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가 새 학생회관을 짓는다. 오는 2014년에 짓는데 총학생회는 남녀 공용 휴게실 외에 여성용 휴게실을 추가로 만들겠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일부 남학생들은 지금도 캠퍼스에 침대와 소파 등이 갖춰진 여성 전용 휴게실이 두 곳이나 있는데 여성 전용을 또 만든다면 남성전용 휴게실은 언제 생기는 거냐며 반발하고 있다고.
여학생 측에서는 공용휴게실을 만들면 남성주의적이 되어 버려 여성전용이 따로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자 남학생들은 동료 남학생 다수를 구제불능으로 바라보는 듯한 시각이라며 되려 지나치게 여성주의적이 아니냐고 따진다. 논란은 커졌다. 가능할 지 모르나 셋 다 만들면 된다.
남녀 대학생들의 논쟁을 읽어가다 보니 이쯤에서 야권 대선후보들의 단일화가 묘하게 겹친다. 당으로 한데 모이면 구태정치에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 판이 되지 정치쇄신이 안 된다는 주장과 정권교체의 뜻을 함께하면 뭉쳐야 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갈라져 접점을 찾아가고 있으나 불안하다.
NO! - 절반의 지배, 절반의 복종
서강대 남학생들의 차별금지 촉구에서 남성해방운동을 잠깐 생각해 보자. 사회의 여성차별이 남성도 억압하고 있다는 자각에서 이를 극복하려는 남성들의 운동이다. 1969년 미국 뉴욕에서 열린 남성 의식화 모임에서 시작되어 백인 중산층 젊은 남성들이 주축이 됐다. 1970년대에 캘리포니아 주 버클리에서 “인류의 절반은 지배하고 절반은 복종하는 상황은 자유롭지 못하다”는 선언을 [리버레이션 Liberation]지에 실으며 본격화되었다.
남성해방운동 안에는 크게 2가지 흐름이 있다.
첫째, 여성해방운동을 지지하고 평등한 사회를 추구.
둘째, 남성다와야 한다는 강박에서 남성을 해방.
왜 여자만 강력하게 평등을 주장하는 과정에서 남성이 역차별 받느냐, 남성답게 뭐든 너그러이 양보해야 한다는 강박감 때문에 남성들만 손해를 보는 것 아니냐는 휴게실을 둘러싼 남학생들의 주장은 위의 남성해방선언에서 두 번째 범주에 속하는 것으로 보인다.
공평은 지상과제가 아니라 방법일 뿐.
학생들이 이번 기회를 권리다툼에서 끝내버리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남학생 여학생들이 남녀 서로의 문제에 대해 가져 온 통념이나 지식, 느낌, 생각, 논점 등을 확실히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왜 공용휴게실이 남녀의 평화롭고 따뜻한 공간이 되지 못했는지도 반성해 보자. 여학생 전용 휴게실이 여럿 필요할 수밖에 없는 여성의 특수한 상황들은 없는걸까? 남성들도 자신들만의 공간 하나쯤은 있어야 하는데 여성전용부터 몇 개 만든 후에 해야 옳은가? 커다란 공간으로 공용 휴게실이 있고 그 안에 남녀 전용을 모두 넣어 모두의 공간이자 서로의 공간으로 조화를 이루면 안 될까?
휴게실이 아니라 화장실은 어떤가? 여성 화장실 숫자는 모자랄 수밖에 없는데 ..... 이런 생산적이고 인간적인 논의들이 이뤄지길 바란다. 그게 배움의 현장이다.
어찌 보면 한 편인데 각자의 소집단에게 유리한 걸 얻기 위해 목표를 정하고 협상하는 두 개의 상황, 단일화와 전용 휴게실.
남녀 대학생들이나 단일화 협상이나 마찬가지인 것은 성사시키려 한다면 맨 처음 튀어 나오는
* 자기방어적인 공격성을 자제해야 한다.
* 아무리 사소하다해도 흑백을 확실히 가려내자, 아닌 건 아닌 거야 그렇게 못 해라는 지엽에 집착하는 태도는 불합리하다.
* 억울한 느낌, 손해 본 느낌, 분노만 키우고 상대의 차이,합리성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는 파괴적이다.
* 싸움을 해결하는 포인트는 비난을 위한 비난, 이기기 위한 공격을 자제하는 것.
* 의견의 차이점만을 확실하게 짚어낸 뒤 성실하게 대안과 해결책을 찾아가야 한다.
* 서로의 주장에 객관적이 되어야 하고 마음으로 상대를 경청하고
과잉반응을 피하고 ..... 모두 학창 시절에 배워야, 배웠어야 할 것들이다.
공평? 그것은 정치인 당신들의 권리가 아니다
남녀에게 공평해야하는 건 맞다. 그러나 공평이 목표는 아니다. 당장 산술적으로 똑같기도 어렵다. 무엇을 하려는 것이고 그걸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 건지 큰 줄기를 놓치면 곤란하다.
문재인.안철수 후보 양측이 공평을 주장하는 건 옳다. 그러나 공평은 그들의 절대 권리가 아니다. 천부의 인권도 헌법적 기본권도 아니다. 가장 우위에 있는 건 자기들끼리의 산술적 공평이 아니라 자신들이 선언한 국민 뜻에 대한 순명이다. 정치인 당신들과 국민 사이는 공평한가? 국민의 뜻은 차별당하고 있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