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상욱 기자수첩[김현정의 뉴스쇼 2부]

[2013/04/02 화] 대통령은 4.3 원혼들이 떠도는 제주로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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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주년을 맞는 제주 4.3 사건. 이 역사 속의 비극은 ‘무장대와 토벌대간의 무력충돌과 토벌대의 진압과정에서 수많은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이다’. 시기로는 ‘1947년 3월 1일 경찰의 발포로 6명이 숨진 관덕정 사건을 기점으로 1948년 4월 3일 무장대가 봉기한 이래 1954년 9월 21일 한라산 금족지역이 전면 개방될 때까지’이다. (2003년 국가 진상조사보고서)
제주 4.3 사건에 담긴 의미는 간단치 않다. 3.1 시위와 발포, 4.3항쟁과 양민학살, 4.28화평회담, 그리고 5.10 단독선거를 거부하는 민족통일투쟁 등으로 이어지는 사건의 맥락부터 세심히 살펴야 할 사건이다. 4.3 사건은 오랫동안 사회의 공개적인 이슈가 되지 못했다. 그래서 4.3 사건으로 일본으로 도피한 제주도민들이(4만 명 정도로 추산) 초기에 진상규명과 기록을 주도하기도 했다. 그러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지난 2000년 ‘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고, 노무현 전 대통령 때 진상조사 보고서가 확정되며 대통령이 공식사과를 했다.
제주 4.3의 이름은 ..... ?
제주 4.3 사건에는 10개 이상의 이름이 붙어 있다. 공산폭동, 폭동, 좌익반란, 인민무장투쟁, 민중항쟁, 무장투쟁, 무장봉기, 항쟁, 민중운동, 생존권 투쟁 등이다. 흔히 4.3 사건이라 부르는 것은 폭동 또는 항쟁을 주장하는 양쪽의 대립과 갈등을 피하고자 중립적인 이름을 선택한 결과이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2003년 10월 정부를 대표하여 제주도민에게 사과할 때 4.3항쟁과 국가에 의한 희생자라고 하여 4.3항쟁이란 표현을 사용하였고, 2007년 4월 3일 제주4.3항쟁 59주년 기념식에서도 4.3항쟁이라 일컬었다. 물론 대통령이 정치적 의미를 담아 쓴 것이지 국가적인 공식표기는 아니다.
국제적으로도 학자들 사이에 사용하는 명칭이 달랐다. 그러다 세계 섬학회가 4.3의 공식 명칭을 제주4.3항쟁으로, 2003년 4월 미국의 하버드대학교에서 열린 제주4.3국제학술회의에서도 제주4.3항쟁(Jeju April Third Uprising)으로 사용해 추세는 ‘항쟁’쪽으로 가고 있는 셈이다.
제주 4.3은 대한민국 제주도에서 우리의 생각을 멈출 사건이 아니다. 한반도의 남쪽 평화로워야 할 섬 제주도가 일본제국주의의 태평양 전쟁에 휘말려 들며 잔혹하게 수탈당한 사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미국과 소련이라는 초강대국들이 냉전이데올로기 대결을 펼치며 그 유탄에 제주도 양민들이 치른 무고한 희생 .... 이는 20세기 중반에 벌어진 태평양에서의 세계사적 사건이다. 따라서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인류의 소중한 경험이라 할 수 있다. 제주도의 대표적인 4.3유적지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시키자는 논의도 그런 점에서 타당하다. 가장 걸림돌이 될 것은 국내 보수우익 측의 반발이다. 이것은 이미 5.18 광주민주항쟁의 유네스코 등재 시에 경험한 일이므로 설명이 필요없겠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수도 케이프타운의 부둣가에서 약 20km 떨어진 섬Robben Island에 감옥이 있다. 넬슨 만델라 대통령이 인권운동을 하던 시절 18년간 장기 투옥된 그 감옥이다. 그가 남아연방공화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이 섬은 세계적으로 유명해지며 1994년 감옥이 폐쇄됐다. 다시 1997년에는 유네스코유적지로 지정돼 케이프타운을 대표하는 관광코스가 되었다. 감옥의 식당까지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데 Black과 Asian , Coloured로 차별되어 제공된 식단표가 걸려 있다. 넬슨 만델라가 갇혔던 독방은 기념사진 촬영인파로 늘 붐빈다.
남아공화국에는 아직 흑백간의 갈등이 사라지지 않았다. 불과 20년 전의 과거사이고 양측 모두 생존해 마주 보며 살고 있다. 흑인들은 부족마저 다양해 갈등도 많다. 이런 남아공화국도 성공한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가 65년 전 피해자, 가해자가 거의 모두 세상을 떠났는데도 우리나라에서 불가능한 이유는 뭘까?
대통령의 들어 올 때 마음과 나가서 마음
제주는 정치적으로 지역,이념의 편향이 적은 곳이다. 2007년 대통령 선거에서 이명박 후보가 얻은 제주 유권자의 지지는 38.3%였다. 이명박 후보는 대통령이 되어 제주도와 제주 4.3을 홀대했다. 그렇다면 다음 새누리당 대선 후보인 박근혜 대통령에게 제주는 심각한 열세지역이다. 그런데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에게 쏠린 지지는 50.5%였다. 왜 그랬을까?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로서 지난해 12월11일 제주도를 방문해 “4·3은 제주 도민뿐만 아니라 전 국민이 가슴 아파하는 사건으로 그동안 정부의 많은 관심이 있었지만 부족했다. 국가 추모기념일 제정을 비롯해 제주 도민들의 아픔이 가실 때까지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새누리당은 제주도 거리마다 ‘4·3 완전 해결’이라고 쓴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보수정치권마저 제주 4.3을 이렇게 끔찍이 생각해주고 있다는 공감대 속에서 나온 지지율이 50.5%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마음이 달라진 걸까?
그렇다 치자, 사람 마음이 다 그렇다고들 하니까. 그러나 속마음이 그렇지 않더라도 대통령은 제주로 가야한다. 아픔을 씻어내고 맞이할 새로운 미래 창조를 위해 대통령은 제주로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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