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상욱 기자수첩[김현정의 뉴스쇼 2부]

[2013/03/08 금]핵에 쩔은 후쿠시마 사람들, 동물들, 그리고 동북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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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1 후쿠시마 원전 폭발 참사. 이제 2주기를 맞는다. 참사현장에서는 지금도 원자로 건물 잔해를 제거하고, 망가진 원자로 시설 안에 있는 핵 연료봉을 안전하게 빼내 다른 수조에 저장하는 작업 등이 펼쳐지고 있다. 1일 평균 3천명이 작업에 투입되고 있는데 망가진 원자로 근처에만 가도 방사성 물질이 정상적인 수치의 1만 배 이상이라 한다.
피해주민들 일부는 멀리 타지로 이사를 갔다. 그럴 능력이 되지 못하는 주민들은 후쿠시마현 내에 마련된 임시 가설주택(무료)에 머물며 지낸다. 가설주택이 불편한 노인들은 방사능 수치가 높은 마을에 그냥 머물고도 있다. 도쿄전력은 나이에 상관없이 매달 1인당 10만 엔(약 145만원) 씩을 보상하고 있다. 피난민의 기준은 사고 현장으로부터 30 킬로미터 내에 거주하던 사람.
후쿠시마 사람들 그리고 동물들
후쿠시마 원전 참사 이후 벌어진 사회현상 중 하나가 후쿠시마 출신의 차별이다. 사고 직후에도 후쿠시마에 살던 여성이 간사이 지방에 떨어져 살고 있던 남자친구에게 갑작스런 파혼을 통고받아 화제가 되었다. 사고 직전까지 만날 약속을 잡아놓고 잘 지내다 갑작스레 파혼을 선언했으니 후쿠시마에 산다는 것 말고는 다른 이유를 생각하기 어렵다. 사고 직후 재앙을 피해 후쿠시마를 벗어난 후쿠시마 주민들을 다른 지역 숙박업소들이 거부하기도 했다. 그 이후에도 차별은 이어진다. 도쿄 등 안전한 대도시 지역으로 이사를 간 후쿠시마 주민들이 학교에서 아이들이 따돌림을 당하고 이웃이 경계의 눈초리로 대해 후쿠시마 가설주택으로 되돌아오기도 했다. 명절 때 멀리 있는 친척에게 과일을 보내겠다고 해도 괜찮으니 신경쓰지 말라며 거절한다고 한다.
2011년 8월에 열린 후쿠시마 네트워크 모임에서 아이들은 꺼내놓은 이야기.
“원전 사고 이후 밖에서는 전혀 뛰어놀 수가 없어요.”
“우리는 몇 살까지 살 수 있나요?”
“우리도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나요?”
어머니들 이야기도 들어보자.
“9살 아들의 눈 밑에 기미가 생기고 8살 딸은 코피를 흘리는 횟수가 잦아지고 있다. 원인불명의 건강 이상을 호소하는 아이들이 후쿠시마 전체에서 급증하고 있다.”
어머니들의 가장 큰 걱정은 아이들의 미래이다. 취직을 하고 결혼을 할 때 또 어떤 차별을 받게 될 지 불안한 예측을 떨칠 수 없다. 참사 현장에 그대로 남겨진 동물들도 있다. 책으로 나온 ‘후쿠시마의 남겨진 동물들’이란 현장 르포에 실린 이야기들.
* 사료를 주니 녀석은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녀석은 곧 다 토해버리고 말았다. 토하자마자 다시 먹고 또 다시 토하고 ..... 토하는 것을 알면서도 배가 고픈 녀석은 같은 행동을 되풀이했다.
* 소들에게 물을 먹여보기로 했다. 물그릇을 내밀자 조금 먹다가 이내 토해버리고 말았다. 소는 주저앉은 채 내 앞에서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 소가 비닐을 먹고 있었다. 배가 고파서 뭐라도 먹는 것일텐데 미안하게도 내게는 줄 것이 없었다.
*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바로 옆에서 만난 두 마리의 개. 계측기로 지면의 방사선량을 재어보니 280마이크로시버트(평소 사람들이 노출되는 방사선량의 약 2000배)였다.
* 먹을 것을 주니 개가 닭에게 먼저 먹으라고 양보한다.
일본의 핵 마피아와 우경화
일본은 그래도 핵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원전사업을 밀고 간다. “우리는 후쿠시마 원전 사태로 인해 세계에서 유일하게 원전 사태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력과 경험을 축적했다”라며 핵수출을 시도하고 있다.
일본 정부.군.전력기업 연합체가 안보관련 정보와 해석을 독점한 채 마피아처럼 굴고 있다고 일본 내 양심세력들은 비판하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의 비극은 제대로 된 비판과 점검 없이 급성장한 핵산업은 결국 모두의 위기로 돌아온다는 교훈을 주었다. 예측할 수 없는 사고 위험성을 늘 내포하고 있는 핵실험과 원전에 대해 핵산업 당사자들은 시뮬레이션 해보니 안전했다 한다. 하지만 그것은 시뮬레이션일 뿐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질 지 장담할 길이 없다. 후쿠시마가 그 본보기이다.
일본은 왜 핵에 집착할까? 1945년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미국, 소련, 프랑스 등 일부 선진국이 핵의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면서 국익을 도모하기 위해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명분으로 원자력 산업을 육성하고 주변국에 원전 기술을 수출했다. 일본 역시 핵의 피해자이지만 평화적 이용이라는 명분을 그대로 차용해 과학계의 열정과 국민의 절대적인 지지 속에 핵개발에 돌입, 50년 만에 원전 보유수 세계 4위, 핵 재처리 시설까지 갖춘 핵 선진국으로 올라섰다. 일본이 지닌 플루토늄은 10톤 정도로 추정되고 핵무기 1,250 발분에 해당한다는 분석이다. 미국·러시아·영국·프랑스에 이어 세계에서 5번째, 아시아에서는 압도적인 1위다. 일본은 우라늄 농축기술을 보유하였고, 인공위성 발사도 몇 차례 성공하였다. 북한이 빌미만 준다면 일본도 몇 발이건 핵탄두와 그 운반 수단인 장거리탄도 미사일을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다. 또 우려한 대로 일본은 대지진과 원전폭발 이후의 국가적 통합을 위해 국가주의를 내세우며 파시즘 세력이 등장하고 있다. 평화 민주주의 공존을 무시하고 내달리는 극우정권이 득세하는 것도 후쿠시마 비극에 이어져 있는 변화이다.
인류는 핵이 안고 있는 문제를 꽁꽁 싸맸을 뿐 핵의 구조적인 위험과 기술적인 결함을 해결하지 못했다. 미완성의 위험한 기술이다. 원전사고, 핵무기화, 폐기물 처리 .... 등 핵이 안고 있는 문제는 지금껏 어느 것도 해결된 것이 없다. 다만 묻어두었을 뿐이다. 그리고 동북아시아에는 원전과 핵무장을 적극 추진하는 3 개국, 북한.일본.중국이 몰려 있다. 우리나라마저 원전 수출에 몰두하고 있어 동북아시아에서 ‘핵’이란 어떤 존재인지 이제라도 심각히 시민사회의 공동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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