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상욱 기자수첩[김현정의 뉴스쇼 2부]

[2013/02/26 화]우리는 왜 죽어라 싸울까? - 유권자의 정치 과소비.


Listen Later

2013년에 새로운 트렌드가 될 인류 종족의 이름은 무얼까? 새로운 종족 2 가지를 소개한다.
1. BYOD (Bring Your Own Device)족.
사람마다 자신의 모바일 기기를 늘 품에 지니고 생활한다. 그러다보니 지금이 업무시간인지 개인의 일상생활인지 경계가 흐릿해져버린다. 자기 스마트폰과 노트북, 스마트패드로 시도 때도 없이 회사 일을 한다. 이런 직장인들을 비오드족이라 부른다. 최근 직장인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중 집에서 회사 일 하는 사람이 55%, 주말에도 회사 업무를 처리하는 사람이 52%, 개인 모바일 기기를 갖고 출근하는 사람은 93%, 사무실 밖에서 자기 모바일 기기로 업무처리하는 사람은 89%로 나타났다. 이걸 이용해 광고에서는 노트북이나 스마트 패드로 무장하고 여기 저기 뛰어다니며 혹은 자기 집 거실 소파에서 업무처리하는 사람이 멋쟁이 프로인 것처럼 광고를 쏟아 붓는다. 소비자들은 여기에 속아 새로운 제품이 나올 때마다 사서 쓴다. 최근 1년 사이에 자기 모바일 기기를 새로 사거나 바꾼 사람이 89%라고 조사됐다. 그리고 우리나라 직장인이 갖고 있는 개인용 모바일 기기는 평균 2.4개나 된다. 문제는 회사 기기, 개인 기기 구분하는 것보다 자기 것으로 일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고 스트레스도 덜 받는다는 점이다.
2. 쇼루밍(Showrooming)족
백화점을 빙빙 돌고, 이것 저것 들추고, 입어보고나서 구입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한다면 이런 사람들이 ‘쇼루밍(Showrooming)족’이다. 전 세계 유통 시장의 핵심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IBM이 최근 전 세계 2만 6000여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2013년 전 세계 소비자 쇼핑 행동’을 조사했더니 전체 온라인 판매에서 쇼루밍족이 절반이었다. 쇼루밍 스타일의 소비층은 경제력이 높은 20~30대 남성이 많았고 국가별로는 중국, 인도, 미국 순으로 쇼루밍 스타일의 구매 비중이 높았다.
오프라인 구입과 온라인 구입 사이에 걸친 과도기적 행태라고 보여진다. 이럴 때 파는 입장에선 온라인 오프라인을 원스톱 서비스로 실시해야 한다. 오프로 매장에 오신 손님을 온라인으로 바로 모셔 그 자리에서 팔아야한다. 디지털 모바일 기기에 익숙한 직원을 매장에 배치해 물건을 둘러 본 소비자를 곧바로 웹사이트, 모바일로 안내해 물건을 파는 것이 중요해졌다.
한 가지 떠오르는 의문이 있다. 도대체 무슨 놈의 족, 족, 족이 이리 많은가. 그 많은 족속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웰빙족, 보보스족, 딩크족, 엄지족, 알파걸, 로파스족, 듀크족, 코쿤족, 딘스족, 신디스족, 디지털 노마드 족 .....
쇼루밍 족이 어떤 행태를 보이는지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걸 간파하면 여기에 마케팅을 맞춰 물건을 더 팔 수 있다. 그러나 그 반대도 있다. 이런 족이 존재한다고 박박 우기고 그런 족은 이런 걸 갖춰야 한다고 또 우기면 사람들은 그런 물건들을 사려고 죽기 살기로 매달린다. @@ 족은 이런 시계를 차고, 이런 옷을 입고, 자동차는 이 정도는 타야 되고 .... 말도 안되는 소리지만 언론이 떠들고 광고가 쏟아지면 사람들은 세뇌 당한다. 마케팅에 놀아나 먹이감이 되는 것이다. 그러다 소비가 주춤하면 또 다른 족속을 만들어내면 된다.
정치 마케팅과 정치 과소비
이런 마케팅과 과소비의 행태는 상품소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정치사회적으로도 마케팅이 있다. 오늘 우리 사회의 심각한 사회적 현실 중 하나가 정치적 양극화이다. 자신과 이웃을 민족진보족, 우국보수족으로 나누고 정치와 정파, 이념을 과소비하는 풍조가 짙다.
지역도 판다. 넌 서쪽 난 동쪽, 동쪽과 서쪽 사람들에게 치인 중부족 ... 이런 식으로 나눈 뒤 영남당, 호남당, 중부당을 만들고 유권자에게 팔았다. 그래서 손쉽게 국회의원 노릇한 사람들이 따로 있고 헌금 내가며 열심히 싸운 사람들이 따로 있다. 과연 나는 어떤 종족이고 꼭 어느 종족이어야만 할까?
언론도 다르지 않다. 정치적 지향에 따라 혹은 정치적 계산 아래 저쪽 신문방송이 되고, 이쪽 방송신문이 된다. 국민들은 저쪽 언론 이쪽 언론을 가려서 본다.
우리의 정치적 정체성은 민주시민이다. 누구든 자유롭게 정치적 신념을 갖고 표현할 수 있지만 정치마케팅에 함몰돼 자신의 정체성을 잃는 것은 곤란하다.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가 아닌 다른 후보가 당선되어 대통령이 되었다. 박수를 치며 축하하기에는 영 마음이 내키지 않고 걱정도 된다. 그러나 대통령 노릇을 엉망으로 해 우리 편이 옳았음을 확인시켜주었으면 하고 간절히 바란다면 그건 민주시민의 정도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이다.
반대로 우리 편이 정권을 쥐었으니 반대 편을 싹 쓸어버렸으면 하고 바라는 것도 민주시민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정치마케팅에 휩쓸려 버린 모습이다. 이런 것이 민주시민의 “정체성의 혼란과 상실”이다. 민주적 가치보다 종족의 이해와 기득권을 앞세운 것이다.
사회적 상황과 경제적 여건이 불안하면 이런 정체성의 혼란과 유실은 더욱 가속된다. 자꾸 영웅을 찾아 기대려 한다. 경제를 살려 줄 거라 기대한다. 다음 선거에 누가 나와야 정권을 되찾을 수 있을지 골몰한다. 민주시민의 정체성이 비어버린 자리를 메우기 위해 정치권이나 사회 속에서 성공을 거둔 누군가를 찾고 그를 자신의 영웅으로 삼아 버린다. 스스로 고민하고 노력해 민주시민으로서의 정체성을 되찾고, 자신이 위대한 시민이 되는 건 너무 멀고 힘드니까 시장에서 사다 쓰는 것이다. 정치권은 그런 민중의 심리를 잘 알기에 상품을 준비해 놓고 마케팅을 벌이며 기득권을 유지한다.
보보스족, 웰빙족 이런 과장된 마케팅에 휩쓸려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과소비하는 것처럼 정치마케팅의 과정을 꿰뚫어 보지 않으면 정치 과소비에 빠져 든다. 민주시민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지키면서 정치적 이념과 행동을 컨트롤하고 정치권력과 정부를 견제하고 시민공동체를 다져 나가는 것이 민주주의이다. 정치상품을 찾기 이전에 시민으로서 실천하고 지킬 민주적 가치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more
View all episodesView all episodes
Download on the App Store

변상욱 기자수첩[김현정의 뉴스쇼 2부]By CBS

  • 4.9
  • 4.9
  • 4.9
  • 4.9
  • 4.9

4.9

40 ratings


More shows like 변상욱 기자수첩[김현정의 뉴스쇼 2부]

View all
배미향의 저녁스케치 by CBS

배미향의 저녁스케치

3 Listeners

CBS 김현정의 뉴스쇼 by CBS

CBS 김현정의 뉴스쇼

186 Listeners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by CBS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38 Listeners

아름다운 당신에게 강석우입니다. by CBS

아름다운 당신에게 강석우입니다.

3 Listeners

FM POPS 한동준 입니다 by CBS

FM POPS 한동준 입니다

0 Listeners

새롭게 하소서 by CBS

새롭게 하소서

7 Listeners

정다운의 뉴스톡 530 by CBS

정다운의 뉴스톡 530

7 Listeners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by 세바시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50 Listeners

세바시 청년 by CBS

세바시 청년

1 Listen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