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상욱 기자수첩[김현정의 뉴스쇼 2부]

[2012/12/11 화]언론의 침묵은 당연히 거짓이자 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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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서울 광화문에서는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집중유세가 잇달아 열렸다. 하나의 장소에 두 후보의 유세가 겹침으로써 자존심을 건 세 대결로 관심을 모았고 서로 자기네가 더 많은 지지자를 모았다고 주장하며 힘을 겨루기도 했다.
세종대왕이 인파에 깔리셨어?
그런데 누리꾼 중 누군가가 다음 아고라 경제토론방에 “속보 박근혜 유세현장 구름인파!! 10만 운집@@@@”이란 제목으로 사진 한 장을 올렸다. 그 사진은 박근혜 후보의 광화문 유세 현장을 찍은 뉴스통신사 뉴스1의 사진이다. 그 때 같은 시각에 찍은 다른 사진을 보면 세종대왕 동상 뒤로는 사람들이 없고 텅 비어 있는데 이 문제의 사진에는 세종대왕 동상 뒤로 사람들이 빼곡히 채워져 있다. 그런데 정면에서 바라 볼 때 세종대왕의 왼쪽 어깨가 지지군중 사진에 덮혀 사라져 버린 것을 볼 수 있다. 이 사진은 SNS를 통해 순식간에 번져 나갔고, 사진조작에 대한 비난이 빗발쳤다. 원본 사진의 저작권자인 ‘뉴스1’ 측도 당혹해하며 사진팀에서 최초 게시자, 문제의 누리꾼을 찾아 나섰다.
사진 조작이란 - “사진을 촬영한 후에 사진 안에서 불필요한 요소를 지우거나 필요한 것을 덧붙이고 재배치하는 것”을 의미한다. 디지털 카메라에서는 아주 다양한 사진조작 방법이 있어 하나의 원본 사진으로 여러 가지 연출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인터넷이나 SNS에 뜬 사진을 눈에 보이는 그대로 믿어버리면 얼마든지 속을 수 있다. 그러나 사진이 조작이라는 것을 완벽하게 감추기는 어렵다. 디지털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면 3가지의 시각이 기록으로 남게 된다고 한다.
1. 데이트 타임 - 카메라 디바이스 내에서 사진 파일이 만들어진 시각
2. 테이트 타임 오리지널 - 사진이 촬영된 시각
3. 데이트 타임 디지털라이즈드 - 사진이 디지털 이미지로 처리된 시각
이 3가지 시각이 일치해야 조작 없는 오리지널로 볼 수 있다. 그런데 디지털로 찍힌 사진의 데이터를 조작하면 여기에 수정한 날짜 시각이 더해진다. 시각까지 조작하려면 파일시스템 메타 데이터 시간 값, 파일시스템 레벨의 도구 사용, 프리패치 흔적의 삭제 등등 어렵고 복잡한 작업이 이어져 완벽한 조작은 어렵다 한다. 문제는 일반 누리꾼이나 시청자, 독자들은 아주 간단한 사진조작에도 쉽게 속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신문을 볼 때는 하나만 보지 말고 서로 다른 둘 이상을, 방송뉴스는 신문기사와 비교해, 인터넷에 뜬 소식도 성격이 다른 인터넷 언론을 복수로 접하거나 미디어비평전문 언론을 참고하면 오해와 오류를 피해갈 수 있다.
그 땐 잡아먹을 듯 달려들고 이제는 코만 후벼?
그런데 문제는 조작과 왜곡보도를 잡아내고 싶어도 낼 수 없도록 보도 자체를 안 하는 왜곡 보도는 어쩔 것인가?
최근 KBS, MBC, SBS 지상파 방송사 시사프로그램에서 대선 관련 이슈가 자취를 감춰버렸다고 한국기자협회보는 분석한다. 기자협회보 분석으로는 지난 11월1일부터 12월4일까지 지상파 방송 3사 시사프로그램의 대선 관련 보도를 점검한 결과, 2007년에 비해서도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상파 방송 3사를 합쳐 대선 관련 프로그램은 6꼭지뿐이었다. 한 달 더 얹어 10월까지 거슬러 올라가도 2꼭지 더해 8꼭지뿐이다. 지난 2007년 12월 대선 때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분석한 대선관련 시사 프로그램 방송 실적은 KBS ‘생방송 시사투나잇’은 총 21회 방송에서 매일 대선 관련 이슈를 다뤘고 ‘미디어포커스’와 ‘취재파일4321’도 3~4차례 대선 관련 보도를 내보냈다. MBC ‘PD수첩’과 ‘시사매거진2580’도 총 5회 방송에서 대선 보도가 3회로 나타나 있다. 이명박 후보의 BBK 의혹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선거법 개정의 필요성이나 여론조사의 함정 등을 파헤치고 후보자의 도덕성을 집요하게 검증했다. 시사프로그램의 ‘집단 침묵’ 현상은 이번 대선만이 아니고 지난 4월 총선에서도 마찬가지였다는 게 기자협회보의 분석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KBS와 MBC 등에서 자행된 시사프로그램 폐지와 축소, 관련 부서의 해체 작업이 대선 국면에서 전대미문의 의제 실종 사태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기자수첩에서는 과거의 흔적 하나를 찾아봤다. 1996년 4.11 총선 때의 방송보도이다. 4월 11일이 선거일인데 4월2일부터 북한 관련 보도가 본격화되었다. MBC는 ‘북한 김정일 우상화 작업’, ‘4월에서 7월이 북한 도발 위험한 시기’, ‘최근 도발하겠다는 발언이 북한 군부의 본심’, KBS는 ‘전쟁전야 긴장위협’, ‘북한 전면붕괴 불가피’, SBS는 ‘북한군이 궐기할 것’, ‘붕괴양상 관심 집중’, ‘시민들 경각심 높여야’ ... 등등의 이미 쓴 기사들을 리바이벌로 내놓았다. 오죽하면 전쟁의 상품화라는 비난을 들었을까? K, M, S 합쳐서 4월2일부터 9일까지 무려 143 꼭지의 북한위험 보도가 방송됐다. (K47, S 59, M 36).
그런데 그렇게 열심히 뛰던 방송이 이제는 코만 후비고 있다. 자기들 무덤 파여 가는 것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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