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상욱 기자수첩[김현정의 뉴스쇼 2부]

[2013/01/18 금]집은 인권이다, 용산은 계속되고 있다


Listen Later

용산 참사 4주기를 맞았다. 용산 남일당 현장 .... 그 곳엔 뭐가 남아있을까? 세입자에서 졸지에 철거민이 된 사람들을 부랑자로 테러리스트로 내몰아 쫓아내고 멋진 신도시를 세우겠다고 했다. 4년이 지난 지금 재개발은 시작도 못했다. 달랑 이거 하려고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단 말인가?
달랑 이거 .... 이러려고 ...?
용산 4주기를 맞아 주목 받는 다른 마을들을 찾아가 보자.
서울 중구 순화동 도시환경정비사업지구, 7년 전인 2005년부터 재개발이 시작되었다. 그렇다면 지금쯤은 뉴타운이 들어섰어야하지만 재개발조합 비리로 사업은 중단됐고 마을 터는 황량한 벌판도 아니고 그냥 버려진 공터이다. 제설장비 차량들이 주차장으로 사용한다. 경찰청, 서울역, 서울시청, 서대문역이 빙 둘러 있어 식당자리로는 최고여서 식당들이 빼곡히 들어찼던 곳이었다. 그 식당들을 꾸려가던 가족들은 용역철거반원들의 행패에 떠밀려 모두 쫓겨났다. 가난하지만 단란하게 행복을 쌓아가던 사람들을 내쫓고 7년 동안 이룬 것이 달랑 폐허이다.
경기도 고양시 덕이 마을은 가구단지로 유명했던 곳이다. 역시 재개발이 진행됐다. 그러나 아파트 입주율은 30퍼센트 정도. 주위에서는 썰렁한 이곳을 ‘유령 마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땅 주인들은 가구매장을 운영하던 주민들에게 아무 논의조차 없이 재개발업체에게 땅을 넘겼고 주민들은 재개발로 땅이 넘어가는 것조차 모르고 2년여를 보내다 날벼락을 맞았다. 어쩌면 사기를 당한 셈이지만 위협당하고 얻어맞은 건 주민들이었다. 오갈데 없는 가족들이 천막을 치고 살았고, 가족과 아이들을 지키려 철거반원에 맞서 싸우다 감옥도 드나들고 삶은 그렇게 무너져 갔다.
경기도 김포 신곡마을. 농지에서 공장지대로 바뀌었다가 지금은 폐허이다. 2006년 재개발 바람이 불어 땅값이 치솟고 건설회사들이 재개발 한다고 덤벼들었다. 땅 주인들은 뛰어오르는 땅값에 이득을 챙겨 떠났고 오갈데 없는 세입자들은 용역들에게 시달려야했다. 재개발이 시작되자 가장 먼저 끊어진 것은 마을버스였다. 당국의 행정도 끊겨 치안도 사라지고 폐허가 되어갔다. 이제는 이곳에 살지 말라는 것이다. 쓰레기 수거가 끊기며 마을이 쓰레기로 덮히고 전기가 끊기고 상수도가 끊겼다. 가난한 사람들의 희망은 그렇게 끊겨 나갔다. 갈 곳 없는 세입자들 일부는 아직도 이 마을에 산다. 떠난 사람들은 어디로 갔을까? 어느 아파트 단지에 들어갔을 리는 없다. 어느 철거지역에 가 또 철거를 당하며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집은 인권이다
사람들은 용산참사 이야기를 들으며 말한다. 아직도 그 용산을 붙잡고 늘어지느냐고 ..... ‘그 용산을 아직도 .....’가 아니라 ‘그 용산은 지금도’ 전국 곳곳에서 상처가 썩어 가고 있다.
땅과 집을 투기와 금전적 이득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탐욕스런 자본 이데올로기와 그 이데올로기에 푹 젖은 사람들 때문이다. 그것들에 의해 아파트 단지는 건축 되는지 모르지만 서민의 삶은 무너져 내리고 있다.
철거는 집을 부수는 것이 아니다. 사는 곳이 일정치 않고 쫓겨나면 취업도 힘들어진다. 취업이 힘들어지면 그 다음은 수렁에 빠진 삶이 남고 친구들과 함께 걷다 낙오돼 좌절하는 아이들만 남는다.
가난한 사람들이 가난하게라도 몸을 누이고 살 권리는 우리 사회에서 어느 만큼의 가치를 갖는 걸까? 서민들의 주거권은 사유재산의 이득창출에 비할 수 없는 가치를 지녔다. 개발이란 일구고 가꾸어 발전시킨다는 뜻 아닌가? 그렇다면 이득창출로 몇 사람의 배를 불려주기보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인권.행복권을 목적으로 삼아야 한다. 갈 곳이 없어 매달리는 사람을 두들겨 패고 추운 겨울에 쫓아내는 것은 법으로 금해야 한다. 어딘가에 간신히 몸을 누일 수 있게 재정착의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폭력으로 내쫓는 철거과정은 법으로 엄히 처벌해야 한다. 추운 겨울 내모는 동절기 강제철거는 금지돼야 한다. 폭력적인 강제퇴거를 금지하는 법을 속히 만들어야 한다. 새 정부는 참사의 진실 규명과 책임자 조치, 희생자 명예회복, 구속 철거민의 사면을 통해 화해와 화합을 이뤄야 한다.
용산 참사에서 숨진 철거민 다섯 명의 미망인과 유가족은 어디에 있을까? 거리에 있다. 거리 아니면 어디로 가겠는가? 차가운 대한문 농성장에서 겨울을 나고 있다. 가족들은 말한다. 힘을 냅시다, 그래도 우리는 살아 있잖아 ... 이게 대한민국의 모습인가? 국민 입에서 ‘그래도 살아는 있으니까 .....’라는 말이 나오는 게 대한민국의 국격이고 화합인가?
경기 고양시 덕이 마을 한쪽에 천막이 서 있고 현수막 하나가 걸려있다. ‘집은 인권이다. 철거민도 사람이다. 인간답게 살고 싶다’
...more
View all episodesView all episodes
Download on the App Store

변상욱 기자수첩[김현정의 뉴스쇼 2부]By CBS

  • 4.9
  • 4.9
  • 4.9
  • 4.9
  • 4.9

4.9

40 ratings


More shows like 변상욱 기자수첩[김현정의 뉴스쇼 2부]

View all
배미향의 저녁스케치 by CBS

배미향의 저녁스케치

3 Listeners

CBS 김현정의 뉴스쇼 by CBS

CBS 김현정의 뉴스쇼

186 Listeners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by CBS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38 Listeners

아름다운 당신에게 강석우입니다. by CBS

아름다운 당신에게 강석우입니다.

3 Listeners

FM POPS 한동준 입니다 by CBS

FM POPS 한동준 입니다

0 Listeners

새롭게 하소서 by CBS

새롭게 하소서

7 Listeners

정다운의 뉴스톡 530 by CBS

정다운의 뉴스톡 530

7 Listeners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by 세바시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50 Listeners

세바시 청년 by CBS

세바시 청년

1 Listen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