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상욱 기자수첩[김현정의 뉴스쇼 2부]

[2013/02/19 화]권력자는 왜 헛발질만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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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라디오주례연설이 모두 끝났다. 이명박 대통령의 라디오 주례연설의 청취율은 얼마나 될까? 모른다. 대통령 주례연설을 청취율로 평가하는 것이 예우가 아니라고 해서 조사를 실시하지 않았다. 미국도 대통령 라디오주례연설은 청취율을 조사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한국과 미국이 같다고 볼 수는 없다.
청취율을 알 수 없는 대통령 라디오 연설
미국에서는 1만 4천여 개의 라디오 방송국이 있다. 이 가운데 대통령 주례연설을 방송으로 내보내는 곳이 얼마나 되는지 조사한 적이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어느 방송이 내고 안 내고 내부의 누가 지지하고 반대하는지 뻔히 들여다보인다. 그래서 이명박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은 공영방송사의 간부 인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2010년 가을 KBS 정기인사에서 이명박 대통령 라디오 주례연설 강행 때 적극적으로 저항했던 시니어급 K 피디는 지방으로 발령 났다. 그러나 초지일관 대통령 주례연설을 제작해 온 L 피디는 부장으로 ‘고속 승진’했다. 공채 19기인데 15기, 16기와 어깨를 나란히 했던 것. 이례적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대통령 연설을 맡아 청와대를 드나드는데 그 정도면 상식적인 수준이라 해야 할까?
이명박 대통령은 마지막 라디오 주례 연설에서 “정치의 시대를 넘어 일하는 시대를 열었다. 권력자가 아니라 일꾼이 되고자 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또 “우리는 전대미문의 글로벌 경제위기를 세계에서 가장 잘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 어느 정부보다도 복지를 많이 늘리고 서민의 삶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생각한다 ..... 대한민국의 가장 행복한 일꾼이었다.”고 회고했다. 과연 그럴까?
일터에서 쫓겨난 노동자와 불길 속에서 숨져간 용산참사 세입자들, 경제위기 에 거리로 내몰리는 서민들은 행복한 일꾼이 아니다. 수지 균형을 맞추기 위해 고환율 정책을 고수했고, 그 탓에 물가 상승과 내수부진은 깊어졌다. 수출 대기업만 혜택을 봤고 대기업.중소기업 동반성장 구호는 간 곳이 없다. 서민의 삶을 따뜻하게 만든 정책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쉽사리 이해가 가지 않는다. 녹색성장이 가장 힘차게 외친 구호였다. 4대강 사업이 녹색성장일까? 감사원이 4대강 사업의 부실을 심각하다 지적하고 있다. 새로운 성장동력이라는 핵발전 수출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로 이야기 꺼내기가 머쓱해졌다. 남북관계는 여전히 악화일로이고 일본은 한국을 무시한 채 우경화로 치달으며 국수주의마저 강해지고 있다. 대통령의 친형과 멘토, 측근들이 줄줄이 감옥에 갔다.
권력자는 왜 삽질을 하는 걸까?
그래도 대통령은 자기가 정말 잘해냈다고 철석같이 믿는다. 왜 그럴까요? 사회심리학적으로 따져 보자.
1. 자기과신 효과.
미국의 한 비즈니스 심리연구에서 대학생들에게 논문 주제와 설계를 제시하고 이 정도 수준의 논문을 쓰는 데 얼마나 걸리겠냐고 물었더니 평균 34일이란 대답이 나왔다. 정작 시켜보니 평균 56일 걸렸다. 과제가 어려울수록 허풍을 늘어놓는 경향도 더 커지는 현상을 보였다. 권력자가 되거나 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르면 자신의 성공가능성을 비판적으로 점검하지 않고 정책을 밀어붙이는 경향이 강해진다고 한다. 지금까지 성공해 온 것은 자신의 머리와 추진력 덕분이라고 착각하기 때문이라는 것.
2. 페이싱 효과
자신이 말을 많이 하면 할수록 의미 있는 만남이었고 상대방과 소통이 잘 되었다고 착각하는 상태를 가리킨다. 자기가 말을 많이 해 만족스러우면 당연히 상대는 말도 못하고 듣기만 해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게 상식인데 이를 간파하지 못하고 착각하는 현상. 그러니 측근에게 둘러쌓여 칭찬에 익숙한 권력자는 소통이 안되고 자기 생각만 주장하며 실수를 거듭한다.
3. 쿠키 테스트
미국 스탠포드대 연구에서 대학생들에게 토론을 시켜놓고 그 중에 한 명을 리더로 지목했다. 리더에게는 누가 토론을 잘하고 못했나 판정하는 강력한 권한을 주었다. 자유롭게 먹을 거 먹으며 토론하라고 과자를 접시에 담아 두었는데 가장 많이 먹은 사람은 역시 판결권을 가진 리더였다. 실컷 먹고 부스러기도 마구 흘리고, 트림도 하며 거들먹거리고 .... 리더가 되기 전과 비교해 태도가 완전히 달라지는 현상을 보였다.
연구진은 권력을 주면 3가지 변화가 발생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1. 자기가 하고 싶었던 것에 집중한다.
2. 아래 사람들이 원하는 것에 둔감해진다.
3. 자신과 측근들은 규율을 지키지 않아도 다른 사람들은 모두 잘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지도자가 권력을 쥐면 빠지는 심리적 함정들이다. 지도자는 지혜와 통찰력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하루 아침에 과외공부로 되는 것은 아니니 그걸 가진 사람들에게 귀를 기울이면 된다. 그게 어려우면 민심을 살피고 좇으면 된다. 그러나 그것은 자신이 그리 현명한 건 아니라는 엄정한 주제파악이 이뤄져야 시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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