.
‘국무총리실이 가래떡 먹는다’, ‘기업체들이 이미지 홍보 차 가래떡을 돌린다’, ‘대학생들이 가래떡데이 행사를 하며 과자보다 우리쌀을 가까이하자고 캠페인을 벌인다’ ..... 이 날의 취지를 살리는 행사들 좋다. 그렇다고 그런 행사만 보도하고 농업발전과 농촌개선에 대해선 무관심하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렇다고 평소에 농촌과 농업에 대해 열심히 진지하게 보도를 해온 것도 아니다.
가래떡 데이에 정말 가래떡만 있다니 ....
우리 농어촌의 상황을 숫자로 잠깐 살펴보자. 60세 이상의 나이든 농어민 숫자는 88만3천명 (2011년 기준). 전국의 실업자가 80만 8천명. 나이 들어 농사일.뱃일이 힘들다고 농어촌 노인들이 일손을 놓으면 대한민국 실업자 수와 실업률은 곧 바로 2배로 뛰어오른다.
농촌도 정보화되고 아이디어를 잘 짜내면 소득을 크게 올릴 수 있다고 홍보한다. 그러나 농촌에서는 잘 사는 사람과 못 사는 사람의 격차가 도시보다 크게 벌어지고 있다. 2010년 농가소득 1분위 계층과 5분위 계층 간 소득격차는 12.1배에 달한다. 그러니 20대부터 40대까지의 청.장.중년 층이 농촌을 떠나고 농업 후계인력 확보가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농가소득이 불안하고 양극화로 대부분 농민이 가난에 찌들다 농촌을 떠날 경우 도시 소비자의 먹을거리 안전도 보장할 수 없다. 농촌의 문제는 농민 것이 아니다. 모두 하나로 묶여 있는 것이다.
농어촌 주민은 국민연금·국민건강보험·고용보험·산재보험·노인장기요양보험 등 사회보험에서도 도시에 비해 불이익을 받고 있다. 국민연금 미가입률이 44.4%이다. 도시주민의 28.5%보다 훨씬 높다. 연금 가입기간도 짧고 연금액이 적어 노후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국민건강보험도 본인 부담 비중이 50% 이상에 이르고 있다. 보장성이 대단히 취약하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역시 제도 운영에서 농어촌의 특수성이 반영되지 못해 빈곤 인구는 많은데 기초생활보장을 받는 사람은 비율로 따져 도시보다 매우 적다.
몰라서 못하나? 최소한의 성의 문제다.
이런 내용 모두 국회농어촌 발전 포럼에서 함께 모여 이야기 나눈 것이다. 몰라서 못할 게 아니다. 국회 농어촌 발전 포럼의 경우는 농업과 농촌에 애정이 많은 새누리당 국회의원 20명이 만들었다. 여당 의원 20명이면 웬만한 정책은 이룰 수 있다. 과연 대선용인지 아닌지 지켜 볼 참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유권자 희망공약 모음집’을 18대 대선 후보들에게 전달했다. 이 가운데서 농촌 농업 관련 희망사항들을 살펴보자.
1. 마을별 협동조합을 살려내 역할을 더 키워야 한다. 이를 통해 농산물 직거래센터를 크게 늘려 복잡한 유통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유통과정이 불합리하기 때문에 농민도 소비자도 자신의 권리를 찾지 못한다. 또 공무원 복지포인트의 일부를 전통시장 상품권으로 돌려 지역농산물을 소비시켜야 한다.
2. 농번기엔 아가.아이들을 맡길 탁아시설을 늘려주어야 한다. 보건지소를 활용하든 초등학교의 병설유치원을 활용하든 농번기만이라도 탁아 프로그램이 확대되어야 한다는 요구.
3. 사회적 일자리를 마련하겠다면 시설을 준비한 뒤 기간제 도우미를 농촌에 배치해주면 좋겠다.
4. 나이 든 농민들은 차를 타면 5분 걸릴 거리의 병원을 차비를 아끼려 걷다 쉬다 10번, 20번 반복하면서 다녀온다. 무료셔틀 버스를 마련할 방안은 없을까?
5. 농촌지역에 보건소는 있지만 정작 부족한 건 산부인과이다.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고 아가와 엄마 모두 건강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
6. 농작물재해보험을 개선하고 홍보도 더 해야 한다. 태풍으로 참다래 나무의 잎이 죄다 떨어지고 잎이 없어 햇볕으로 광합성을 못하니 과실은 쪼그라들어 피해가 막심하다. 그런데 참다래 열매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재해보험은 땅에 떨어진 과실에만 해당된다. 농작물재해보험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 못하는 대표적인 예. 수확량에 대한 보장이지 품질에 대한 보장이 아니라는 것인데 말라비틀어진 열매가 나무에 붙어 있어봐야 무슨 소득이 되겠는가.
7. 농.어.산촌 모두 다문화 가정이 많다. 이에 대한 대책도 당연히 세심하게 배려해야 한다.
대통령 후보에게 원하는 농민들의 목소리이다. 마지막 대목에 등장하는 다문화 가정 문제를 살피자면 다문화가정이 비정상적으로 많아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공장에선 일손 없다 사람들은 일자리 없다, 도시에 사람이 넘치고 농촌은 비고, 결혼을 위해 해외에 원정소개팅을 나가는 현실은 비정상이다. 그것은 농촌의 피폐를 드러내 보이는 현상들이다. 농업과 농촌의 주거환경을 살려 이농을 막고 귀농을 늘리고 농촌 지역 학교도 지원해 아이들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후보들은 인구 많은 도시만 돌지 말고 어서 어서 농촌으로 가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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