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상욱 기자수첩[김현정의 뉴스쇼 2부]

[2013/01/04 금]오류에 오염된 개표부정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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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개표에 대대적인 부정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후로 재검표 수개표 청원운동이 벌어지는 중이다. 그런가 하면 선거개표에 문제가 있다는 내용처럼 이야기를 시작하다가 다소 황당한 정보를 섞어 넣기도 한다. 선거부정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황당한 사람들이라 여기게끔 하려는 역공작처럼 보이는 장면이다. 이런 혼란 속에서 위험한 주장과 소문들이 번져가고 있다.
선거부정과 관련해 떠도는 내용 중 상당수는 사실적 근거 없이 막연한 가정이나 거친 추론에 입각해 주장하는 내용들이 많다. ‘5.16 군사쿠데타를 기리는 뜻으로 지지율 51.6%에 맞춰놓고 했다’, ‘방송사 예측조사 자료와 선관위 자료를 비교하면 호남은 오차가 적고 영남은 크다. 호남 쪽은 개표조작이 어려워 그런 거 아니냐, 영남은 쉬웠으니 조작이 많았던 거 아니냐’, ‘사퇴한 안철수 후보가 선거 당일 부랴부랴 미국으로 떠난 게 개표조작으로 이길 수 없음을 알고 떠난 것 아니냐’ ... 이런 것들은 누가 읽어도 황당한 주장들.
가장 논란이 된 것 중 하나는 방송에 등장하는 시간에 따른 개표곡선이 너무 매끄러운 것이 조작가공되었기 때문 아니냐 하는 이야기이다. 로지스틱 함수와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 등에 의한 선거개표의 조작설이다. 그러나 통계와 수학에 전문지식이 있는 사람들은 대통령선거 개표가 끝난 뒤에 역으로 추정한 순환논증의 오류라고 지적한다.
(이상의 내용들은 한겨레신문 “부정선거 의혹 5가지 검증해 보니...”에 상당부분 양측의 내용이 정리되어 있다. 로지스틱 분석에 관한 찬반자료는 오늘의 유머 카페의 ‘그루터기 추억의 로지스틱 분석은 왜 틀렸는가’ 등의 글과 댓글들을 참조할 수 있다)
일반화 오류, 면역의 오류, 양자택일의 오류
기술적이고 학술적인 부분을 빼고 우리 사회에서 일고 있는 대선 이후 개표 부정 논란에서 벌어지는 논리적 오류들만 지적해 보자.
1.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어떤 개표 현장에서 의혹이 있었다면 의혹을 밝혀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이것을 의혹이 있었으니 불법부당한 것이고, 불법부당했으니 이번 선거는 부정선거이고, 부정선거라면 이번 선거는 당연히 무효라고 주장하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이다.
2. 오류의 면역성
어쩌면 가장 우려되는 것이기도 하다. 간단히 이야기하면 “그 인간들이야 당연히 그렇게 둘러대겠지” 하는 것이다. 어느 것이 옳고 그른지 함께 사실 자료를 모아 검증해 나가야 하는데 한쪽에서는 ‘저 사람들은 맨날 저렇게 들고 나오지’라고 국가 기강을 뒤흔드는 세력이라고 몰아 부친다. 그 반대쪽에서는 선거부정 사태를 조사하고 수습할 책임 있는 공기관인 선거관리위원회를 두고 “거기야 뻔하지, 한통속이잖아”로 몰아간다. 해결의 길이 없는 것이다.
자기 생각과 다른 것들에 대해선 일찌감치 문을 닫아 버리거나 거짓말쟁이들이라고 치부해 버리는 것 - 자기가 믿고 있는 것이 다치지 않도록 무너지지 않도록 면역력 내지는 저항력을 키워나가려다 생기는 오류이다.
3. 양자택일의 오류
간단하고 힘 있게 먹히기도 하지만 오류인 경우가 허다하다. 간단히 이야기해 당신은 선거부정 개표부정에 찬성하느냐 아니냐로 사람을 니 편 내 편 가려내는 것이다. 이것 아니면 반드시 저것이어야 하나 .... 그 중간에 살피고 타협할 여지는 없는가? 이 오류와 관련해 가장 유명한 일화를 남긴 사람이 19세기 영국의 시인 바이런이다. 한참 잘 나가던 바이런은 가정불화 등의 문제로 여론의 비난을 받는 처지가 됐다. 견디기 힘들었던 바이런은 멀리 떠나기로 결심한다. 결코 영국으로 돌아오지 않겠노라며 바이런은 이런 말을 남긴다. “나를 비난하는 여론이 옳다고 치자, 그럼 나는 이 나라에 맞지 않는 인간이다. 반대로 비난 여론이 틀리다고 치자, 그럼 이 나라가 나에게 맞지 않는 거다. 그러니 나는 떠나고 돌아오지 않는다”
타협의 여지가 없다. 이래도 이별이고 저래도 이별이다. 이것을 분리선언의 오류라고 부른다. 현대에 접어들어 극단적 이분법의 오류는 미국의 부시 대통령에게서 찾는다. 9.11 테러 이후 이슬람 국가들을 공격하며 미국과 함께 그 나라를 제재하지 않으면 미국의 적으로 간주했다. 왜 중간이나 양비양시나 신중한 판단은 존재할 수 없는 걸까? 이런 양자택일과 극단의 이분법은 멘붕에 빠졌다는 야권 지지층을 더 조각낼 수도 있는 변수이기도 하다.
선거 개표과정서 문제가 있다면 투표소와 개표소에 참관인을 내보낸 정당들이 자체 조사를 통해 증거자료를 모으고 정리한 뒤 고소고발이나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신속히 처리해야 한다. 또 면밀한 검토나 확신 없이 국가의 선거가 총체적 부정이었다고 주장하는 것도 대단히 심각한 사안이다. 인터넷이나 SNS를 통해 무작정 퍼 나르는 것도 신중하게 따지고 생각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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